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책 서평은 Yes24 서평단 신청 합격을 통해 받은 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여 가수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곡이 표절되었다는 논란을 통해, 당사자의 잘못이 아닌 작곡가의 잘못임에도 많은 질타를 받아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었고, 이내 정신과 상담을 통해 자신이 이제까지 돌아보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 이후 그녀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였고, 제주도에서 자신의 일상과 예능을 합쳐 모두가 '힐링(Healing)' 받을 수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수 이효리다.
그녀는 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상담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이 궁금증의 시작으로 그녀의 인생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을 스스로 달리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다. 과연 그녀의 '우울증'이 과연 그녀를 좀먹기만 할 뿐이었나?
지금은 어쩔수 없는 시대의 역병이 돌자, 건강한 사람들의 정신에도 적신호가 왔다. 처음엔 블루(Blue)라는 우울증을 상징하는 푸른 색으로 불렸지만, 이내 사람들의 분노 까지 일으켜 레드(Red)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블랙(Black)을 느끼는 단계에 오게 되며 절망감, 처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이상 우울함이라는 감정은 특이한 것이 아닌, 일상적이면서도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나는 왜 불안한가>를 쓴 작가 겸 의사인 주응식 저자는 자신의 진료 경험에서 왔던 환자들의 복잡한 정신적 상태를 일으키는 상황을, 자신이 보아왔던 명화들과 그 명화를 그린 화가들을 통해 설명했다. 더 나아가 자신마저 혼란기가 왔을 때 도움이 되었던 철학책들을 접함으로써, 우울감이나 불안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 독자들에게도 조금 더 쉽고 입체적으로 감정 소용돌이의 다체로움을 전달하는 책이다.
책의 첫 시작은 대담하게 '죽음'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어두운 숲 속으로 사공 한 명과 하얀 옷을 둘러 입은 사람이 천천히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죽음의 섬>이라는 그림은, 작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죽음의 분위기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이후,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과연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꺼냈다. 그 예로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두 노인이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떠올리는 장면들을 보며, '과연 우리는 스스로 인생에 대해 결단하는가? 아니면 그저 남이 던져주는 형식적인 것들에 휘둘려 하루하루를 보내는가?' 에 대해 물어본다. 즉, 우리는 남들이 말하는 '긍정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부정적이 부분에 대해 너무나 무시하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한 나머지 우리의 우울한 부분마저 부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긍정성과 부정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중략)
우리 삶의 한 부분인 부정성을 무시하는 삶은 균형을 잃어버린 반쪽 삶이다.
-24p-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환자들의 사례를 곁들이며 우리가 왜 이렇게 부정적인 것에 힘들게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역설한다. 책 표지에서 보이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울함에 대해 가장 시각적인 표현을 잘 나타내는 그림이었다. <비탄에 잠긴 노인>을 보여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즉, 우리는 '불안'을 통해 '세상에 묶여 느긋하지만, 타성적으로 살아가는 나'와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난
고유한 나'를 발견하는 '현존재(인간)의 구조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중략)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왜 살고 있는 거지?' 라고 질문하는 그 순간이
나의 존재에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63p-
작가는 말했다. "예술이 무의식으로의 통로를 열어 우리를 위로한다면, 철학은 나와의 건강한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책 124p)" 고.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SNS에서 단순히 나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 그 이유가, 정말 나를 위한 일인지. 혹은 타인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수단인지를. 또, 지금처럼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이'에게 비유하며 고정되지 않은,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추구에 대해 말하며 나를 돌아보기 위해 거리를 두어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나의 아버지는 영원한 친구와 아직도 함께하고 있다. 친구의 이름은 불안장애이며, 그것은 곧 다른 친구를 불러와 우울증과 공황장애, 강박장애로 아버지를 스스로 좀먹기 시작했다. 아직도 우리 가족의 식사 시간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불안은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우리가 겪는 불안은 단지 그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아버지는 그 말에 구원이라도 받은 것 마냥 평소보다 더 잠을 깊게 잘 수 있었다. 돌이켜 보았을 때, 아버지는 병에 대해 '이겨내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지,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통해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본인에 대해 제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공생을 하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가 한때엔 나에게 '너희가 내가 겪는 감정에 대해 알아?' 하고 힘듦을 표출하신 적이 있으셨다. 만약 그때에 이 책이 있다면, 아버지가 겪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시각적으로. 감정적으로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아버지와 간단하게 음료를 마시며 이 책의 내용에서 아버지가 겪었던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아버지의 상처를 조금 더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을, 친구와 오랜 여정을 하기로 다짐한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다.
'Yes 24 서평단 - 책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금 더 일찍 당신을 만났더라면'서평 (0) | 2021.08.14 |
---|---|
'너의 유니버스' 서평 (0) | 2021.08.08 |
'꿈에서 만나' 서평 (0) | 2021.08.08 |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서평 (0) | 2021.08.03 |
'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서평 (0) | 2021.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