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1. 6. 21:52
작성자
you. and. me.



*간만에 앵스트 보고싶어서 썼습니다..

- 해피도 좋은데 가장 앵스트가 잘어울리는 커플중 단연컨데 1위일것이 틀림없다..!!!


*릭 서거 주의..(죄송합니다)


*릭은 26살의 벨져와 33살에 만나 1년동안 사귄 뒤, 동거 후 서..서거.. (시선회피) 합니다.


*33살의 벨져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써봅니다. 





머리카락은 이제 짧게 잘려버려 목덜미를 겨우 덮을까 말까 한 길이로 벌써 3년째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 몸에 난 상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손의 굳은살 또한 물렁물렁해지기는커녕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마치 시계와도 같았다. 1초가 1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 지나가는 기사단원들의 인사에 적당히 응수해 주며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 위에 손을 걸치고 복도를 거닐었다. 


“안녕하세요, 벨져경.”


“좋은 아침입니다, 벨져경.”


좋은 아침이라. 복도의 끝에 자리한 큰 창문 밖으로 시선을 주자 한눈에 들어오는 시내의 풍경. 기분 좋은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냄새가 당장에라도 풍겨올 듯한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창틀에 걸터앉아 한창 웃으며 정신없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는 듯한 부부의 모습을 구경했다.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주고 있는 남편과, 당연한 듯, 그런 남편에게 기대어 아이를 바라보고 웃는 부부.


“...벨져경?”


“......”


“...잠시 뒤에 오겠습니다.”


네가 그리는 그림은 저런 것이었을까, 릭.


금방이라도 네가 겹쳐져 보일 것 같은 풍경을 나는 보고 있다. 나는 저 부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충분히 누리고, 감상할 수 있을 법한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아 보았고, 항상 혼자 먹는 식사가 아닌, 네가 옆에 있는 식사는 그 어떤 맛없던 음식이라도 제법 맛있다 느껴지게끔 해 주었다. 너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벨져?]


“......”


[식사도 안 챙기고. 또 그렇게 빈속으로 다녔다가는 금방 위가 상할 것이오. 자. 샌드위치 간단하게 포장해 뒀으니까 이거 가지고 가서 드시오.]


주머니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뚜껑의 버튼을 딸깍거리며 누르고, 열린 뚜껑 속을 보지도 않고 닫아버리기를 수십 번. 초침 흘러가는 소리처럼 딸깍거리는 소리만이 복도를 울려 퍼진다. 지금 나의 나이는 33살이고, 너의 나이는 36에서 멈추어 버렸다. 나는 이제 조만간 40대의 나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너는 여전히 36살에 멈춰있겠지. 

한참 손에서 휘둘러지고 있는 회중시계에 시선을 주었다. 이제는 잔 흠집이 가득 나서 낡아 보이는 시계. 시계의 윗부분을 한번 힘주어 누르자 낡아 보임에도 부드럽게 뚜껑이 열린다. 고풍스러운 문양. 너의 안목은 생각보다 탁월했다. 


[당신 생일인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래도 당신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사왔소. 마음에 들려나 모르겠군.]


백금으로 만든 회중시계의 뚜껑 안쪽에는 네 시계 중 가장 작은 시계가 붙어 있다. 시계에는 이미 금이 가 있고, 시간은 정확하게 11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간만큼 너를 가장 기억하기 쉽게 해 주는 시간은 없었다. 평소에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내 덕분에 덩달아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던 너에게 미안 해 질 때가 올 줄 몰랐다. 고작 사진 하나인데, 그 사진 하나가 이렇게 아쉬워질 줄은. 정말 몰랐다.


밖의 부부가 입을 맞추는 장면에 고개를 돌리고 다시 복도를 걸었다. 집무실로 가야 하는 발걸음을 돌려 지나가는 단원에게,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집에서 근무할 테니 중요한 일은 따로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 두라는 말을 마치고는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고 그저 무심히 발걸음을 놀려 건물 밖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정확하게. 네가 내 옆에서 사라진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



“어머, 또 오셨네요.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뒀어요.”


