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안나네요. 이거...그... 그....이.. 이번편이 끝났다 치면 좋겠습니다.
- 흑흑흑 죽여주세요 왜이리 끝이 안나는걸까요
* 릭 술취해서 이상해 지는것 주의.
* 생각보다 다정하고 능글거리는 벨져 주의..
- 그냥 취향의 벨져릭을 써봤습니다.
“생각보다 잘 마시는데?”
“잘 마시는 척 하는 거지.”
일 하다 보면 못 마셔도 마셔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거 제법 맛이 괜찮은데? 술치고는 목 타는 느낌도 안 들고. 투명한 와인잔에 기포방울이 솟아오르는 백포도주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가 ‘내가 가지고 있는 술 중에서는 가장 도수가 낮은 거니까.’ 하고 대답해 준다.
“그래서. 그때 그 카페에는 무슨 일로 갔던 거지?”
“아.”
그의 대답을 회피하려는 듯, 나는 와인잔의 가느다란 목 부분을 쥐고 잔의 표면을 손가락 끝을 튕기며 와인잔을 톡 쳤다. 듣기 좋은 실로폰 소리와도 같은 맑은 음. 딱 내 옆에서 말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 같다. 혼자 아이같이 웃다가 그의 말에 대답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말해도 되려나. 천천히 고개를 잔에서 올려 그를 바라보자 보이는 것은 여전히 잘생긴 얼굴. 나는 제대로 술에 취하지도 않은 체 술기운이 난 것 마냥 주절주절 입을 열었다.
“그때가... 전에 사귀던 애인이랑 차인지 한 달 좀 넘게 되었던 날이었거든. 여직원이 보다 못해 자기 친구라고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해줘서 말이오.”
“... 그런가?”
그는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잔의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느릿하게 그의 목울대를 울리며 넘어가는 와인. 그의 목젖이 한번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주다가 나도 와인에 입을 대 보았다. 좋은 포도향. 색도 완연한 투명한 빛깔의 노란색. 좋은 술임은 틀림없다며 한 모금 마시자 코끝까지 포도향이 올라오는 것 같다. 덕분에 숨을 내 쉴 때마다 와인향이 내 주변을 맴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고작 해봤자 3잔 째 인데.
“그랬지. 나는 믿고 있거든.”
“뭘?”
“사랑은 사랑으로 치료한다고 말이야.”
그거 참 시덥지 않은 소리로군. 헤어지고 만나는 것에 치료하고 말고가 어디 있지? 그냥 만나면 만나는 거고, 만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인 거다. 그는 내가 이제까지 들었던 모든 말 중에 가장 그 다운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 그의 대답에 무릎을 치며 '맞소. 그러네, 내가 잘못 알았군.' 하고 그저 웃어 보였다. 그는 되려 나의 긍정적인 반응에 오히려 미간을 더 좁힐 뿐이었다.
“그래서?”
“응?”
“...아니다.”
“뭐, 그 아가씨랑 어떻게 되었냐 물어보는 것이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다리를 꼬고 나를 조금 삐딱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긍정의 의미인가. 허 참.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데도 나이와는 관계없이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나도 같이 다리를 꼬고는 그의 모습을 따라 하며 광택이 나는 그의 구둣발에 내 발을 살짝 대 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하고 말하는 듯. 한쪽 눈썹을 또 올리는 그의 습관적인 표정에 푸흐,하고 소리 내 웃으니 그가 다리에 주었던 시선을 나에게 주었다.
“당연히 그냥 헤어졌지. 그 아가씨도 나처럼 누군가와 헤어져서 매우 슬퍼하다 못해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그런 거였거든.”
거 참, 안쓰러운 만남이 따로 없군그래. 그는 나와 닿아 있는 발을 치우지 않고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빈 와인잔에 노란 빛을 띄는 그 와인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가 와인잔에 술을 따르는 모습을 보자마자 서둘러 내 잔도 얼른 비워버리고 그에게 빈 잔을 내밀었다. 급하게 삼켜진 와인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몽롱한 기분을 선사했다. 어질하게 눈이 감겨질것만 같은 기분. 이런게 취한 걸까. 괜히 술에 취해 33살의 어른으로서 인생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입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한다.
