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5. 12. 30. 02:11
작성자
you. and. me.


*해당 글은 [정 산 @Johnnameotzim] 님과 합작으로 쓴 글입니다. (존나멋진 아이디..아이디를 천천히 읽어보아..)

*다이무스 분석 후 다이무스의 탬에 붙어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 [제발 속시원히 말좀 해. 답답해.] -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이글.

 - [그와 대등하게 칼을 겨눌 자가 없다고? 나 있잖아 나.] - 다이무스의 동생 이글.

 - [다이무스 캐릭터 프로필 중] = 관계 : 말을 극도로 아끼기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묵직한 힘이 있다. 특별히 개인적인 교류가 없더라도 그의 인간관계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동생 이글은 제외다. 다이무스에게 유일한 약점은 이글의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처의 이유 날조 주의.

*약수위 17금 정도의 씬 묘사 주의. 



- 2015. 12. 30 - 문맥 1차 수정 완료 (오전 11시 57분) 

-> 다이무스와 이글 수위씬 부분 도입부 수정/ 초반 부분 일부 문맥 수정



검을 들어라.”

 

“......”

 

녀석은 너무나도 어렸다. 그때의 나는 10살이었고, 녀석은 5. 기껏 해 봤자 내 가슴팍 근처도 닿지 않으면서 굴하지 않겠다는 듯 나를 씩씩 거리며 노려보았다. 흙먼지가 잔뜩 묻어 너저분한 연습복에도 아랑곳 않고 이름 그대로, 마치 독수리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아주 탐스러운 먹잇감을 노려보듯, 인중에 흘러내리는 땀을 혀로 핥아 올리고 다시 목검을 나에게 들이 대었다.

 

너는 갈수록 성장해 가고 있었다.

 

좀 더 자라자 검술 선생이 따로 와서 가르쳤다. 너와 나의 검술은 달랐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늘.

 

! 검술 알려줘.”

 

나를 찾았다.

 

 

*

 

 

?”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눈을 뜨기는 싫었다. 눈을 감는 순간만큼은 네가 아닌 것으로 취급 할 수 있었으니까. 홀든이란 가문의 이름 따위는 사라지고 오롯하게 남과 남이 만나듯, 이글과 다이무스로 있을 수 있었으니까. 머리카락을 풀어 내렸던 건지, 잘 관리하지 않았을 텐데도 제법 부드럽다 생각될 머리카락이 뺨을 스치며 간질였다. 분명 내 의자 뒤로 온 녀석이 고개만 내민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테지.

 

, ?”

 

안잔다. 잔다고? 으응, 잘 자~ 내 꿈? 청개구리 같은 녀석이 따로 없다. 안 잔다고 대답을 해 줘도 잔다고 확정지어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너다웠다. 눈을 가만히 뜨니 어느새 내 앞으로 돌아 와 의자 팔걸이에 양 손을 올린 채 얼굴을 들이민 녀석의 얼굴이 바로 보인다.

 

“...뭐하는거냐.”

 

아무것도.”

 

웃어보이는 녀석의 눈가가 신경이 쓰인다. 나와는 다르게 오른쪽 눈을 가로지르는 상처.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녀석의 상처 자국을 더듬어 보았다. 가만히 한쪽 눈을 감고 이쪽을 쳐다보는 녀석은 어릴 적부터 유난히 나를 따르곤 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집착하듯 애정을 요구했다. 어느 날인가, 홀든가에서 유일하게 벽색 눈 계통이 아닌 나에게 사람들의 입소문이 오르내리자 녀석은 대담하게도 칼로 자신의 눈가 근처를 그어버렸다. 피에 물들어가는 녀석의 눈은 이내 파란색과 섞인 듯 진득한 갈빛을 빛내는 것 같았다.

