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1. 10. 00:51
작성자
you. and. me.


*내일 이어서 2편 올리겠습니다.


*벨져 성격 특이(?) 주의


*초반 설정 날조 주의


*13세 릭 등장 주의


*초반에는 3인칭 시점-> 후반에 1인칭 시점으로 변합니다.

* 2016년 1월 10일 09:24- 오타 수정 완료


“후후. 이게 바로 제 마인드 컨트롤 능력과 안개 수집 장치를 카피해서 만든.”


기운차게 기계를 한번 내려치는 마틴의 손은 제법 당차기 그지없었다. 볼 가득 흥분과 기대에 가득 찬 홍조가 돋보이는 것이 무언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갓 받은 아이와도 같았다. 물론, 이것을 바라보는 그랑플람 재단의 다른 사이퍼들의 시선은 그렇게 썩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타임머신입니다!”


“제거하지.”


티엔 정의 간단한 대답에 재단의 대표격인 브루스도 나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협적인 그 덩치에 다들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서 수군수군 거리며, 영문도 모른 채 제거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더 엄청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타임머신의 원리는 간단하다.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의 역사를 손쉽게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만 그 특정 과거가 비틀리면 현재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그 이유다.”


악용 된다면 사이퍼 자체의 존재 또한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있을지도 의문이니까. 덧붙이는 티엔의 말에 결국은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던 하랑은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고는 시무룩해 있는 마틴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려놓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믿을만한 사람에게 사용해 보면 되잖아?”


“.......”


“.......”


그것도 그러네.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모두 그 사람이 자기가 될까 봐 술렁 거리는 것에 오히려 두 남자. 티엔과 브루스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마틴은 되려 기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기본 전제 조건은, 역사를 잘 알고. 절대 미래가 뒤틀려질 만한 일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과거를 돌아보고 올 수 있는 사람이 좋겠어요.”


마틴의 말에 티엔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타임머신이면 그랑플람 재단에 장 바티스트 플람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저 상태로서는 위험하고, 일단 제대로 작동되는지만 시범적으로 운영한 다음, 좀 더 간소화된 장치로 다시 만들어서 활용하는 편이 낫겠군. 괜찮겠습니까, 브루스? 브루스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벌써 장 바티스트의 이름이 거론되어 서로 그 시험자가 되어 보겠다며 다투기 시작하는 그랑플람 재단의 사이퍼들을 내려다보며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그래. 적어도 그랑플람 재단 인원은 제외하고 말이야.”


*


“...그래서, 이걸 우리 쪽에서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건가?”


“그렇다.”


브루스가 옮긴 게 틀림없는 듯한, 날카로운 짐승의 발톱이 콱콱 박혀있는 타임머신 기계가 덩그러니 홀든가 저택의 응접실 한구석에 있는 것에 다이무스가 그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제법 늦은 시각인데다가 온 사람은 마인드 리더와, 제법 자신과 제일 대화가 잘 통했던 티엔 정. 그리고 저것을 짊어지고 온 브루스 까지 총 세 명 밖에 없다. 이중 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건 역시.


“이왕이면 이글씨는 제외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틴. 저 자겠지.


“...동의한다.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그 아인.”


마인드 리더답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으니 나오는 대답은 진실밖에 없다. 다이무스 본인은 아무래도 일 때문에 그런 여유가 없고. 이글은 가서 오히려 일을 더 치고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으니 역시 남은 건...


“벨져가 좋겠군. 물론 그를 설득시키는 것은 너희의 몫이다. 이쪽 말은 전혀 먹히지 않으니까.”


다이무스는 그 말을 남긴 채 굳게 닫쳐 있는 문 하나를 가리키고는 이내 자신의 서재로 다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


똑똑똑.


밖에서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은 기척에, 노크 소리 덕분에 잠에서 뒤척거리는 릭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침대를 보이지 않게 쳐둔 휘장을 내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밤중에 불청객이라. 침대 옆에 두었던 검을 들고는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늘 릭이, 블론디라 부르기 좋아하던 그 남자였다. 이름이 마틴이였던가.


“...늦은 저녁에, 재단에서 무슨 일이지.”


“아. 상의 드릴 게 조금 있어서. 시간 괜찮으신가요? 조금 급한 일이라.”


