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 전력 지각!!!
*벨져 귀신과 릭 톰슨 집주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 뒷부분에 나오는데 너무 피곤해서 앞쪽만 미리 올립니다..
- 테그(전력봇)는 내일 이 글이 완성될때 같이 달아서 올리겠습니다.
나는 요 근래에 이상한 현상을 겪고 있다.
“아씨. 아, 볼일 볼 땐 들어오지 말란 말이오!”
[그러니까, 원한다면 내가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 달라고 몇 번을 말하지?]
“순 협박인걸 내가 뭐 하러 들어!”
[호오, 그럼 평생 그렇게 있어야지. 잘 됐군.]
나는 유령과 같이 동거하고 있다.
1.
“아, 이 집 얼마나 좋습니까. 바로 앞에 탁 트인 바다! 이 얼마나 넓은 전망인지! 게다가 보십쇼. 이런 2층 구조는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 가격에 말이죠!”
“가구가 엄청 엔틱형인데...”
난 주로 모던한 가구를 쓰는 게 좋은데, 그것에 비해 이 집을 사는 즉시 준다는 가구들은 온통 비싼 엔틱 가구들뿐이다. 화려하고, 섬세한 엔틱. 나 같은 사람이 썼다간 오히려 가구만 더 아까워 지는 꼴이 될까 두려워 어색하게 웃으며 엔틱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자, 집을 판매하던 부동산 중개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람 좋은 미소를 뗘 보인다. 어딘가 딱 봐도 오리를 닮은 그의 이름은 도널드 덕.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입에서 침이 튈 뻔 했지만 겨우 참고 참아 좋은 집을 얻을 수 있었다.
푸른 지붕이 돋보이는 하얀 집. 순백색의 집 바로 앞에는 넓은 바다가 보이고, 바람 잘 들어오는 테라스에, 꽤나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즐비한 곳이 고작 3년 월급이면 살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의구심이 들었으나, 이 구성이라면 어떤 악조건이라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다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한동안 살지 않은 것 치고는 거미줄 하나 쳐진 곳 없이 깨끗한. 아주 심히 깨끗한 집안.
“가구야 원하시는 것으로 바꾸시면 됩니다. 이건 예전에 살던 주인 취향이라. 여태껏 여기 살던 사람들이 가구 바꾸기 전에 다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버려서 말이죠.”
“음? 어째서..?”
“.....어휴, 그러고 보니 욕실도 설명해 드린다는 걸 깜빡 했군요! 온수도 기가 막히게 잘 나옵니다. 온천이 따로 없죠!”
급하게 말을 돌리는 중개인의 뒤꽁무니를 잠시 흘겨보다가 이내 온천이란 단어 하나에 솔깃해서 촐랑 걸음으로 그를 따라 내려갔다. 내 나이 33살에 이렇게 좋은 집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제법 기분도 들떠 중개인이 설명하는 욕실에 감탄하고, 천장에 제법 화려한 샹들리에까지 있는 것을 보고 두 번 감탄을 내뱉었다.
“저, 그럼 계약 하실 겁니까? 어떻습니까, 고객님.”
“바로 계약하겠소.”
나는 당차게 계약서에 크게 사인을 휘두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집 주인은 번복은 없다고,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다시 체크를 해 주며 서둘러 자신 또한 사인을 마쳤다. 집에서 최소 3년 이상 살 것, 계약 파기는 해당 기간 동안 절대 없음. 그에 따라 가격을 20% 더 인하해 준다는 조건에 나는 솔깃해 바로 사인을 해 버렸다. 뭐든 저지르고 보는 타입인 나에게 너무나 유혹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슬슬 저녁 무렵이 다 되고, 부동산 주인도 슬슬 가봐야 하는 눈치를 주는 것에 잠시 앉았던 거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일부터 이 집은 내 집이다. 꿈꿔온 나만의 집.
2.
“아이고, 허리야...”
낑낑 거리며 게이트를 통해 열심히 실어 나르던 짐을 바닥에 내던지고 겨우 숨을 골라 쉬었다. 인건비좀 아껴보겠다고 이삿짐을 다 능력을 써서 나르다 보니 금방 체력이 바닥이 되고 말아버렸다. 이삿짐 박스 덕분에 어느새 먼지가 살짝 가라앉은 거실 바닥에 그대로 대자로 뻗어 누워 버렸다.
“아아, 이대로 시원하게 찬물로 냉수마찰이나 하고 싶,”
촤악!
정신이 번쩍 들어 어푸어푸 거리며 바닥에 누웠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주변으로 완전히 젖은 바닥이 보인다. 게다가 나에게 뿌린 이 촉촉한 액체는... 혀를 살짝 내밀어 손등에 고인 액체를 핥아 보았다.