 

나도 이제 형이랑 똑같네, 그렇지?’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까지 증명하려 들지 않아도 난 내가 떳떳한데. 전혀 알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다 녀석의 손에 들린 검을 그대로 들어 내 뺨에 녀석의 상처 모양과 같은 문양의 검상을 그었다.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내 손으로 옆으로 한 번 더 상처를 내 십자가 모양의 상처를 만들어 냈다.

 

똑같지.’

 

녀석과 나는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것에 개의치 않고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무한의 신뢰. 나만을 바라보는 눈. 어느새 그 작은 녀석이 벌써 순식간에 커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옛 추억이나 떠올리며 아무런 말없이 상처를 매만지자 녀석이 화가 난건지 미간을 좁히며 내 손을 잡고는 책상 위에 서류를 아무렇게나 구겨도 상관없다는 듯 앉아버렸다.

 

말 좀 하지? 그렇게 입 꽉 다물고만 있으면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 거짓말은.

 

녀석은 소리 없이 그렇게 입만 뻥긋 거리며 말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녀석은 확실하게 하나하나 또박 또박 말하듯, 입을 움직였다. 거짓말이잖아, 방금. 내 손을 놓치지 않을 양 세게 잡아 쥐고는 마치 고결한 무언가를 대하듯 굴어버리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 주자 손바닥 곳곳 딱딱하게 붙어 자리한 굳은살에 입을 맞추었다.

 

무슨 생각하냐니까, ?”

 

손바닥에 입술을 때고 나에게 물어보는 녀석에게 나는 다시 답해 주었다.

 

입술.

 

아무생각도.”

 

저 입술도 나를 위해 내 입술 위로 내려앉을 것인가.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야? 또 거짓말을 해버리면 어쩌자는건데?

 

솔직한 적이 없지, 형은. 대답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건지 잔뜩 오만상을 내며 투덜거린다.

 

*

 

녀석의 침실은 따로 없었다. 부모조차 못 말리는 녀석의 행동은 이미 그녀석이 어디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는지에서부터 나타나니까. 회사에 협력하고 있는 우리 가문과는 달리 녀석은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비웃음을 날리고 연합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정말이지 잡을 수 없는 독수리 한 마리와 같았다.

 

그것은 생각보다 나를 불쾌하게 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너는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술을 마시고,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다른 사람과 체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류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날 이후 나는 너를 다시 홀든가에 들어오게 했다. 지하 연합에서 뭘 하든 상관없다는 조건 하에, 너의 침실은 사라졌고, 너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와서 자게 되었다. 오히려 너는 이 모든 것을 예상 했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 내가 다른사람이랑 어울리는게 싫어?”

 

가문의 수치스런 오점 단 하나조차 남길 여지를 없애는 것 뿐이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커다란 침대위에 나와 녀석이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같이 누워서 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게 엇나갔다.

 

, 또 거짓말.”

 

달빛 하나만이 내려앉은 방 안은 여전히 무겁게 어둠을 누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녀석의 눈동자는 새까만 밤인 것이 무색하게도 빛나고 있었다. 어둠이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빛을 내던 것을 따르듯 붙자 입술이 맞닿아. 녀석의 허리 너머까지 길게 풀어 헤친 머리카락이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에 시선이 흐른다.

 

밤은 그런 시간이었다.

 

마치 눈을 감는 것과 같이.

이글과 다이무스. 형제가 아닌 남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

 

가만히 녀석의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대자 낮은 비음이 입 새로 흘렀다. - 이라며 괜히 애태우듯 부르는 목소리에 감정이 앞서나가며 참을 수 없는 독점욕이 밀려온다. 네 다리사이를 자리하며 몸을 고정시키자 빛을 담던 눈이 내 쪽을 바라본다. 거절할건가? 내가 아는 너라면 진작 내 배를 발로 차든. 밀어치는 식으로든 한참 전부터 벗어났겠지만. 괜히 떠보듯 물어오는 것에 오히려 너의 눈은 할 수 있어?’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도발을 하려 들었다.

