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7. 7. 01:25
작성자
you. and. me.





*아아 끝이 너무 흐지부지 해 져서.. 제가 졸림을 참지 못하는게 느껴지실 겁니다..



* 이 소설은 미비포유를 조금 각색해서 쓴 티가 팍팍 나는 소설입니다. 스포를 원하시지 않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모두 좋은 꿈 꾸세요!





1.

 

그분은 예민하신 분이에요. 부디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으음. 알겠소.”

 

여기 필요한 약들이랑, 약 복용할 때 시간들이랑 정량들은 여기 메모해 두겠어요. 한 달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부디 잘 좀 부탁드려요. 집에서 갑자기 누가 돌아가실 줄은 몰랐거든요.”

 

저런.”

 

중년의 여자는 바쁘게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아 내고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약들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와 종잇조각 들을 건네주고는 언제 싸 두었는지 모르는 짐 가방을 들고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 또 뭘 까먹었더라.’ 하고 나에게 잔뜩 알려주려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저 환하게 웃어 보이며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나를 따라 행동하듯 눈을 깜빡이더니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런 생각 하지도 말아요. 제가 여기 있었지만, 그분은 필요 이상으로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 됐다. 딱 이 두 단어가 보통 나오는 대답이고요.”

 

그녀에게선 부드러운 어머니의 향이 났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내심 내가 돌봐야 할 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걱정되는 것인지 주변을 꼼꼼하게 다시 살피며 나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몇 번을 뒤 돌아보는 그녀를 겨우 달래고 나서야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저택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고딕풍의 장식장들. 군데군데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촛대들과, 화려한 문양의 벽지들. 어디선가 들리는듯한 피아노 소리가 이 저택에 혼자 남아있을 법 한 사람의 인기척을 알려준다. 천천히 소리의 흔적을 따라 2층을 오르기 위해 저택 중앙에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복도 끝, 그쪽으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면 옮길수록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지기 시작한다.

 

“.......”

 

천천히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방에 다가가 귀를 바짝 세우고 듣고 있자니 바로 피아노 소리가 뚝 끊어져 버린다. 뭐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인기척이라도 들릴까 싶어서 더 귀를 바짝 대 보았다. 완전히 밀착되어진 문 너머에서는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들려오는 것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박차고 열 준비를 했다. 천천히 귀를 대고 있던 문에서 두어 걸음 멀어져 주먹을 꽉 쥐고 흡사 뉴스 신문에서 많이 본 복서들의 모양새를 하고 훅훅 거리며 주먹을 질러보았다. 좋아. 모든 것이 완벽해. 멋있게 문을 향해 발을 날리기 위해 자신 있게 달려갔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쓰러진 걸지도 모르잖아!? 이것은 정당방위다. 문짝 하나의 위자료쯤은 제법 부유해 보이는 이 집에서 물어내 줄 것이라며 자신 있게 코앞의 문짝에 발을 휘두르는 순간.

 

벌컥.

 

“......!!!!!”

 

나의 인생은 제대로 풀리는 적이 없다.

 

나의 발은, 그대로 활짝 열린 문을 통과 해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의 복부를 향해 열심히 전진하고 있었으니까.

 

 

2.

 

나는 조지아 주에서도 아주 가난하고 작고 아담한 마을에서 태어난 평범하고 평범하고, 또 평범한 남자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작은 남자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조그마한 축제를 벌이기까지 했으니, 사람이 얼마나 귀한 마을인지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하루 공부는 이랬다.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상해 보는 과학 공부. 집 근처에 있는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공부.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으며 놓아주길 반복하는 생물 공부. 어머니의 심부름을 잘 해보는 도덕 공부. 여름과 겨울을 논하지 않고 짚으로 엮어둔 밀짚모자를 쓰고 농촌의 흙으로 잘 다져진 거리를 거니는 게 나의 취미였다.

 

내가 어른이 되기도 전에, 타 지역으로 잠시 장사를 나갔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된 건, 18살 무렵 검고 검은 관 안에서였다. 나는 자랑스럽게도 울지 않았다. 마을의 어른들은 나의 부모님을 위해 장례를 치러주셨고, 나는 관이 땅속에 묻히고 모두가 떠날 때 즘,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그제야 실컷 울 수 있었다.