“고맙군. 신경 쓰게 해서.”


아니에요. 이 정도 쫌이야. 꽃집의 푸근한 여인은 늘 그렇듯 하얀색 국화 몇 송이를 잘 포장해 두고는 나에게 기다렸다는 듯 건네 주었다. 나 역시 늘 그렇듯 준비를 해 둔 여인에게 꽃의 두 배 가격을 지급해 주고는 바스락거리는 꽃다발을 한 손에 들고 걸음을 옮겼다. 


네가 내 곁을 떠난 날, 그날의 우리 앞의 풍경은 너무나 어두웠지만. 우리가 없던 이곳은 마치 동화 속에서 ‘아주 먼 옛날 평화로운 왕국에-’ 로 시작될 법한 아주 조용하고, 따듯한 곳이었었나 보다. 너를 찾으러 갈 때마다 이곳은 항상 갓 피어난 꽃향기가 시내를 둘러싸고 있었고, 봄답게 사람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쳐났으니까. 광장 중앙의 시계탑 밑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목표 없는 악사가 혼자서 바이올린을 켜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그런 시간이었나 보다. 너와 내가 가장 슬퍼했을 그때에 이곳은 말이다.


“벨져경!”


낯익은 목소리. 금발 머리카락에, 유난히 주근깨가 두드러지는 남자.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이쪽을 보고 급하게 뛰어 왔는지 헉헉거리며 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어찌나 열심히 뛰어왔던지, 모자가 금방이라도 머리에서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오늘도 가시는 건가요?”


“...그래.”


“같이 가 드릴까요?”


아니. 마음만은 고맙게 받지. 그에게 웃어 보이며 이내 갈 길을 다시 걷자, 내 쪽을 보고 조금 놀란 눈을 해 보이는 그는 앞서 걸어가는 나를 향해 크게 외쳤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라고. 나는 그 말에 손을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너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제법 많았다. 나는 너에게 가는 동안 무려 너랑 아는 몇십 명의 사람을 마주쳤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웃어 보이며 인사를 해 주었으나, 사람들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가득했다. 너는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벨져, 하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제일 좋아.]


“......”


수많은 묘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너의 묘비. 회색의 딱딱한 돌에는 너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이미 너의 묘비 앞에는 많은 사람이 왔다 갔던 것을 증명하는 듯. 이름 모를 꽃부터 직접 꺾어 만든 듯한 꽃다발까지, 이 근처의 묘비 중에서도 가장 꽃을 많이 받고 있었다. 꽃다발 위에 내 꽃다발을 얹고 한참을 그렇게 너의 이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 이름은 수없이 많이 봐 왔는데 늘 이 딱딱한 돌에 새겨진 이름 만큼은 적응하기가 힘들다. 


네 묘비 앞에 이제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차피 맨 위라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도 않는 곳이지만. 네가 바라볼 풍경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너와 같은 시선을 두고. 하늘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의 풍경은 썩 네가 좋아할 법했다. 연합과 회사에서 힘써준 덕분이겠지. 


*



“아니, 그대는 왜 매일 나보고 반말을 하는 것이오. 내가 한참 연상인데. 나도 반말 할 테다.”


“해봐.”


“음... 벨져.”


“그건 그냥 내 이름을 부르는 거랑 다름이 없잖아.”


“벨져야?”


치워라. 벨져,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오! 벨져야! 기껏 잠자리 들기 전에 한다는 소리가 그것밖에 안 돼서 나는 코웃음을 쳤다. 딱히 그에게 말을 낮추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오히려 너에게 존댓말을 하면 그것 대로 이상한 것 같았으니까. 괜히 들떠있는 네 장단에 맞추어 자꾸만 나를 벨져야, 하고 부르는 너에게 대답해 주었다.


“톰슨 씨.”


“....내가 잘못 했소. 그냥 하던 대로 해, 벨져.”


