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작성일
2021. 8. 3. 00:16
작성자
you. and. me.

본 책 서평은 Yes24 서평단 신청 합격을 통해 받은 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당신의 생각으로부터 지울 수 있지만 마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You can erase someone from your mind getting them out of you heart is another story."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명대사이다.

 

세상은 결국 나 혼자만이 살아가는것이 아닌, 사람들과 하나로 통하게 되는 사회 (社會)인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아픔, 고민을 겪게 될까. 돌이켜 보았을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하지만, 서로에게 내뱉는 말의 상처로 인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게 하는 수술을 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의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명소정 작가의 책 <너의 이야기를 먹어줄게>는 나에게 첫 질문을 표지에서 부터 던져주었다. 왜 작가는 <너의 '고민'을 먹어줄게> 라던지 <너의 '아픔'을 먹어줄게> 라는 식으로 책을 쓰지 않았을까? 이것에 대한 답은, 고민 상담부를 운영하기 시작하는 세월이의 상담 요청자들의 상담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책 속 주인공인 학생 '세월'이는 도서관에서 한 괴물이 책을 뜯어 먹는 장면을 마주하며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을 스스로 '화괴'라 부르는 괴물은,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며 잘생기기로 소문난 '임혜성'이라는 남자아이의 본 모습이었다. 괴물은 그렇게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 공생을 위해 세월이에게 거래를 한다. 책을 뜯어먹지 않는 대신, 이야기를 먹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만들어진 '고민 상담부'에는 많은 학생들이 찾아온다.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 했던 학생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 그리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던 두 친구가, 서로의 아픔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기억에 대한 삭제를 부탁하는 것 까지. 장소가 교실인 부분이 아니라면 우리 주변의 어른들 또한 한번쯤은 겪어본 내용들이 아닐까.

 

곧이어 고민 상담부에서는 괴물인 '혜성'이의 정체를 알아차린 '소원'이라는 친구가 들어오게 된다. 그녀의 냉철함과 곧은 성품을 통해 세월이 또한 많은 것을 느끼기 시작하며, 상담부는 그렇게 혜성, 세월, 소원. 이 세사람의 운영으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너를 위한 선택을 해. 과거도, 지금도, 미래도 모두 만족할 만한 선택을.

지금의 너만 만족할 방법을 선택하면 다른 시점의 네가 널 원망할 수도 있으니까."

-159p-

 

상담부는 상담을 통해 서로에 대해 성장을 느끼게 된다. 괴물로만 생각 되었던 화괴는 오히려 '혜성' 이라는 인간이란 존재가 더 어울릴 정도로, 이야기를 먹기보다 남을 도우려 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세월이 또한 좀처럼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기 보다는 순간의 판단에 의지했던 것 보다, 자신의 주변 친구들의 말을 경청하며 기억을 지우는 것 보다, 서로에 대한 갈등을 풀어낼 방법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말 우리의 기억은 단순히 잊혀짐으로 해결이 되는 것일까.

 

"(중략) 이야기는 혼자서 만들 수 있는게 아니야. 물론 종종 예외도 있지만, 보통은 둘 이상의 사람이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게 이야기라고. 그런데 다른 등장인물은 신경 쓰지도 않고 한 명의 기억을 갑자기 지워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중략)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거야. 그리고 그건 돌이키지도 못해. 다시 세울 블록이 없으니까."

-97p-

 

앞에서 언급했던 영화의 마지막도, 소설의 마지막도. 같은 방향으로 결말이 흘러간다. 책에서는 화괴였던 '혜성'과 상담을 했던 '세월'이 고민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가 주목했던 것은 '기억을 잃어도 자신의 결정은 자신이 내리게 된다.' 라는 점을 주목하고 싶었다. 또한, 기억을 지워도 마음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점이 가장 좋았다.

 

SNS를 한번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다. 수술로 인해 마취를 한 남편이, 마취약으로 인해 부인에 대한 기억이 일시적으로 없어진 상태로 간호를 한 부인과 이야기를 한 장면. 남편은 부인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예쁘다'를 연발하며 부인을 만난것에 대해 행복해 한다.

 

"이번에는 정말 서로를 제대로 알아 갈 수 있도록."

인간과 괴물이 아닌, 그냥 이세월과 임혜성으로 시작하자.

-285p-

 

사람들은 '이야기(혹은 추억)' 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것을 추억이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뇌 속으로 저장하고 다시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쁜 추억, 좋은 추억'으로 나누게 되는것은 마음이 결정하게 된다. 나의 마음이 아프거나 슬프면 그것은 나쁜 추억이 될 수 있고, 나의 마음이 기쁘면 그것은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것이다. 혹은 이 두가지가 한번에 공존 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점들을 고려해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것이 어떻게 되었던, 우리에게는 소중한 이야기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