“벨져,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이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오.”
“......”
“사랑의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도 사랑해, 이고. 그렇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인에게 반드시 한번은 해줘야 좋은 말도 사랑해. 그 말이고. 연인이 없더라도, 내가 가장 보고 싶어하고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좋은 고백도, 그 말이고.”
말 하나가 그렇게 사람을 움직여. 사랑한다는 말에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그만큼 여러 번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해 줘야 하는 말이지. 긴말을 하고 숨을 한번 들이켰다.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일지도 몰랐다. 숱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많이 사람들 때문에 다쳐도 보고. 이렇게 아파도 또 너는 사랑이란 걸 해 볼 거야? 하고 말하는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고문일지도 몰랐다. 나도 모르게 술기운을 빙자한 체 그에게 다시 ‘그 말’이란걸 건넬 것 같았으니까.
“내가 그렇게 그저 당장 아픈 마음을 치료하려고 그 아가씨와 덜컥 사귀기라도 하면. 혹시나, 날 정말 좋아하는 그 아가씨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겠지. 난 그게 싫었거든. 그래서 좀 핑계를 대고 거절했소.”
“그렇게 남 생각만 하는 듯 행동하고 생각했다간. 너만 손해 볼 뿐이야.”
그는 덤덤히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뜻밖에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의 행동에 심박 수가 올라간다. 이것은 술 때문이리라. 결코, 나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내 푸념에 가까운 이야기에 대답해 주는 그에게 설레는 것이 아니리라.
“네가 오히려 그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행동 때문에 네 스스로가 행복해 질 여지라는 것을 점점 없애고 있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네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귈, 기회라는 것을 네 스스로 좀먹듯 갉아 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그는 마치 좋은 조언 가라도 되는 듯, 내 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와인 덕분에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그런지 유난히 그의 입술이 더 붉은 것 같았다. 좋은 말임은 틀림없을 그의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가 뭐라 이야기를 하면 응. 응, 그래. 하고 대답만 해주었다. 그냥 대답만 하기에는 입이 심심해져 자꾸만 와인잔에 손을 가져가며. 그리고 잔이 비면 빌수록 자꾸 채워주는 그의 행동에 나는 자꾸만 술을 마셨다. 자꾸만.
*
“Whose broad stripes and bright stars, through the perilous fight~”
“......”
온 세상이 춤을 추고 있다. 나 또한 그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기분이 매우 좋아 노래 한 곡을 뽑아본다. 역시 이럴 때는 대중적인 국가가 최고라며 자랑스럽게 집게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노래를 부르자 그가 나를 쳐다본다.
“어어- 벨쪄 홀둔이 두 명이네?!”
허이고, 잘생겼소. 엄청나게 잘생겼네. 두 명의 벨져 홀든 중 한 명의 얼굴을 만지작거리자 잘생긴 미간이 또 찌푸려진다. 비틀거리면서 의자 위에서 일어나 그의 다리 위로 앉자 그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까는 조금 추운 것 같았는데. 여기 앉으니까 따듯하다. 음, 좋아.
“야. 그 나이에 미간에 그렇게 주름 쓰면 나중에 할아버지 되면 어쩌려고 그래.”
미간 펴, 미간. 꾹꾹 그의 미간을 힘주어 엄지 손으로 누르자 그가 ‘야? 하, 참나.’ 하고 어이없는 실소를 날리는 것이 또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놈의 입!!!!”
그의 뺨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양손으로 꼭 붙들어 쥐자 그가 당황한 듯 내 팔목을 붙잡아 온다. 힘도 좋아라. 나도 질 수 없어서 그의 얼굴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자 그가 나지막이 ‘죽고 싶나.’ 하고 또 입을 연다. 이놈의 못된 입.
“바르고 고운 말을 쓰시오.”
“뭐?”
