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작성일
2021. 8. 14. 18:26
작성자
you. and. me.

♬ 이 책은 Yes24 서평단 합격을 통해 제공 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즈음 육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하관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오은영 박사일 것이다. 한번은 오은영 박사가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의 자료화면을 보고 이야기하려던 찰나에 부모 중 한 명인 어머니 쪽을 따로 모시고 별도로 이야기를 시도해 보려는 장면이 있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자료화면 속, 아이의 어머니와 그 언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어머니의 아픔을 포착한 것이다. 그렇게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치료에 앞서, 어머니의 아픔을 먼저 치료해 나가기 시작한다. 오은영 박사는, 왜 아이의 아픔에 앞서 어머니를 먼저 치료하고자 했던 것일까.

 

저자 `클로드 안쉰 토머스는 10대 후반에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어 수많은 훈장과 상을 받은 전쟁 영웅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끊임없는 전쟁의 삶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나날이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 사는 여성 사회사업가로 인해 불교에 대해 접하기 시작하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대해 소제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순서를 정리하였다.

 

`전쟁의 씨앗`에서는 자신이 10대에 겪었던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말하며 자기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이라는 씨앗이 심어지는 과정에 대해 실감 나게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하며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후로는 `촛불`을 인생에 비유하며, 뜨겁게 자신을 녹이며 불타오름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밝히는 모습을 자기 삶에 빗대어 말하기 시작한다. 이후 `마음 챙김의 종소리`, `다리를 폭파했다면 다시 지어라`, `그저 걷기`,` 평화를 찾아서` 등을 통해 스스로 불교의 신자인 비구로서 살아가며 수행했던 방식들을 덤덤히 이야기한다.

 

(중략)

더구나 내 마음속에서 전쟁은 아직 멈추지 않은 상태였다.

접촉하는 모든 것이 전쟁을 떠올리게 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사람들은 나의 고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주지 않았다.

-45p-

 

 

10대의 치열한 전쟁을 보낸 대가를 받기도 전에, 그는 오히려 사람들의 냉대를 마주해야 했다. 전쟁 속에서 스스로 느꼈던 공포와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도 아무도 그에 대해 이해해 주거나, 노력해 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대며 하루하루를 불안과 자신을 알아주려 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여내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인과 아이를 가지기까지 했으나, 자신이 겪는 극도의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양초가 타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양초 끝의 불꽃은 뜨겁고 빛나며 어둠을 그 빛으로 밝힌다.

그 이미지는 삶의 어둠 속에서 걷던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물론 그 더움은 나의 깨달음을 위해 주어졌던 꼭 필요한 길이었지만 말이다.

-59p-

 

그는 결국 심각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센터에서 치료받고 나왔다. 그러나 마음속의 늘 감추어진 감정들은 좀처럼 잘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자신을 선뜻 도와준 여성 사회사업가로 인해 불교 승려에 대해 듣게 되고,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여성이 꽂아둔 카탈로그를 통해 자신이 `죽여` 전쟁 영웅이 되었던 베트남 스님들의 참전자들을 위한 명상 수련회를 참가하게 된다. 자신이 참전 영웅이라는 사실로 인해 불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 작가는 수련회 측에 이러한 사실을 미리 말을 하고 참가를 하려 하지 않았으나, 수련회에서 주최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아무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이 말이 나의 적이었던 베트남인들의 대답이었다.

그들은 거듭 말했다.

"우리는 아무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62p-

 

어쩌면 위의 문구가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후에 자신이 베트남 스님들과 함께 다니며 배운 내용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략)

전쟁은 우리 바깥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전쟁은 우리 마음의 연장선이고, 전쟁의 뿌리는 우리의 본성 속에 있다.

전쟁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일어난다.

-77p-

 

내가 마음 챙김 속에 살지 않고 고통의 씨앗과 내 삶의 원인과 조건들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그것들이 나를 지배한다.

나는 내가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내 선택은 내 고통에 의해서 지시받는다.

-95p-

 

책 속의 저자는 고통과 마주함을 처음에는 아주 두려워했으나, 이후에는 두려움보다 가만히 쳐다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을 쓰며 스스로에 대해 `마음 챙김` 수련을 시작한다. 무의식 속에서 자신이 표출하고자 하는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 보다, 오히려 그런 상황의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자신을 성찰한다. 저자는 책의 제목을 통해 `조금 더 일찍 `나`를 만났더라면`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진정한 이해가 시작되며, 이러한 나 조차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남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한때에는 감정에 대한 기복이 심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가정사로 인한 내면의 혼돈과 분노였다. 학생일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집의 어려움이 있어도 무시하게 될 수밖에 없던 상황들과 어른이 되어서는 결국 집의 일을 위해 내 삶을 포기했어야 하는 무수한 고통을 혼자 견뎌 왔어야 했다. 그때 당시에는 이런 힘듦을 `견뎌내야 하는 것` 으로 인식해, 마주보기보다는 무시하고 회피했다. 지금에 들어선 나는, 조금 더 나이에 맞는 어린아이다운 행동을 했어도 상관없었고,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깨닫고 난 뒤로부터는 과거의 나를 질책하기보다는 이해해 주려는 마음으로 늘 되짚어 보곤 했는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과거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