 

돈을 벌기에는 조금 이르다 싶은 나이의 나는 바로 짐을 싸서 도시로 거주를 옮겼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남겨둔 제산이라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책들 뿐이었지만, 그것들까지 소중하게 나의 이삿짐 목록에 포함시켜 나는 전망이 좋은 조그마한 3층 건물의 다락방으로 이사를 했다. 아침에 눈부신 햇살을 가장 먼저 쐴 수 있다는 특권은 나에겐 너무나 컸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리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점가에 가서 싸구려 커피 한잔을 사고선 신문 하나를 몰래 읽어본다. 커피가 제대로 물에 타지길 기다리며. 그리고 사람이 많을 때 즈음, 손님이 많아 이쪽을 신경 쓰지 않는 주인의 시선을 틈타 조용히 구직란을 찢어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가게를 나온다.

 

안 해본 일거리가 없지만, 모두가 고되고 힘든 일들이었다. 차마 그것도 오래 가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아쉽지만, 오늘까지만 일 해 줄 수 있겠나? 매상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적자라고. 이렇게 되면 우리도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네. 이해해 주게.”

 

이보시오. 사정이 급한 건 알지만 이렇게 갑자기…….”

 

정말 미안하네.”

 

이 세상에서 적자가 나는 사장만큼 불쌍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있다.

 

그 밑에서 일하던 바로 나.

 

나는 그렇게 반복적인 인생을 살았다. 구하고, 잘리고. 구하고 다시 잘리고.

 

그렇게 나는 마지막 한줄기의 빛이라도 쥐어보는 심정으로 아픈 사람을 돌본다.’라는 제목의 구직란이 적힌 신문 종잇조각을 들고 이곳에 온 것이다.

 

 

3.

 

 

.”

 

 

!!!”

 

 

은빛의 고운 머릿결이 부서지며 몸을 굽혀 발로 차인 곳을 감싸는 것에 서둘러 그에게 달려갔다. 어쩌지. 어쩌지. 주치의라도 불러야 하는 걸까. 이런 부자 저택에는 분명 내부에 의사가 있을지도 몰라. 어쩌지.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어 있을 때 갑자기 내 멱살을 잡는 손길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지막 순간에 짜내는 힘인 건가, 하고 눈물을 흘리려 할 때 강력한 힘이 그대로 나를 끌어 올려 벽에 던지듯 몰아붙이는 것에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맞닿는 거리. 그 사람의 숨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들이마셔 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나는 바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첩자인가?”

 

…….아뇨, 천사님.”

 

“.......”

 

멍청이로군. 그것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4.

 

 

너 같은 멍청이를 한나가 고용했다고? 한나를 좀 더 요양 보낼 필요가 있군.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딱히 뭐, 볼만한 것은 없었지만. 낡은 추억의 가죽 구두와 세월의 흐름을 같이 이겨낸 청바지. 그리고 유일한 나의 자랑거리인 브랜드 별 티셔츠. 다만 모든 티셔츠가 하얀색에 같은 디자인 처럼보이는 것만 빼면. 좀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힘 좀 준 갈색머리카락. 오늘은 면접이라고 해서 무스를 잔뜩 칠해 놓았더니 번뜩번뜩 빛이 난다. 이정도면 봐줄만 하지 않냐 며 그의 시선에 웃어보이자 그가 . 돌아봐라.’ 하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돌아보라니?”

 

돌아. 모르나?”

 

그는 마치 찻잔을 티스푼으로 휘젓는 모양을 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빙글빙글. 그의 지시대로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보자 그가 나에게 감상평을 남겨주었다.

 

거적때기는 얼마 정도지?”

 

거적때기?”

 

네 그 코트 말이다.”

 

이봐, 이거 엄청나게 비싸게 주고 산거라고. 뉴욕에서 길거리 상인에게 산 나의 명품인 것 같은 이 코트를 모욕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거나 다름없소!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목구멍 속으로 넘기며 애써 웃어보였다. 친절과 미소. 모든 일자리에서 한 번도 까먹지 않은 나의 모토를 다시 떠올리며.