정말로 죽이기 전에 이거 놔라. 놓으라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그의 양 뺨을 감싼 손을 놔 주었다. 짜증 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나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어어, 또 천장이 춤을 춘다!”
“...술버릇 하나는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군.”
나와라. 갈증 나니까. 물이라도 마셔야 답답한 게 풀리겠군. 차라리 그냥 졸리다 할 때 재워버릴걸. 그의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확 들었다. 갈증? 여기 술이 있잖아. 그에게 말없이 술병을 잡아 흔들어 보이니 그가 한숨을 쉬며, 이거 말고. 하고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한다. 기다려봐. 갈증 난다 했잖소. 잔뜩 꼬인 혀가 제대로 그에게 나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하는 것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벌컥벌컥 와인병의 입구에 입을 대고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입안에 머금었다.
“...이봐, 미쳤-.”
저놈의 못된 입. 정의의 사도가 심판해주지. 병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그의 뺨을 다시 짝 소리 나게 양손으로 붙잡고는 못된 입을 봉인해 버렸다. 부드럽고 따듯한 입술. 좋다. 조금만 더. 못된 입이 다시 뭐라 하려는 듯 입을 열자마자 그가 갈증 난다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의 입안으로 와인을 흘려 넣어주자 차마 다 마시지 못한 미적지근 해 진 액체가 그와 나의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깝게. 그의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와인을 핥아 올리며 다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모진 말을 하던 그 입도 조용해 졌다. 가만히 아까운 와인을 흘린 그 입술을 맛보며, 혹시나 남아있을까 고개를 기울이며 그의 입안에 천천히 혀를 넣어 보려 시도했다. 잠깐 턱 좀 핥은 사이에 닫힌 입구. 재촉하듯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허락을 구했다. 저기, 문 좀 열어 주시오. 아무리 입을 맞추어도 열릴 기미가 없는 그 문에 입술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문 열어 주시오.”
“...싫다면?”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소.”
“공손히 부탁하면. 열어줄지도 모르잖아?”
“공손히?”
그래. 공손히. 그는 어딘가 웃는 것 같기도 했다. 가만히 그의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대고 노크를 두어 번 해 보았다. 똑똑 소리가 나지 않는 문에, 결국 내 입으로 ‘똑똑-.’ 하고 노크를 하자 그가 입꼬리를 올린다.
“들어가도 되겠소?”
“암호를 대라.”
“뭔 놈의 문이 이렇게 까다롭소?”
미간을 찌푸리며 불평을 통하자 그가 낮게 웃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 이거 혹시 그건가! 알리 뭐시기 도적 단의 동굴에 들어가기 전에 외친다는 그말. 자신 있게 열려라. 참깨!를 외치자 그가 ‘틀렸다.’ 하고 대답해 온다.
“참깨가 썩었나 봐.”
“...제대로 된 암호 좀 대봐라.”
“음... 이거, 이거면 그 문은 잘 열리던데.”
간절한 눈빛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과장님. 서류에 잉크를 쏟았습니다. 그게 스폰서 거네요.’ 그렇게 말하자 그가 그건 과장이라는 사람의 사무실 문인가? 하고 물어온다. 똑똑한 문이로군.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것도 틀렸다.”
“안 열어.”
“한 번 더 시도해봐. 아까 네가 그렇게 주구장창 말했던 단어 있잖아?”
주구장창 말했던 단어?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뭔가 떠오르는 게 있나. 어지러워서 잘 생각이 안 난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고민에 빠졌다. 내가 뭐라 했더라. 기억이 안 나. 그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도리질하자 그가 아프다며 내 이마를 밀어낸다.
“아!”
그의 이마에 다시 이마를 퍽 부딪치자 그가 낮게 신음하며 나를 노려본다. 그런 그의 눈빛에 나는 눈을 휘며 웃어 보였다.
“사랑해?”
“.....”
