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Yes24 서평단 합격을 통해 제공 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금도 쭉 사랑받고 있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서 한번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다룬 적 있다. 드라마 [닥터 후]에서 주인공 닥터는 시간을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이다. 반 고흐의 내용에서는, 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명화들을 감상하는 중, 그림 속에 이상한 괴물이 그려진 것을 보고 과거로 가서 확인을 하는 것 부터 시작한다.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빈센트 반 고흐가 있던 과거로 돌아가 그와 함께 괴물을 무찌르며, 그의 우울증을 달래 주기 위해 (원래 그래선 안될 것 같지만) 빈센트 반 고흐를 자신들이 보았던 전시회, 즉 반 고흐로선 미래로. 자신들로선 현재로 데려와 그의 작품들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과, 작품을 설명하는 설명가의 칭찬을 듣게 되며 활력을 찾았다. 그때 당시의 빈센트 반 고흐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닥터 후]의 주인공들은 이 일을 계기로 우울증을 극복한 반 고흐가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을 거라 했지만, 실제로 작품은 전혀 늘지 않았다. 다만 그림 중 화병을 그린 그림에 작게 그 주인공들을 위한 그림이라는 메시지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만약, 주인공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우울함에 대한 극복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해 역사를 바꾸었다면 고흐는 더 많은 작품, 훌륭한 작품을 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우울증을 극복해 예술이 아닌 자신의 다른 역량을 알아보고 다른 사업이나 일에 뛰어들진 않았을까. 이렇게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현재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걱정이 늘 존재하는 우리에게, 마치 [닥터 후] 에서 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다가와 이끌어 준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책 <너의 유니버스>는 미래에서 왔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하는 '박람'이라는 학생과,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학생으로서 늘 부모님과의 학업 문제로 인한 다툼에 힘들어하는 '양지훈'의 학교생활 밖의 이야기와, 각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짧지만 감명 깊게 나타낸 책이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박람은 지훈이와는 다르게 비밀이 많고, 많은 것을 궁금해했다.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박람에 대해 지훈은 처음에 귀찮음을 느꼈다. 하지만 람이 조금 뒤엔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동시에, 학벌이 높아 '당연하게'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아버지와, 아버지보다 가방끈이 짧다는 것을 염려했던 어머니의 학업 성적에 대한 집착은 지훈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갑자기 사방에서 나비들이 날아온다. 그리고 한꺼번에 내 몸에 앉는다. 나는 두려워진다.
(중략)
나비들의 날개에는 모두 영어단어가 쓰여 있다. (중략) 나는 나비들을 쫓아내려고 허우적대지만, 그것들은 날개를 파닥이며 다시 달라붙는다.
- 37p-
결국 잦은 다툼으로 지훈은 람의 자유롭고 홀로 지내는 삶에 대해 동경하기 시작했고, 그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지훈의 방문을 한사코 거절했었던 람도 그날만큼은 지훈을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해 주며, 정말 평범한 학생들이 한 번쯤은 해볼 법한 일들을 경험한다. 그러다 어느 저녁, 람의 집에 걸려있는 포스터 뒤로 람이 이상한 공간 속에서 작업을 하는것을 보고는 람의 존재에 대해 '정말 미래에서 왔나 보다'에 대한 확신을 조금씩 가지게 된다. 그러나 자유도 잠시, 가출에 대해 알아차린 담임선생님과의 대화로 인해 기운이 없던 지훈은, 람의 전학 소식까지 같이 들으며 우울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지훈을 람은 덤덤히 위로해 준다.
(중략) 너는 좋은 애야. 멋진 어른이 될 거야. 의심할 필요도 없어."
-61p-
이후의 람은 어떻게 지낼까. 또, 이후의 주인공인 지훈은 정말 람의 말대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작중에 람이 자신의 본명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별의 이름을 딴 '시미람' 이란 단어는 용골자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용골자리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얽혀 있다. 바로 아르고호 이야기이다.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아르고호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대의 영웅상과, 젊은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람을 통해 지훈이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면서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이끌어 갈 하나의 나침반을 표현하고자 이런 말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 답을 내리지 않았다. 남은 것은 독자의 개인적인 상상에 맡겨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 좋은 결말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시미람' 이라는 별이 북두칠성만큼이나 좋은 이정표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 책이 기존에 읽던 책과는 다르게 작은 분량이며, 생각보다 단순한 흐름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과연 '람'은 누구일까에 대해 추리하는 과정과, 어디선가 서로가 각자 어른이 되어가는 미래가 그려지는 모습에 안정감까지 주는 책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분들, 또 특히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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