 

요즘은 이런 게 패션이라고 하던데. ……. 뭐라더라. 구제 패션 말이오.”

 

거적때기 패션이겠지. 벗어.”

 

? 코트 벗으라고. 나는 그의 말에 어정쩡하게 코트를 벗으며 반팔 티와 바지만 입은 차림으로 쭈뼛거리며 그의 앞에 섰다. 훨씬 낫군. , 그럼 약 좀 가져와. 무슨 약인지는 알겠지. 그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리며 서둘러 오, 약 말이지. 하고 문 밖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여기 있으시오. 내 발이 아프면 그대 몸도 적지 않게 아플 텐데.”

 

그깟 솜 발.”

 

깃털에 스친 건줄 알았다. 숨만 잠시 들이킨 거지. 나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대가 아프다고 들었는데.”

 

그래.”

 

…….몸이 아픈 게 아니오?”

 

한나가 그렇게 말했나?”

 

아니. 정확하게는 좀 불편하다고만 했지. 자세한 병을 알려주는 것을 깜빡이라도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자꾸 무언가 더 알려주려는 것 같았는데. 차마 이쪽이 먼저 가보라는 듯 그녀의 등을 떠밀어서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우물쭈물 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그대의 병은 무엇이오? 그는 답했다.

 

꿈을 꾸지 못하는 것.”

 

“......”

 

화려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

 

……..”

 

내 병은 불면증이다.”

 

 

5.

 

 

그에게 약을 가져다주고, 그는 겨우 한숨 같은 짙은 숨을 내 쉬고는 약을 물도 먹지 않고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포근한 긴 소파에 들이 누워버리고는 눈을 감고 마치 죽은 것처럼 모든 것을 멈추었다. 내가 할 일은 그저 그의 옆에서 그가 언제 깨어나도 불편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준비해 두는 것 뿐. 그가 불편할까, 그의 옆에 물 컵을 가져다주자 그가 금세 눈을 한번 치켜뜨고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시선으로 날 한번 보곤 물 컵을 밀어내었다.

 

이런 재수 없는. 생각해 줘도 불만인가.

 

도련님들이 다 그렇지, 하고 생각하더라도. 그가 누운 소파 바로 뒤쪽으로 보이는 테라스의 커튼이 부드럽게 바람에 펄럭거리며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느새 그는 약기운에 잠이라도 든 것인지 고른 숨을 내 쉬며 잠이 들어 있었다. 한나라는 그 여인의 말대로라면 이정도 수준이면 10분은 잘 수 있다고 했지.

 

그래, 도련님들이 다 그렇지, 라고 생각하더라도 어딘가 좀 불쌍했다. 그는 여태껏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생겼다. 정확하게는 아름답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초면에 천사라고 부른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은빛 머리카락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머리카락이고. 목소리부터, 골격까지 완벽한 사람. 좀 성격이 재수 없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 할 텐데.

 

장미꽃의 아름다움 뒤에 가시가 숨겨진 것처럼, 그의 완벽한 화사함 뒤에는 지독한 현실의 이면이 숨겨져 있었다.

 

“......”

 

나이도 나보다 어리다던데. 머뭇거리며 그의 이마에 손을 얹어 그의 긴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자 그가 잠을 뒤척거리며 깊은 숨을 내쉰다.

 

어차피 돈만 좀 벌면 그만둬 버릴 직장이지만. 내가 여기 있는 한 최대한으로 그를 보살펴 줘야겠다는 약간의 신념과 함께. 나는 그의 이마에서 손을 때고는 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조용히 준비 해 두었던 노트를 집어 들었다. 잠이든 그의 옆에서 조용히 오늘의 하루를 정리하듯 펜을 움직였다. 오늘은 어쩐지 평소보다 쓸게 많다고 생각하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손목에 차고 있던 낡은 가죽 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즈음, 시간을 확인했다. 10분은 지났는데. 하루 최대 수면 시간이 고작 해 봤자 3시간도 안 된다는 그녀의 말이 다시금 떠올라 나도 모르게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

 

…….이보시오.”