 

빠져 나가려면 지금 뿐이다.”

 

그래도 우위는 내게 있었고. 여전히 마주한 눈을 떼어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선택할 권리를 주지. 방은 얼마든지 있고, 나가는 것도 자유다. 그래? 그럼 갈게. 진심 하나 담기지 않은 웃음을 짓곤 나서는 시늉을 하자 녀석이 늘 하던 말을 꺼냈다. 거짓말하지 마라. 하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진심인데? 라는 대답을 던지자 본능을 꺼트리곤 이글의 옆으로 다시 내려왔다. 부풀어 오른 앞섶이 거치적거렸으나 그것보다 더 걸리적거리는 내 옆의 네가 나가기를 기다렸다. 눈을 감아버렸는데 곧 이어 들려야 할 발자국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뿐 더러 다시 눈을 떠도 아무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겁이 늘었어. 그렇지? 다이무스.”

 

이불 시트자락이 부드럽게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며 네가 내 위에 올라탔다. 커튼처럼 부드럽게 빛을 내며 흐르는 머리카락을 하프 연주하듯 끌어내리자 손에 머무르듯 떨어졌다.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리자 잔 생채기가 가득한 네 상체가 드러나는 걸 그저 훑어내듯 바라보았다.

 

형이야 말로 빠져 나가려면 지금 뿐인 거 같은데. 형 생각은?”

 

바라보는 시선을 분산시키곤 내 입술 위로 포개듯 입을 맞추며 귀를 녹여버릴 듯 말을 흘린다. 지금 뿐이야, 다이무스. 잘 결정하라고? 라는 말이 끝나지도 않은 채 그대로 가두듯 반대로 제 아래에 눕게 만들어 버렸다. 그 후로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짐승마냥 정신없이 너를 탐했다. 완전히 헤집어진 네가 끈적하게 묻어나는 땀과 녹아내리며 그만하라 하더라도 내어주는 손길과 입은 멈추질 않았고. 침대 위에 정사의 흔적과 너와 나의 숨이 흩어져 엉키는 게 보인다 할 정도로 서로를 가둬안으며 어둠을 거두어가는 해가 떠올라 침대를 밝혀도 네 목의 꽃 같던 자욱들이 완전히 피멍이 드는 것처럼 보랏빛으로 변할 때 까지 나는 너를 탐하고, 또 탐했다.

 

 

*

 

 

, 이 몸으로 검 들게 하는 거 좀 너무하네.”

 

허허벌판이라 해도 믿을 너비의 훈련터에서 서로가 마주했다. 얇고 하얀 천 뒤로 지난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비치는 것에 미간을 구겼다. 말없이 늘 쓰던 진검을 뽑고 한 손으로는 들고 있던 그의 검을 내밀자, 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검집 채 받아내 서슬퍼런 모습을 내며 뽑아낸다.

 

그냥 단 둘이 오붓하게 검술 연습이나 하자는 건 아닐테고?”

 

“......”

 

형 그렇게까지 솔직하지 못하다는 걸 어필할 필요는 없잖아, 침대위에서만 그럴 작정인 건 아니지?”

 

보란 듯이 목덜미를 젖혀 보이는 녀석의 몸에 방심하지 말라며 검을 찔러 넣으려 하자 빠르게 옆으로 피한다. 보름달 베기를 하려 자세를 굽히자 너 또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나를 따른다. 자연스럽게 이어가듯 장작 베기 자세를 취하자 너는 일말의 오차도 없이 나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 했다.

 

, 봐라. 이글. , 내가 가르쳤다. 너의 모든 것. 검술 하나하나 까지 다-. 내가.

 

터지듯 다시 피어오르는 지독한 독점욕을 압박했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능청스레 웃어버리는 녀석의 표정에 힘 빠진 웃음을 흘렸다. 방심하지 말라며 곧 장 나에게 빠르게 도약해 오는 기척에 서둘러 검을 세로로 들곤 방어 태세를 취하지만 이미 숨이 닿을 만큼 붙은 네게서 묻어나는 향에 무너지듯 자세가 흐트러진다.