곁눈질로 휘장 속에 아무것도 모르고 누워 있을 릭에게 시선을 한번 주고는 ‘응접실에서 이야기하지.’ 하고 문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자, 아무래도 안쪽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방 쪽에 시선을 주는 것에 먼저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는 ‘릭씨가 안에 계신 건가요?’ 하고 물어온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 정도 나이면 여자 정도는 충분히 둘 나이다.”


“그런 것치고는.”


릭씨랑 점점 향이 닮아 가네요. 다 아는 듯한 얼굴로 웃어 보이는 그에게 주었던 시선을 돌려 응접실 문을 열자, 똑같은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다른 재단의 사람이 보인다. 이름이랑 사진은 사이퍼 프로필에서 봤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인가. 


“벨져 홀든이로군. 이름은 많이 들었소.”


릭과 비슷한 어투지만 훨씬 더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목소리의, 흰 수염을 가진 남자가 거칠고 투박한 손을 내미는 것에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 그것이 마음에 들어 손에 힘을 주고 잡자 기분 좋게 너털웃음을 짓는 남자는 어딘가 릭과 많이 닮아 있었다. 얼굴 빼고. 몸도 빼고.


“그래서. 용건은?”


그제야 악수하던 손을 뗀 남자 중에서 눈썹이 상당히 특이하게 생긴 남자가 일어나서 ...주먹을 쥔 손을 손바닥에 붙이고는 고개를 숙여 보인다. 눈썹과 마찬가지로 특이한 인사법.


“우리 재단에서 만든 기계를 사용해 줬으면 한다.”


“...무슨 기계?”


옷으로 가려져서 어디까지 검게 칠해 져 있는지 모르겠는 남자의 손은 구석에 자리한 어딘가 낡아 보이기 까지 하는 허술한 기계를 가리켰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기계다.’라. 저게 어딜 봐서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단 건지.


“...해줄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아아.”


마치 이때다 싶어서 나온 마틴의 감탄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몰려간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브루스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거리며 ‘거절당했어요. 그럼 그냥 가지고 가는 수밖에요.’하고 정말 안타까운 듯 눈도 한번 내리깔며 바닥을 보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입을 연다.


“사실, ‘어릴 적’에 하랑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계 이용자에서는 재단 사람은 제외되는 바람에 못 보게 되었네요.”


아아. 정말 아까워요. 어쩔 수 없군요, 다들 철수하죠. 마틴의 시선에 아무말 없던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실례했다며 다시금 기계를 옮기려는 것에 입을 열었다. 어릴 적이라.

“이용만 해 보면 되는 건가?”


“그럼요. 위험성도 거의 없어요. 다시 돌아오는 법은, 이 시계의 태엽을 반대로 12시에 맞춰 주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안타리우스 일 쪽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사용해 보고 연락 주도록 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틴의 손에 있던 시계를 건네받았다. 정말 사용해 주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도 이만 가볼까요. 너무 시간이 늦었네요. 하고 자신의 품속에서 꽤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고는 거의 12시를 가리키고 있는 짧은 바늘에 시선을 한번 주며 두 사람의 손을 붙잡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합니다.’ 란 말을 끝내고 느긋하게 응접실의 문까지 닫아주고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기계를 팔짱을 끼고 쳐다봤다.


“....어릴 적이라.”


밖에서 들리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 즈음, 저녁 당번을 서는 메이드를 불렀다. 릭에게는 급한 일이 있어 잠시 외출하고 올 테니. 기다리지 말고 당분간 자택에서 머물라고 전하라는 이야기만 마친 채 다시 응접실 문을 닫았다.


“릭이 33살이니.”


대충 20년 전쯤이면 뭔가를 볼지도.


기계로 다가가 그것에 무언가 주렁주렁 버튼이 달린 것을 한쪽 면에 새겨진 사용법을 바탕으로 날짜와 장소를 지정해 붉은 버튼을 누르자마자 마치 릭이 게이트를 여는 것과 비슷한 일그러진 공간이 나타난다. 릭의 것은 보기 좋기라도 하지 이건, 무언가 컴컴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에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몰라 회중시계를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두고는 검까지 챙기고 나서야 그 어두운 공간 너머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


그리고 처음 맞이한 곳은, 틀림없는 미국임에도. 어딘가 한적한 숲 속인 것에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지난번에 릭이 말해준 자기 고향이라던 지역을 정확하게 입력했건만. 게다가 이쪽은 한낮에다가 여름이다. 저쪽은 겨울인데.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군.” 