 

나도 모르게 슬쩍 그에게 손을 대 보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냥 평소보다 유난히 잠이 많은 걸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서둘러 벗어두었던 코트 주머니를 뒤적여 그녀가 적어준 종이에 긴급 상황에 대해서 적어둔 메모를 확인 하고 나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약들을 다시 한 번 확인 했다. 수면약, 안정제. 모든 것은 정량대로 준 것이 맞는데. 그도 분명 약을 한번 확인 하는 듯 제대로 약의 숫자와 모양까지 다 본 것 같았는데. 뭐가 문제일까. 나도 모르게 불안감에 그를 좀 더 강하게 흔들었다.

 

이보시오. 자는 거 맞소?”

 

“.......”

 

나도 모르게 다급한 마음에 셔츠 한 장을 입은 그의 가슴 위로 귀를 바짝 대었다.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아 좀 더 머리에 무게를 실어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 천천히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

 

 

느릿한 박자. 아주 연약하고 느릿한 박자. 그의 심장 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금방이라도 아스라 질 것 같았다. 건강한 육체에 숨겨진 지독한 병은 그의 숨을 앗아가고 있는 듯 했다.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아무렇게나 책상 위로 던져두고는 그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하라고 적힌 메모,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도련님.”

 

“.......”

 

도련님. 일어나시오.”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며 깨우기.

 

갑자기 깨어나는 것만큼 어지러운 것은 없다며 그녀가 꼭 신신 당부한 말. 아까 혹시나 몰라 아무렇게나 그를 흔든 것이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그가 너무 푹 자는 것이 축복일 지라도 아주 영원히 자는 수가 있을 것 같아 불안감에 그를 깨우기 시작했다. 좀 더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카락을 자꾸만 쓸어주며.

 

일어나라고.”

 

“.......”

 

성질도 나쁜 게…….”

 

“.......”

 

정말 깊게 자는 건가? 반응이 왜이리. 없지? 덜컥 다시 겁이나 서둘러 그의 심장에 귀를 대 보았다. 아까보다 더 연약해진 심장소리. 맙소사. 그의 코 밑으로 서둘러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 가느다란 숨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인공호흡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 머뭇거리며 그의 코를 살짝 막고 입술을 겹치려는 순간 멱살이 끌어 잡혔다.

 

“!!!!”

 

“......성질도 나쁜 것 아직 살아 있으니 끔찍한 짓은 그만 두지 그러나.”

 

…….죽는 줄 알았단 말이오.”

 

피곤해서 숨이 가늘어진 것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낮은 한숨을 쉬며 다시 잠을 자려는 듯 눈을 감았다. 나는 불안한 감각에 자려는 그를 다시 붙잡아 버렸다. 어쩐지 지금 자면 정말 그가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놔 주지 않았다.

 

이게 뭐하는…….”

 

안자면 안 되오?”

 

지금 나보고 죽으란 건가?”

 

아니 그런 말은 아닌데. 불안해서. 점점 손에 땀이 차올라 간다. 첫날부터 돌봐야 할 환자의 몸을 발로 차질 않았나, 그런 환자의 최고의 행복인 수면을 방해하질 않나. 그래도 두려웠다. 부모님처럼 마치 한줌의 이슬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니 더더욱. 그것도 자신이 보는 바로 옆에서.

 

…….아니, 피곤한 사람 괜히 붙잡아서 미안하오. 더 자.”

 

“.......”

 

그는 낮게 무어라 욕지거리를 내뱉는 듯 불어로 무어라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문을 열고는 피아노가 있던 방을 벗어나 반대쪽 복도의 끝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졸졸 따라가며 더 자지 어디 가시오? 많이 피곤하오? 괜찮소?’ 하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 보지만 그는 대답도 해주지 않고 기어이 어느 방의 문을 열었다. 낡은 문소리는 이 방이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여기가 무슨 방이기에?”

 

내 침실이다.”

 

…….그대 침실?”

 

그래. 사용안한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누군가 꾸준히 치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래 비운 방 치고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으니까.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침대에 다가가더니 다가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그대가 그렇게 누워 버리면 나는? 천천히 방 안을 돌아보며 의자 하나를 찾아 그의 옆에 다가가 앉으려 하자 그가 졸린 눈을 겨우 뜨며 날 째려보았다.

