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12. 13. 22:35
작성자
you. and. me.




* 급하게 써서.. 원래는 창문 타고 들어오는 벨져를 생각했으나, 벨져답지 않을것 같아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 이 글은 벨져 생일에 이어지며, 벨져 생일은 수위입니다.


* 노래는 가사가 있는 노래로 이문세- 추카해요 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아저씨!!”

 

하하. 고맙소, 우리 아가씨들.”

 

어린아이 치곤 꽤 정갈한 글씨체로, 뒤에는 볼품없이 찍혀버린 실링왁스로 마무리된 편지. 그리고 그 옆의, 더 수줍은 듯 한 소녀는 나에게 개구리 모양의 인형을 내밀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든 듯 손가락에는 엉망으로 반창고가 붙어 있는 것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인형을 받아 들곤 아이의 뺨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소녀들이 꺅꺅 거리면서 신나게 내 주변을 뛰노는 것에 어째, 내 생일이 아니라 이 소녀들의 생일이라도 된 것 같아 웃어 보이자 이글이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삐딱하게 기댔다.

 

 

형씨, 생일 축하! 생일선물은 다음에 두 배로 줄게. 큰 형아가 자금줄을 막아버려서.”

 

. 선물은 꼭 안줘도 되는걸. 고맙소.”

 

그나저나, 괜히 내가 더 미안하네. 작은 형이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올 줄은 몰랐거든.”

 

 

가끔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생일도 나쁘지 않소. 그렇게 대답하며 인형을 보고 웃어 보이지만 나를 찌르듯 바라보는 시선들에 고개를 드니 수많은 눈동자가 별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다. 걱정이 가득한 눈들에 나는 환하게 웃어버렸다. 하나같이 착한 사람들. 나는 웃으며 오늘 술은 내가 사겠다며 근처 펍에 가자며 사람들의 등을 떠밀었다. 물론 착한 아가씨들에게는 디저트 값을 손에 쥐어주고.

 

[미안하다.]

 

[...에이, 그대 바쁜데 꼭 안와도 괜찮아. 가끔은 이런 생일도 나쁘진 않소.]

 

[........]

 

 

나지막하게 들리던 그의 한숨소리. 그리고 좀처럼 미안하다고 제대로 말하지 않던 그가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 하니 이쪽이 더 미안해진다. 기사단의 일이라 차마 생일인 나를 데려가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며 혼자 훌렁 떠나버린 벨져. 전화로 겨우 닿아 꺼낸 첫 마디에 나는 대충 모든 것을 짐작하곤 괜찮다, 그를 달래며 그대로 긴 전화선을 당겨 침대에 누워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 들었다. 내 생일 전날, 12시를 넘어 내 생일이 되기 전 까지,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잠에 든 나를 찾았다.

 

 

?”

 

.”

 

 

상념에 잠겼던 나를 깨운 건 마틴의 목소리였다. 내 생각이라도 읽은 건지, 미안한 표정의 그에게 입 꼬리를 올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도리어 더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큰 목소리로 술을 주문했다. 밖에서 본 술집은, 그 켜진 불의 온기만큼이나 따듯하고, 활기찼다.

 

 

 

 

 

 

 

벨져 홀든 나쁜 자식.”

 

딸꾹.

 

좌근형아가 잘모퉤네!!!”

 

맞쏘!!!!! 잘못탠내!!!”

 

 

그놈의 기사단일. 서류를 다 우주로 날려 버릴 것이오. 딸꾹. 나의 말에 이글은 거나하게 취해선 잔뜩 홍조 서린 얼굴로 내 등짝을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덕분에 술을 뿜을 뻔 했으나 겨우 술을 삼켜내고는 손을 뒤로 뻗어 등을 쓰다듬었다. 아파. 그래도 술이 쭉쭉 목을 타고 들어가는 것에 큰 맥주 컵에 다시 입을 대곤 벌컥 거리며 마셨다. 이글이 그걸 보더니 형씨 술 쌔네!!!’ 하고 자기도 벌컥거리며 목울대를 시원하게 움직이며 맥주를 마시다가 입가를 훔쳐냈다.