 

내가 쓰는 향.

 

잘 봐, 다이무스.”

 

넘어지려는 찰나 빠르게 몸 위로 올라타고는 뺨을 스치기 직전까지 아슬한 틈을 남겨 검을 찔러 넣는 너는.

 

형 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의 지독한 약점이였다.

 

그래, 영 쓸모 없는 훈련을 단 둘이 하려 한 이유가 뭔데?”

 

이글 홀든.”

 

부르기 직전 틈으로 숨을 흘리곤 이름을 담아내자 지금이라도 말하려나 싶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힘을 주었다.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녀석과 눈을 마주한 채 말을 이어.

 

네가 듣고 싶은 말이 뭐냐, 이글.”

 

매듭짓듯 끊어진 물음에도 나를 내려다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의 말 많은 녀석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

 

, 내가 의도한 거지만 내 눈 한 쪽도 형 거고.”

 

내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뺨을 매만지게끔 하는 이글의 행동에 나는 숨을 들이켰다. 묵직하게 눌리는 네 무게가 현실이라는 걸 알게 한다. 천천히 가늘게 눈을 뜨곤 이내 옆에 꽂아 두었던 검에 시선을 옮기자 덩달아 서슬퍼렇게 빛나는 날을 주시했고, 자세를 숙이듯 붙여 귓가로 작게, “검술도 형한테서 배운거고라는 말을 흘린다.

 

갑자기 자세를 다시 올려 자신의 가슴 위로 내 손을 얹더니

 

, 내 몸도 형 거잖아. 안 그래? 이제 솔직해 질 때도 된 거 같은데, 나 다이무스 홀든은 이글 홀든을 사랑한다~ 라고 말이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너는 역시 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

 

그 일이 있은 후로도 며칠이 지났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녀석은 여전히 본인답게 다른 사람에게 당당히 말하고 다니곤 했다. 저 천하의 다이무스의 검을 대적할 상대가 누가 있겠냐 하는 사람에게 내가 있잖아?’ 라고. 이건 그저 단순한 자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로 자신의 두 번째 동생 벨져가 아닌 이상 내 호적 상대는 이글 밖에 없었으니까. 누구보다 빠른 발도술과, 모든 걸 뱀처럼 끌어다 단 박에 숨을 끊어 베어버릴 것 같은 긴 검.

 

?”

 

나는 너에게 처음 검을 맞댄 순간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 다이무스. 방금 웃었어?”

 

아니다.”

 

아냐, 방금 뭔가- 형 얼굴이 되게 흐뭇하다는 얼굴이었다니까. 뭔데, . 말 좀 하고 살래도?”

 

남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할 미세한 표정 변화에 네가 성큼 다가와 씩 웃어 보인다.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와 같은 웃음. 어릴 적에는 좀 더 귀여운 면모가 있었던 것 같은데. 녀석을 품에 안아내자 예전과는 다르게 근육이 단단하게 잡힌 몸이 품에 들어온다. 싫지 않았던 건지, 이글도 마주 안아오는 것에 다시 한 번 바람 빠지는 소리를 흘리며 입에 호를 그리자 녀석이 또 고개를 비집고 들어 눈을 마주한다.

 

또 웃었네, . 방금.”

 

안 웃었다.”

 

, 진짜 거 코앞에 있어도 되도 않을 거짓말을.”

제발 티 낸 거 감추지 좀 마. 왜 맨날 행동은 잘 하면서 말은 또 드럽게 안해요. 이글의 투정이 끊이질 않자 말없이 녀석을 품에서 풀어내고는 난잡하게 흐트러진 서류들을 정리한 후 의자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방에 들어 온 너는, 그렇게 내 옆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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