이건 아닌 것 같아. 스텐드 불 밑에서 나누는 대화는 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재미있던 건지, 네가 배를 잡고 웃는 것에 나마저 웃음이 전염된 것 마냥 어이없게 실소해 버렸다. 이쪽을 보고 놀란 눈을 해 보이는 것에 바로 정색해 버렸지만. ‘방금 웃었소? 그대랑 살면서 처음 본 것 같아.’ ‘잘못 본 거겠지.’ 요즘 들어 종종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 안 그래도 어색한데. 숨겨둔 비밀을 들킨 것처럼 괜히 더 표정을 굳혔다. 아니긴 뭐가 아니란 것이오-. 하고 입을 맞추는 너는 상당히 기뻐 보였다. 


“오늘은 기념일이오. 벨져 홀든 이, 처음으로 웃은 날.”


“...별게 다 기념이군. 나도 사람인 걸 잊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그래도, 그대가 제법 활짝 웃는다는 느낌으로 웃는걸 이 사건 처음인 것 같아서 말이오. 너는 내가 겪는 일을 마치 네 일처럼 기뻐했다.


처음엔 그것이 괜찮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네 발목을 붙잡을 줄 알았다면. 그날 당장 뿌리 뽑아 버리는 것이었는데.



*



“가야 해, 벨져.”


“안 돼.”


“벨져.”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금방 구하면 모두를 살릴 수 있소, 벨져. 그는 나에게 간절하게 호소했다. 뻔한 작전인 것이 틀림없다. 릭의 성격과 행동을 모두 파악한 듯한 안타리우스에게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그것은 너무 뻔했다. 루사노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구해온다는 핑계로 너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사람들 또한 만류했으나, 아마도 이번 작전에 투입된 것이 남매였는 듯. 여자아이가 내 동생이- 하고 우는 것을 릭이 보고야 말았다. 


그것은 릭 뿐만 아니고 모두를 동요하게 했다. 괜찮지 않을까? 게이트 능력자니까. 모두 릭의 빠르고 손쉬운 이동 능력에 입을 모으는 것에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는 검을 빼 들었다.


“네놈들.”


“.....”“.....”


“당장 네놈들이 구할 것도 아니면서. 뒤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거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 있어라. 정확한 사이퍼들 위치는? 누구 아는 사람은 있나? 게다가 타키온의 게이트는 5명이 최대이다. 고립된 사람 또한 5명. 한번에 게이트로 이동 할 수 없으니 분명 한 사람은 후반에 와야 해. 당연히 게이트를 열어야 하니 그건 타키온이 되겠지.”


너희들은 그 시간 안에 타키온이 제대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당장에라도 저 머리가 빈 놈들의 혀를 도려내 버리고 싶었으나 내 팔 위로 그의 손이 올라온다. 공포에 휩싸인 집단은 이미 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난 상태였으나. 좀처럼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벨져.”


“...어리석은 것들이랑 말도 섞기 싫다. 가지마. 오히려 이 인원이 네 덕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오히려 5명의 희생자만 나온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지.”


내 말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실제로 생각 외로 잘 풀려가지 않는 계획 덕분에 하마터면 몰살당할 뻔한 것을, 릭 톰슨이 차례로 게이트를 이용해 탈출시켰으니까. 검을 더럽힐 것조차도 안되는 녀석들. 뽑아낸 검을 다시 검집에 미끄러트리듯 넣으며 릭의 손을 잡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거기 있어봤자 지금 당장 심란한 것은. 릭, 그였다.


“......”


“절대 안 돼.”


걷는 동안에도 바닥을 보고 걸어가는 네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못 박는 것처럼 말을 해 두었다. 이대로 가서 차라리 한숨 자라. 그편이 낫겠군. 어거지로 그를 베이스 켐프로 지정된 빈 호텔 건물의 그의 배정된 방 안으로 밀어 넣고서는 그가 자리에 눕고 자는 것까지 지켜 보고 나서야 나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문 앞에서는 그 소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제발. 저라도 가게 해 주세요.”


“.....”


“차라리, 같이 죽는 편이 훨씬 나아요!!!”


