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9. 28. 23:33
작성자
you. and. me.





*벨져왼 전력용 글이라 좀 짦습니다.


- 벨져릭이 점점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수위로 쓸까 했지만 그냥 달달한것이 좋을것 같아 수위는 제외하였습니다.









“참 신기하지.”


“뭘.”


나는 내 옆에 바짝 누워 있는 남자를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보곤 잘생긴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어 주었다. 때 이른 가을의 찬바람이   타고 들어와   간질거리듯 커튼을 움직였지만 맨살 끼리 닿는 체온보다 추울 리가 있겠는가. 단단한 그의 팔이 물렁물렁하기 그지없는 내 허리를 바싹 끌어안고는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붙어있는데. 


“그대랑 내가 이렇게 다른데. 좋아하는 것, 활동하는 것들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대는 딱히 그렇지도 않고.”


그는 내 말에 코웃음을 치며 그게 무슨 문젯거리냐고 말하며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그의 입술의 온기에 몸을 움츠리다가 간지러움이 밀려와 웃어버리자 그가 날 따라 웃으며 다시 내 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친다. 가볍게 내 입술 위로 꽃잎 떨어지듯 입을 맞추던 그의 입맞춤이 좀 더 깊어질 때 즈음, 나는 그와 처음 만난 날을 생각했다.



정확하게는, 처음 연인이 되었던 그때를.



1.


“네 옷 취향 참 특이하군. 같은 티셔츠다. 이것도, 저것도. 뭐가 다르단 거지?”


“잘 모르는군 그대. 이것을 봐. 이건 꽤 유명한 상표인데. 잘 보면 박음질 처리도 다르단 말이오.”



이런 일은 아주 흔하디흔한 우리의 다툼 중 하나에 들어갔다. 그는 내가 고르는 셔츠마다 족족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하물며 그랑 나랑 먹는 취향도 어찌나 다르던지. 단 것을 제일 좋아하는 내 입맛과 아주 다른 그는 마시는 것은 차, 아니면 물. 음료와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음식은 깔끔한 것. 채소류와 단백 질류로 가득한 식사를 즐겨 먹었고, 옷 또한 나뭇잎이 스치면 베일 것 같이 잘 다린 셔츠류 그 이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니 같이 다니기 좋겠는가? 당연히 싫지. 결국은 그의 잔소리에 지쳐 떨어진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꼭 사고 싶던 셔츠를 놓아버리고 매장 밖을 혼자 나서 버렸다. 한참씩씩 꺼리고 있으려니 그가 느릿한 걸음걸이로 항상 그렇듯 당찬 얼굴을 하고선 매장을 나오는 것을 보곤 속이 타 입을 열었다.


“.......집에 가야겠소.”


“그래. 이거나 받아라.”


그의 품이 넉넉한 셔츠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쇼핑백 하나가 툭 하니 내 품 안으로 떨어진다. 바스락거리는 그 속은 내가 원하던 셔츠 하나가 잘 포장되어 담겨 있었고, 그는 내가 받은 모습을 보자마자 할 일은 끝났다는 듯 앞서서 걸어간다. 나는 괜히 찌푸렸던 미간을 활짝 펴고 쇼핑백을 끌어안고 앞서 가는 그의 뒤통수에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벨져! 나 배고픈데!”


“또 단 거나 먹겠지.”


그와 나는 매우 다르다. 물과 기름처럼. 지금 흩날리는 이 벚꽃 나무 아래를 같이 걸어도. 발걸음 폭도 다른 우리 두 사람은, 매우 다르다. 나는 쇼핑백을 한쪽 손에 잘 들고는 그의 옆구리를 손으로 쿡 찔렀다. 그가 날 쳐다보는 시선에 괜히 뿌듯한 표정으로 쇼핑백을 한번 그에게 들썩이듯 보여주자 그가 픽 웃으며 앞을 보고 걸어간다. 잘생긴 얼굴에, 한번 보면 시선을 빼앗길 그의 머리카락이 반짝거리듯 바람에 따라 흐트러지는 모습.


“맞아. 단거 먹을 것이오.”


“그러니까 살이 찌는 거다.”


그러나 조금은 알게 되었다. 어느새 그가 한 뼘 더 앞서나가는 발걸음을 나에게 맞추어 주고, 싫어하는 단 것을 조금씩 맛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그가 내 이름을. 타키온이 아닌.


“릭.”


릭이라 불러 주었을 때. 나는 내 속에 작은 무언가가 꿈틀거린 것을. 그가 나에게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을 양보란 것을 해 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내 모습을.


나는 벨져 홀든에게 이미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벚꽃 아래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멍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해, 벨져.


그리고 그는 내 말에 한치의 당황스러움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다. 고.






2.