 

 

이제, 더 이상은 못 마셔…….몸의 구성 성분 98%가 술인 것 같소.”

 

헤헤, 나는 아직도 마실 수-.”

 

 

그리고 그는 장렬하게 책상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그 소리에 몽롱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술에 취해 기절한 모습이 보여 나는 킥킥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술집 주인에게 지갑에 있던 돈으로 계산을 하고 나선 한명씩 밖으로 끌어내 게이트로 일일이 회사와 연합, 재단 사무실로 옮겨 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묵직한 이글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별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늦은 새벽이라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아버리고, 밤하늘과 가로등만 나를 비추는 것에 시선을 한번 주었다가 홀든가로 게이트를 열었다. 이제는 꽤 많이 봐서 익숙해진 홀든가. 늦게 도착하면 사용인들이 또 우르르 몰려 이글의 수발을 들 것이 분명할 것 같아, 부러 벨져의 방 문 앞으로 이동해 겨우겨우 맞은편인 그의 방침대로 그를 눕혀 놓곤 침대 위에 대자로 널브러진 그를 보고 웃다가 문을 닫고 나왔다.

 

 

“......?”

 

“........”

 

 

웃으며 방문을 닫던 모양 그대로 몸이 굳어져선 의문형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에 제대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자 하도 봐서 모양에 브랜드 까지 외워버린 구두가 내 앞에 다가와 섰다. 턱을 가볍게 붙잡고 느릿하게 고개를 올리게 하는 그의 힘에 어린아이가 벌을 받을 준비를 하는 것 마냥 어색하게 고개가 들어졌다. 그대로 푸른 눈동자와 마주하자마자 입술을 움찔거렸다. 못 볼 줄 알았는데.

 

 

“..술 냄새. 꽤 많이 마신건가?”

 

얼마 안마셨소.”

 

아까만 해도 꼬부랑거리던 혀가 벨져를 보자마자 제 주인이라도 만난 듯 제대로 발음을 내는 것에 감사해 했다. 그런 것 치곤 복도 전체가 술 향인데. 턱을 가볍게 잡은 그의 장갑 낀 손이 내 뺨을 살살 쓸어 올리더니 따듯함을 전해 온다. 꿈은 아니구나.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만지려 하자 다른 손에 손목이 힘없이 붙잡혀 이끌러 갔다. 품에 가볍게 안아오는 그의 체향에 눈물이 결국은 나고 말아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것을 반복하곤 그의 복부에 정확하게 주먹을 한번 내질렀다.

 

 

.”

 

못 올 거라면서, 여기는 어떻게 왔소.”

 

“.....적어도 네 생일이니. 늦게라도 집에 돌아가려 했다. 여긴 잠깐 짐만 두고 갈 예정이라.”

 

 

그러고 보니 어깨를 감싼 그의 로브에 시선을 그제야 주었다. 게다가 장갑. 아무리 봐도 금방 이 집을 떠날 행세에 나는 그제야 아차 싶어 그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괜찮소? 난 그..그것도 모르고. 당황해 하며 그의 배를 매만져 주자 그가 술주정 한번 고약하다며 그대로 나를 어깨에 짊어지고 자신의 방으로 성큼 성큼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덕분에 이제껏 먹었던 술이 태초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것만 같아 입을 억지로 가리곤 그의 등을 두드렸다.

 

...벨져. 잠깐. 잠깐!”

 

바동거리지 마라. 무겁다.”

 

그게 문제가 아니- .”

 

-. 방금 무슨 불길한-.”

 

우웩....”

 

 

그리고 나는 그 상태로 그러니까 잠깐이라 말했잖소...’ 하고 장렬하게 얼룩진 그의 등짝을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기절 잠에 빠져 버렸다. 걷던 자세 그대로 멈추어 버렸던 그의 발이 보였지만. 당장의 안도와, 미묘한 기쁨에 감싼 수면이 나에겐 더 중요했으니까.