근처를 차분히 둘러보며 풀이 억지로 누워 있는 방향을 찾았다. 누군가 사람이 혹시라도 지나간 흔적이 있을까, 보기 위해. 


*


발자국은 분명하게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풀이 엉성하게 누워 있는 자국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것이 틀림없지만. 풀이 어설프게 누워 있다. 가벼운 체중이 지나간 흔적. 흔적을 따라서 발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점점 수많은 다른 크기의 발자국이 이제는 흙바닥에 찍혀 있는 것까지 보인다. 최근에 생긴 것인데. 가만히 손을 발자국의 옆에 대 보자 손 한 뼘을 조금 넘는 크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


숲속에 애라도 있는 건가. 


생각을 마치기가 무섭게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흐트러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쪽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는 무언가.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무언가를 외치는 소리. 

한명이 아니었군. 어쩐지 엇비슷하게 크기가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양한 발 크기에 뭔가 싶었는데 이 근처에서 애들끼리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은 찰나 이쪽을 향해 뒤만 보고 자신을 쫓아 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와 부딪혔다. 물론 보고서도 안 피한 문제도 있었지만. 그 이유는. 


“으악!”


“......”


릭- ! 저기 있다!!! 저놈 잡아!!! 넘어진 아이를 쫓아오는 다른 아이들의 손에서는 엉성하게 만든 목검이 잔뜩 들려 있었고 이쪽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쫓아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나뒹굴어 진 아이는 성인 남성에다가 안 그래도 신체 강화 능력자인 나와 부딪혔으니 제법 아플 법도 한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참 옷에 묻은 흙을 털고 나서야 아이는 자신과 부딪힌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고작 해 봐야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 지금도 아주 부드럽다 느꼈지만, 어린아이 특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이빨 요정님! 살려 주세요!”


그래. 이빨요...


......


“뭐?”

“얼른요!”


무시무시한 놈들이 쫓아오고 있어요!!! 반쯤 울먹거리며 내 바지를 붙잡고 이빨 요정 운운하는 어린 릭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다. ...이게 진짜 릭인가. 흙먼지가 묻었지만, 면으로 만든 검은색 반바지에, 어린아이답게 니삭스. 게다가 검은 가죽 신발에, 하얀 반소매 셔츠 위로 보이는 멜빵이라. 게다가 목 부분에 타이 대신 매고 있는 굵은 검은 면 재질의 끈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나. 너는 생각대로 제법 귀여웠다.


“...요정님?”


“......”


자꾸만 릭의 머리 위로 손이 가려는 것에 미간을 좁히고 있자니, 어느새 가까워진 아이들의 ‘저기 있다!’ 하는 함성이 더 가까이서 들리기 시작한다. 릭도 그걸 느꼈는지 작은 몸을 움찔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에, 조심스럽게 릭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가벼워.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일단 피하고 봐야 하나.


“어디로?”


“일단 어디든 도망치고요!”


그래. 정말 다급해 보이는 릭의 말에 릭의 몸을 들어 올리자 아이답게 동그랗게 눈이 커지더니 달라진 시야에 제법 기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꽉 잡아라. 어.. 어딜요? 어디든. 어정쩡 하게 안겨 있다가 이내 마주 보는 자세를 취한 릭은 내 목덜미를 힘주어 껴안았다. 아이 특유의 달콤한 우유 향이 나는 것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괜히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할까 두려워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달리는 것 뿐이었지만.

“우...우와! 빨라!! 빨라!!!”


멀어져 가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 보이며 웃는 목소리를 내는 릭은. 어쩐지, 지금이나 미래나. 변함없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


“으하하 하. 이제 쫓아 오지 못하겠지!”


여전히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체 내려올 생각이 없는 릭의 엉덩이 부분을 손과 팔로 받쳐 주며 한참을 그렇게 시내 길을 걸었다. 숲 속과 시내는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금방 숲 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슬슬 저물어 가는 하늘이었다. 아무래도 얼른 릭을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은데. 