 

뭐가 불만이오, 도대체.”

 

잠 하나 자는 걸로 죽네 마네 하더니.”

 

그는 한숨을 쉬며 자리 한쪽을 내 주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다시금 침대에 눕고는 말했다.

 

누워라.”

 

“......?”

 

누워.”

 

이건 뭐, 개도 아니고 누워라 서라, 앉아라 말아라. 그래도 아까 발차기의 사건도 있고 하니 좀 져 줘 볼까 싶어 그의 옆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쭈뼛 거리며 누워있으니 그가 천천히 내 옆으로 바짝 다가오기 시작한다.

 

. 뭐하는 것이오.”

 

조용히 있어라.”

 

심장 소리를 들어야 겨우 좀 잠이 온단 말이다. 유모도 없고, 네놈은 해 줄 것 같지도 않아 포기 했는데. 이러면 너도 좀 안심이겠지. 숨기운이 느껴질 테니.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밑으로 좀 더 몸을 움직여 내 가슴에 귀를 바짝 대고는 엎드리듯 잠을 취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 품을 찾듯 움직이는 그 형상에 나는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는 갈 곳을 잃어버린 팔을 덩그러니 침대 위에 올려놓고는 눈을 깜빡였다.

 

저기.”

 

“......”

 

이보시오. 벌써 자?”

 

자세 불편한데. 아니 그것보다 남자끼리 껴안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소? 물론 엄청 잘 생겼긴 하지만. 겨우 꼼지락 거리며 팔을 그의 목 근처에 어색하게 두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첫날부터 이게 뭐람. 남자나 품에 안고 잠이나 구경해야 한다니. 이왕 이런 거 선심 썼다는 듯 나는 그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좀 더 그가 숨을 쉬기 편하도록 자세를 고쳐주었다. 천천히 티셔츠 한 장 덕분에 크게 와 닿는 그의 숨결이 편해진 것을 반복적으로 느끼며, 나도 모르게 그 따스한 온기에 같이 잠이 들어버렸다.

 

 

6.

 

도련,”

 

한참을 그들의 식사시간을 기다리던 다른 시종 한명은 혼날 것을 각오하면서도 벨져 도련님을 찾기 위해 저택을 뒤적였다. 분명 자주 잠들던 피아노의 방에는 없는 것을 보아하니, 검술 연습이라도 한 것 같아 연습장에도 가보고, 서제에도 가 보았지만 가끔씩 방을 청소하는 시종들만 보일 뿐 도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엄습한 그녀가 더 이상 찾을 곳이 없다고 판단하며 혹시나 외출을 한 것은 아니실까, 겨우 다른 답안을 떠올리는 순간, 몇 년간 열리지 않았던 방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 하였다.

 

그것은 마치 비밀의 판도라 상자처럼 은밀하고 조용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시종은 조용히 열린 문 틈새를 쳐다보았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쓰려져 누워 있는 인형.(人形) 혹시나 도련님이 쓰러진 것은 아닐까 서둘러 달려간 그곳에서 그녀는 도련님을 부르다 말고 입을 멈추고 말았다.

 

마치, 봄날의 조용한 들판 위에서 잠을 자듯, 깊게 잠이 들어 고른 숨을 내 뱉고 있는 그녀의 도련님과, 오늘 막 온 것으로 알려진 간병인이 꼭 붙어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모습을 본 그녀가 숨을 들이키며 방안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찾고 있던 도련님이 눈을 뜬 것은 순식간이었다.

 

.”

 

, ?”

 

문 닫고 나가.”

 

식사는 잠시 뒤에 필요 하면 부를 테니 다 치워버려. 도련님의 명령은 싸늘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녀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소중한 것을 뺏기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도련님과 시선을 마주 하는 순간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들이 일어난 것은 저녁 늦게 쯤 되어서였고, 때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그들의 대화는 어쩐지 아침의 대화보다는 조금 더 풀어져 있어 보인다는 것은 그 둘을 제외하고 모두가 아는 사실.

 

도련님의 이면은 그렇게 아스러져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