 

 

 

 

☕⚔

 

 

 

. 머리야.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숙취구나. 햇살이 눈을 찌르는 것만 같아 이불을 뒤집어썼다. 맨 몸에 걸친 이불이 꽤 부드럽고 포근해 기분 좋게 웃으며. 그래, 조금만 더 자자.

 

“........”

 

맨몸?

 

나는 눈을 번쩍 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세상이 어지럽게 핑 돌기 시작하였지만, 서둘러 내 주변을 돌아보니 창문이 열린 채 정원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테라스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리는 커튼이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주었다. 때 늦은 오후인 듯,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찌푸리며 이불을 걷어보자, 팬티 한 장도 걸치지 않은 내 몸에 서둘러 이불을 덮었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서.

 

[우웩....]

 

 

멍하게 어제의 마지막 기억을 붙잡아 보며 떨리는 눈으로 옆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쪽을 흉흉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벨져의 모습에 나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그대로 엎드려 절을 했다.

 

 

미안하오.”

 

릭 톰슨. 요즘 꽤나, 발칙해졌군.”

 

아니, 그게..... 그래서 내가 잠깐이라고....”

 

네가 어제 한 일을 그대로 읊어주지.”

 

 

여전히 누워서 나를 바라보는 그는 아무런 표정 없이 어제의 일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그의 등에 거나하게 구토를 한 뒤에 엉망이 된 내 옷과, 엉망이 된 그의 옷을 다 벗기곤 그가 직접 내 몸을 씻긴 것부터 동공을 떨었다. 어쩐지. 홀라당 벗겨 있다더니. 그는 내 눈을 보고는 조소에 담긴 표정을 하곤 샤워 하는 도중에도 연거푸 하는 덕분에 아주 대단한 장면을 보고 말았지.’ 라고 하며 웃어 보였다. 웃는 게 더 무서워.

 

“....미안.”

 

말로만 미안하다면 다인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대로 눕혀져 내 위로 올라탄 그의 몸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쳐 있지 않은 것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으나 그의 손이 본격적으로 내 허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 오는 것에 움찔거리자 그가 고개를 숙여 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 .’

 

나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대로 그를 껴안고 웃었다.

 

이번 생일도. 함께 해 줘서, 고마워 벨져.

 

그의 귀에 같이 속삭여 오자, 그는 나지막이 그렇다고 해서 손을 멈추진 않을 거라며 내 목덜미를 살살 깨물었다.

 

아침은 꽤 길다며.

 

 

 

 

☕⚔

 

 

“........, 생일 선물은 제대로 받았나 보네.”

 

“..........”

 

이글, 품위 없다.”

 

 

제대로 허리를 가누지 못해 의자에 쿠션을 두둑하게 댄 채 한 테이블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자, 까치집을 한 이글이 다 알겠다는 투로 나와 벨져를 번갈아 보는 것에 나는 접시에 코라도 박고 죽고 싶은 심정으로 거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스프를 떠 마시자 이글이 뭔가 생각났다는 투로, . 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 그러고 보니, 선물 뭐 줬어?”

 

.”

 

선물. 그러고 보니 그런 건 받지 않았는데. 벨져가 난처해질까, 서둘러 이글의 입을 막기 위해 주제를 돌리자 평범하게 입가를 냅킨으로 닦은 그는 .’ 하고 단어 하나만 대답 한 채 빈 스프 접시를 물렸다.

 

?” “그게 무슨 소리오? ?”

 

릭 톰슨 이름으로 산 섬. 괜찮은 별장도 하나 딸려 있어서 귀족 휴양지로 쓴다는 거 사놨다. 덤덤한 벨져의 말에 이글은 그럴 줄 알았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고, 중간에 낀 나만 덜덜 떨며 벨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모습에 나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곤, 네 거다. 하고 미묘하게 기뻐하라는 듯 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정말. 이 도련님. 선물의 개념을 다시 심어줘야 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비싼 거 아니야, ?”

 

. 그만큼 받아 낼 거거든. 빚진 것도 있으니. 그렇지, ?”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날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 생일 때. 기대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