“역시 요정님이야. 제가 어젯밤에 이를 베개 밑에 넣어 뒀는데. 가져가셨나요?”


“... 왜 나를 요정이라 생각하는지부터 물어보고 싶은데.”


내 목소리에 릭은 내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빼내고는 내 볼을 붙잡고 이리저리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우물거리듯 내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지만, 이렇게 예쁜 사람은 요정님밖에 없을걸요.’ 하고 대답하는 것에 표정을 굳혔다.


이대로 가다간 범죄를 일으킬지도.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분명 대충 이렇게 생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과 현실은 매우 달랐다. 여름인데도 뜨끈하게 살 위로 느껴지는 아이의 체온은 놓치기 싫은 것이었다. 

“...요정님은 어디서 살아요? 요정 나라?”


“...그래.”


처음에는 이름을 알려 주려 했지만. 그랬다간 아이의 호기심답게 내 이름에 대해서 자기 부모에게 물어보고는, 홀든가 라던지. 여러 가지 현재의 나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몰랐다. 그것이 미래의 상황을 바꿔 버릴지도 모르니까. 아예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인 편이 훨씬 안정적이니까. 


“아이들에게는 왜 쫓기고 있던 거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없다길래, 저도 모르게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쳐줬거든요.”


어릴 적의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던 것 같았다. 왜 미래의 너는 어릴 때처럼 과감하지 못한 걸까.


“요정님, 산타 할아버지는 있지요?”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여전히 내 볼을 잡고 환하게 웃는 릭의 볼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대어 보았다. 아이다운 부드러운 살. 체 솜털이 가시지도 않은 것인지 자꾸만 입술이 가는 것에 릭이 입을 맞출 때마다 간지럽다며 웃어버린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인지 때맞춰 울리는 릭의 배꼽시계 소리가 들려서야 나는 입술을 뗐다.


“배고픈가?”


“...조금요.”


어딘가 부끄러워 보이는 릭의 표정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사 주고 싶어도 화폐 단위가 바뀌었을지가 고민이었고, 요정이 돈을 꺼내서 값을 지급한다는 것부터가 아이의 환상을 깨게 될까 봐. 산타도 믿는다는데, 요정이 마법도 못 부리면 아이 딴에는 생각보다 실망일지도 모르겠다며 나와 어울리지 않는 고민을 하던 찰나 이제는 졸린 것인지 눈까지 비비는 네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집을 말해라.”


“으응, 그렇지만 데려다 주시면 바로 가실 거잖아요?”


“......”


“그럼 안 말할래요.”


어릴때의 너는 영악했다. 미래의 릭이 조금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가지 않겠다. 정말로요? 그래. 정말. 릭은 내 대답에도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을 해 보이며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것에 나는 뚫어져라 새끼손가락을 쳐다보았다. 

“...뭐하는 거지?”


“약속이요!”


“.......”


같은 자세로 새끼손가락을 릭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반대쪽 손을 들어 올리고는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자니 릭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새끼손가락 거는 거 몰라요?”


“...알지만. 먼저 하는 게 예의다.”


그런가. 너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내 새끼손가락을 열심히 작은 손으로 굽히며 내 새끼손가락의 절반 조금 넘는 새끼손가락으로 고기를 걸고는 두어 번 흔들었다. 알 수 없는 노래까지 부르며. 


“그럼 약속했으니까 오늘 저랑 같이 자는 거죠?”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는 걸로 아는데.”


릭은 ‘바로 가지 않는다.’에 는 이미 ‘저랑 있어준다.’ 가 들어가 있다고요. 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쪽에서 거절하면 아이인 릭이 어떻게 손 쓸 도리는 없겠지만.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린 릭을 상대로 이길 생각도, 마음도 들지 않는 것에 그저 한숨을 쉬고 집 가는 길이나 알려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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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짜 인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bl 게임 중 어이쿠 왕자님 에 우리 아드님께서 릭이랑 판박이네요.. 릭 13세 그림이나 그릴까 하다가 불현듯 떠올라서 올려 봅니다.. 참.......



ㅎ 벨져도 있음 (우기기)




용족으로 나와서 그런지 더 좋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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