나는 말없이 고작 해봤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나이 여자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이미 눈물로 진득해진 볼과, 헐떡거리는 숨은 너무 울어서 탈진 상태에 이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자꾸만 가게 해 달라며, 독촉했다. 마치 이글이 어렸을 때 달래듯, 아이의 머리를 다독거려 주자 더 서럽게 울어 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문 너머로 무언가 번쩍거리는 빛이 새 나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도 그걸 느낀 것인지 울음을 히끅 거리며 그치는 것에 서둘러 문을 열어보았다. 


“릭 톰슨!!”


그러나 이미 그는 ‘금방 다녀올게, 사랑하는 벨져. 미안하오.’ 라는 쪽지만 남긴 체 사라진 뒤였다.



*


“죄송합니다..... 저희가...”


“......”


잠은 자지 못하고 입에 물 한 번도 손을 대지 못한 채 그를 기다렸다. 그의 컴컴해진 방 안에서. 이내 갑자기 호텔 안쪽에서 들리는 환호성 소리에 천천히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얹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 보자 엉망이 된 몰골로 5명이 돌아온 것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정작 5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이퍼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의 시작은 저것이었다. 나는 말 없이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저희가 빠져나올 때 갑자기 클론들이 습격하는 바람에...”


그가 떨리는 손으로 내민 것은 11시 47분에 멈춰 있었다. 나는 그상태로 그 시계를 들고 나 혼자서 그들이 있었던 곳을 물어 말을 타고 달렸다. 이미 폐허가 됐을 거라는 상대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살아 있으면. 그만이었다. 살아만 있다면, 닥터에게. 사실 생각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릭은 구하지 못한 체 돌아왔다는 눈앞에 놈들을 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당인데. 고작 구해온것이 시계라니. 기다려라, 릭. 제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수도원의 입구에서부터 서둘러 말에서 내려 복잡한 골목길을 비집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탑에서 왼쪽. 하얀 건물에서 직진. 그리고 나는 거기서, 내 손으로 직접 너를 데려올 수 있었다.


너무 차가워서, 입이라도 얼어붙었는지. 눈도 따지지 않는 것인지. 조용히 잠자듯 쓰러져 있는 너를.


그것은 생각보다 제법 큰 충격이었고.


네가 남긴 쪽지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라는것이 되었다는것을 인지 했을때 어렸을때도 흘려 보지 못한 뜨거운 무언가가 내 뺨을 타고 흘러 내리는 것을 느꼈다. 



*


 

“물론.살아 있을 거라 기대는 안 했는데.”


묘의 주인은 답이 없었다. 답 대신 거센 바람이 몰아치듯 불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래로 내려 다 보이는 묘지에서는 가끔 놓인 꽃다발의 꽃잎들이 흩날려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래도, 너는.”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은 마치 어제 있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날 뒤로 길러둔 머리카락도 잘라버렸다. 자꾸만 머리카락이 참 마음에 든다면서 만지작거리던 릭이 금방이라도 생각날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식사는 제대로 했다. 릭과 함께 했던 시간을 이제는 검을 휘두르는 시간들로 메꿔 나갔다. 그렇게 나는 너를 잊을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스워 져 버렸다. 시간을 떠올릴수록 네가 생각났고. 연습하던 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려던 순간 검에 비치는 짧은 머리카락을 보았을 때, 내 뒤로 네가 서운한 듯 왜 잘랐느냐며 투덜거리는 것처럼 환영이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벨져, 내가 본 사람 중에 그대가 제일 잘생겼소.]


[당연하다.]


[....취소해도 될까.]


[번복은 없다.]


다시금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바람이 잔잔해지기 시작하며 그렇게 꽃잎도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질 때 혹시나 싶어 돌아본 너의 묘지 앞을 자리하고 있던, 바람 덕에 삐뚤어진 꽃다발을 다시 잘 정리 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맨 위의 내 꽃다발을 다시 간추려 내려놓을 때 즈음.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그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 알지, 벨져?]


너야 말로,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