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벨져, 그대에게.
그대에게 벌써 두 번째 편지를 쓰게 되었소.
이렇게 편지를 자주 쓰는 남자는 아니었는데, 그대를 만나 조금씩 더 감성적이게 되어 가는게 아닌가 싶소.
당신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내 옆에서 곤한 잠을 취하고 있소. 당신은 잘 모르겠지. 잘 때의 당신에게 얼마나 입맞춤을 해 주고 싶어지는지 말이오.
그대의 입술에서 릭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비로소 내가 릭이 되고,
그대가 사랑한다, 좀처럼 잘 해주지 않던 그 말을 해줄 때 비로소 내가 그대의 사랑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
그대 입술에서 비로소 내가 완성되어지는 것에, 그 입술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 질 때가 있어.
그대를 보면 볼수록 자꾸 옛날이 생각나.
사실은 그대에게 처음 내밀었던 그 꽃이, 그대에게 무거운 짐이 될 거라 생각은 못했던 사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대에게 너무나 미안해. 큰 짐을 안겨 주어서. 그대가 날 선택 해줄거라 생각도 못하고, 그렇게 건낸 내 꽃이 그대와 나의 첫 사랑의 발판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소.
그대를 매우 사랑했지만,
그대가 나에게 돌려보낼 꽃과 함께 건낼 이별의 말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그때의 난 당신을 매우 좋아했지.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거라 장담하고 있소.
그대가 그때 그 꽃을 받아 주었기 때문이지.
영화나 감동적인 로맨스 소설에서 등장 할 법한 이야기들처럼,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당신을 대입해 보고, 그대가 언제 올까 기다려지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오늘은 어떤 대화가 그대를 즐겁게 해 줄까, 하고 이야기 거리를 늘 생각해 보곤 하는 그 일상들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그대, 내 장난 하나에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 주고 가장 많이 웃어주었던 그대.
그대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감기처럼 옮아가고 있음을 느꼈소.
그대가 좋아하던 것이, 내가 좋아하던 것이 되어가고. 내가 좋아하던 것이 그대가 좋아하는 것이 되어 가고.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하나 하나가 그렇게 짧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앓아 가고 있던 거겠지.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대 입술에 잠시 입을 맞추었소.
이 편지를 읽을 때 즈음 그대는 매우 화를 내겠지. 울지도 모르겠소.
이것이 그대와의 마지막 입맞춤이 될 거란 생각 때문에.
그래, 그대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에는 나는 그대 곁에 없겠지.
사랑하는 그대. 그대는 좀 잘 먹을 필요성이 있소. 식사는 제 때에 챙겨야 하는 법이오. 알겠지? 그대가 가리는 것 없이 먹는 것이 참 좋아서 다행이오. 식사 시간만 제 때에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리고, 저녁에 너무 일 때문에 늦게 자지도 말고. 그대가 하루쯤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상사의 역할 인 것을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 부디 조금은 그대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좋아. 그대가 모든 짐을 다 짊어질 필요도 없잖소.
아, 그리고 그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소. 그대에게 거만하게 구는 놈들은 내가 꼭 밤마다 쫓아가서 그 잘난 얼굴을 흠씬 두들겨 주겠다고 말이오.
가을 저녁과 겨울은 매우 서늘하니, 꼭 옷을 두텁게 입고.
그대가 좋아하는 홍차와 커피는 늘 사던 집에 말해 주었으니, 그대 이름만 대어도 그대가 가장 좋아하는 차를 익숙하게 받을 수 있겠지. 그 집 사장님은 장난을 잘 치니 꼭 잔돈을 잘 확인 하시오. 돈 그거 몇 푼 안된다, 그렇게 생각 하지 말고. 꼭.
세탁은 역시 샬럿, 그 아가씨가 있는 곳이 제일 잘 해주니. 꼭 아가씨에게 팁을 주는 것을 잊지 말고.
편지까지 잔소리가 심해서 미안하오. 그대는 늘 말이 많다고 무어라 했지.
그래, 이쯤 줄일까.
그래도 조금 슬퍼지는 것은 당신에게 이제 그 흔한 잔소리 한마디도 못하고, 그대에게 사랑한다 말해 줄 수도 없어질 거란걸 생각하니 조금, 슬퍼져서.
아, 조금은 울 것 같아.
사랑하는 그대.
좀처럼 왜 당신이 사랑한다, 자꾸 말해주지 않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소.
마치 떨어져 있을 때 가장 그리운 법 인 것처럼.
그대의 사랑이 꼭 그래.
꼭 닮았소.
그래도 내일은 욕심내어도 되겠지.
그대 사랑한다는 말 , 조금은 욕심내어도 되겠지.
사랑해, 벨져. 사랑하오.
그대가 말해주지 못한 만큼.
내가 더 그댈 사랑하겠소.
고마워, 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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