문의 입구는 말없이 열려, 내가 먼저 입구로 들어가기도 전에 나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문 안쪽의 뜨거운 무언가가 내 혀를 옭아 매는 것에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숨쉬기 힘들다. 가끔 입으로 거칠게 숨을 토하지만,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문이 자꾸만 나를 침범해 온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
나도 모르게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눈이 점점 감긴다. 휘청하고 뒤로 넘어가는 풍경을 누군가 붙들어 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꽤 기분 좋게 깊은 잠에 빠졌다.
*
“......”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상을 비추는 따듯한 햇살덕분에 눈을 떠버린 나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해 버렸다. 어느 놈이지? 많이 마시면 분명 필름이 끊긴다며 외치고 다녔던 놈이 분명 있던 것 같은데. 전혀 아니잖소. 떨리는 눈으로 나는 아침을 비춰주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일어나려 하자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마냥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
힘들다, 힘들어.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이며 창문을 바라보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3cm 앞 정도에 있는 파란 눈동자에 눈을 깜빡였다.
“......”
“......”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시선을 내려 파란 눈의 주인공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피딱지가 살짝 내려앉은 입술. ...저기에 내가 어제... 거기까지 생각하자마자 얼굴이 확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의 눈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눈을 질끈 감자 더 예민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어제 일-.”
“기억이 안 나오!!”
버럭 소리 지르듯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선수를 치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내가 왜 여기 누워있지? 괜한 너스레까지 떨어가며 손짓 발짓으로 완벽하게 숙취한 남자의 흉내를 선보이자 그가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따가운 시선이 나를 쫓아오는 것에 저절로 목이 바싹바싹 말라오기 시작한다. 긴장 때문에 이미 내 숙취는 하늘나라로 떠난 지 오래.
“정말 기억나지 않나?”
“으응, 정말 기억 안 나는걸. 내가 어제 실례라도 했소?”
여전히 그의 시선을 회피 한 체 이불 시트를 꾹 쥐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내 잠시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가, 침대 밖으로 벗어나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시트와 옷이 마찰하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는 것에 그쪽을 바라보자마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왕이면 기억하는 편이 좋아.”
그는 서랍 속에서 내 지갑을 꺼내 반짝이는 은색 명함을 뽑아내고는 어제 그대로 입고 잔 셔츠 주머니 속에 넣어주고는 몸을 일으키기 전에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꺼냈다.
“내가 한 달이나 고생할 필요가 없게끔.”
그대로 ‘그럼, 씻어라. 씻고 나서 어제 하던 작업도 마저 해 놓고. 아침 식사는 이미 늦었으니 점심이나 하도록 하지.’ 하고 자기 할 만만 한 체 밖으로 나서버렸다. 텅 빈 방안에 혼자 침대에 앉아 셔츠 가슴주머니에 꽂혀있는 명함을 빼냈다.
“......”
분명 저기에는 다이무스인가 뭔가라는 사람 명함이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은색의 카드에는 어느새 ‘벨져 홀든’이라는 이름이 뚜렷하게 새겨진 다른 명함으로 바꿔치기가 되어 있었다.
“......”
방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병 하나. 그가 앉았던 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침대 시트 속을 들여다보았다. 다행히도 제대로 갖춰 입고 있는 바지. 혹시나 싶어 속옷도 입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멀쩡하군.
“뭘 이런 것에 안도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질렀다. 도저히 어제의 나를 용서 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대로 죽는 편이 더 마음 편하겠다며 한참을 소리 지르다가 아직도 한참 남은 그와의 동거 기간에 한 번 더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평온한 동거는 글렀구나, 생각하며. 게다가 하루에 지갑에 든 내용물 하나라니. 앞으로 그럼 얼마나 더 해야 지갑을 돌려 받을 수 있는거지.
릭 톰슨 33살. 나의 상처는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치유되어 가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 벨져릭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져릭] 너는. (0) | 2016.01.06 |
---|---|
[벨져릭]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 (0) | 2016.01.05 |
[벨져릭] 그 해, 겨울 -2 (0) | 2016.01.01 |
[벨져릭] 그 해, 겨울 (0) | 2015.12.31 |
[벨져릭] Hello, baby. (0) | 201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