처음으로 그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에 나는 기겁할 뻔 했다. 부자연스럽게 번쩍거리는 침실. 사람 사는 집이라면 조금쯤은 어질러져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그의 방 정리 모습에 나는 속으로 한참을 고민했다. 과연 이 사람이랑 같이 살기로 한 것이 잘한 일일까. 그리고 생각외로 나는 그와의 생활에 꽤 잘 적응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지르지만 않으면 그도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둘 다 양치를 하고 있다가 면도용 크림을 손가락에 퍼서 그의 뺨에 묻히고 킥킥거리며 칫솔을 문 채 웃으면 그가 이것 봐라 하는 얼굴로 치약을 쭉 짜서 내 볼에 마사지 하듯 비비는 아침을 맞으며, 결국 양치가 끝나자마자 입을 맞추는. 꽤 그와 나는 잘 맞았다. 티격태격 입을 맞추며 끝난 세안 후 같이 샤워하다가 샴푸로 서로의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는 것도. 이제는 주말에 내 무릎베개가 되어주는 것이 일상인 그의 모습도. 잘 다린 셔츠가 아니라 나와 똑같은 하얀 티셔츠를 가끔 입고. 


그는 점점 나와 닮아가고 있었다. 


한번은 그의 동생이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글이라는 그 청년은 벨져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느낌. 아니, 나보다도 더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놀란 눈을 뜨곤 그와 그의 동생을 번갈아 보았다. 이글은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벨져의 어깨 위로 어깨동무를 하고는 하나도 안 닮았지? 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며 웃어 보였다. 나는 그의 행동에 소리 내 웃어버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벨져는 당연하다는 듯 이글의 팔을 가차 없이 쳐내곤 거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릭.”


“응, 차 여기 있소. 어제 사온 거야. 이글, 그대 것도 같은 걸로 했는데 괜찮소?”


“아, 괜찮아!”


“릭.”


“그래, 신문 찾을 줄 알았소.”


“.......”



한참 그가 날 부르는 것에 그가 필요한 것을 족족 가져다주자 이글은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둘이 사이가 아주 좋은가 봐?’ 하곤 운을 뗀 것에 나도 모르게 그의 옆에 같이 앉아 차를 홀짝거리다가 움찔하고 놀랐다. 오...왜그렇게 생각하시오? 당황한 바람에 떨리듯 나오는 목소리에 이글은 희미하게 눈을 흘겨보고는 다 알겠다며 미소를 띤 표정으로 ‘둘이 묘하게 닮아가고 있는 거 알아?’ 하고 운을 덧붙였다.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벨져를 쳐다보자 편한 티셔츠 한 장에 머리를 질끈 묶고 있는 그의 모습과, 그의 눈에 비치는 정장 셔츠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다가 내가 마시려던 커피는 어느새 그가 들고 있었고, 평소에 벨져 입맛에 맞는 차를 같이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익숙해진 그의 차를 내 손에 들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한참 뚫어지라 보다가 환하게 웃어 보이자 벨져가 고개를 돌리고 이글에 ‘너. 가.’ 하고 말하는 것에 황급하게 그러지 말라고 그를 말렸다.


“가. 하고 싶으니까.”


“.......미친. 이글 이 남자가 한 말은 지금 체스를 두고 싶다는 것이오.”


급하게 나 자신을 변호해 보았지만 이미 이 두 남자는 서로 이해를 했는지 이글은 오자마자 밖으로 쫓겨나가듯 자리를 떠났어야 했고 나는 그의 어깨에 짐짝처럼 올려져 그대로 침실로 직행할 수 밖에 없었다. 주먹을 쥐고 그의 등을 철썩철썩 때리며 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도 그는 내 엉덩이를 되려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리고는 묵묵히 자기 앞길만 가기 시작했다.


“이거 놓으시오! 손님 앞인데 무슨!”


“갔잖아.”


“단어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말하는 것이오! 갑자기 왜 그래!”


그는 침실 문을 발로 차듯 열어젖히곤 그대로 침대 위에 날 던지듯 눕히곤 바로 내 위로 올라탔다. 허벅지 사이를 가르듯 자리를 잡은 그의 한쪽 무릎 덕분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은빛 폭포수 사이에 얼굴을 가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그 셔츠, 내 셔츠다.”


아. 어쩐지 조금 크다 했다. 어깨가. 뱃살이 좀 쪘는지 허리 부분은 딱 맞다 싶었는데. 나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그랬군. 바꿔 입어야겠소. 내 것인 줄 알았지 뭐야. 하하. 하고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도 안 하고 이쪽을 보고 웃는 그의 모습에 얼굴을 순식간에 붉히고 달덩이만 해진 눈동자를 굴리며 그를 애써 평온한 척 쳐다보려 애썼다.


“그래.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서 나는 향이 너에게서도 난다 싶었다.”


“........”


좋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볼멘 소리로 그대 입은 티셔츠는 내 것이니 더럽히지 마시오, 하고 입술을 맞댄 체 웅얼거리듯 말하곤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그는 말없이 입고라만 올리며 눈을 감고 내 입술에 한 번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닿기만 해도, 그의 기분 좋음이 전달되는 듯한 그 입맞춤에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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