“...찬물이네.”
완전히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냥 한 컵 정도도 아니고 바가지 수준으로 들이부어 버린 이 물은 도대체 어디서 떨어진 걸까. 눈을 감고 있어서 앞을 보지도 못했는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물끄러미 천장을 보는 순간, 얇은 재질의 철 양동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으..으아아악! 게이트!!!!”
서둘러 내 머리 위로 게이트를 열어 양동이를 이 세상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보내 버렸다. 질끈 감은 두 눈중 한쪽 눈을 게슴츠레 뜨기 시작하며 천천히 아물어져가는 블랙홀에 시선을 주자,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천장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귀신이라도 있나?”
Hello, Mr. ghost? 아니, Mrs 인가? 떨리는 눈으로 천장을 천천히 둘러봐도 더 이상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내가 청소했던 물이 떨어진 건가...”
어렴풋한 기억을 붙잡고 완전히 흥건히 젖어 버린 셔츠 자락을 들어 올려 꾸욱 짜내었다. 얼마나 많이 맞은 건지 배 위로, 셔츠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천천히 바지 속 까지 타고 흘러내린다. 으, 간지러. 이대론 감기까지 걸리겠다며 서둘러 상자 속에서 가벼운 옷가지 몇 개를 챙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새 집인 만큼, 영역 표시 하나는 확실하게 남겨두겠다며.
3.
가벼운 영역 표시(?)를 마치고 난 뒤 변기에서 흘러 내려가는 시원한 물줄기를 잠시 흡족하게 바라보다가 서둘러 으슬한 몸을 덥히기 위해 샤워기에 뜨거운 물을 틀어두고는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수건걸이 위로 올려 두었다. 완전히 나체가 된 상태로 따듯한 물줄기를 맞으며 몸 구석구석 까지 퍼지는 온기에 흡족해 하려 하자, 샴푸와 바디 워시 등을 욕조 용품 상자에 담아두고 꺼내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낮게 신음했다.
“...가장 중요한 샴푸를 두고 오다니.”
한숨을 푹 쉬며 샴푸를 가지러 샤워부스에서 나와 거울을 잠시 보는 순간 나는 그 순간 지릴 뻔 했다. 정말로.
허연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처녀 귀신이 거울 속에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4.
내가 이 귀신의 존재를 안 것도 벌써 2달이 지나간다. 알고 보니 처녀가 아닌 처남귀신..이였다. 밋밋하기보단 거의 없는 수준의 그 가슴을 보고 확신 할 수 있었다. 나는 귀신을 못 본 척 했다. 귀신은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오히려 던져 놓거나 아무 곳에나 버려두기 일쑤였고, 집안을 너저분하게 만드는 것이 취미라도 되는 듯 아무렇게나 물건을 팽개쳐놓았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저 귀신을 내가 보는 것이 들키기라도 한다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잠도 못잘 것 같다. 귀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서둘러 집 주인에게 항의를 해 봤지만, 부동산 계약서를 들먹이며 나에게 코웃음을 날리는 덕분에 아무런 수확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이 귀신은 독한지, 마치 이 집에서 나가게 할 작정이라도 되는 듯 남자 따위 취향에도 없는데 씻으려 욕실로 들어가면 먼저 욕조에 나른하게 내가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이쪽을 쳐다보며 기다리는 남자가 보인다. 나는 그럼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며 ‘어휴, 물 온도가 따듯하겠소.’ 하고 못 본 척 그 남자의... 왜 하필 그땐 옷을 벗고 있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남자의 몸 위에 겹쳐 앉아버린다. 다행히 몸이 뚫리니 다행이지, 진짜로 남자위로 겹쳐 앉았으면 소리를 지르며 욕조를 탈출했을지도.
더욱더 고난은 밤에 시작된다.
“........”
마찬가지로, 옷 하나 입지 않은 그 남자는 내 침대 위로 올라와 넉넉하게 누워 보려 산 더블싱글 침대 한쪽 귀퉁이에 턱을 괴고 누워 날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아이고. 침대가 푹..푹신해 보이는군..”
더듬더듬, 이부자리를 펼치며 겨우 침대에 몸을 우겨 넣고 잠을 취하려는 순간 그 남자는 내가 잠에 취한듯한 시간대를 틈타 몸을 천천히 실체화 시킨다. 귀신의 그 차가운 몸이 내 등을 끌어 앉는 순간 나는 온 몸을 굳히며 긴장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이 귀신은 나에게 집착하는 걸까.
5.
귀신의 이름을 알기 위해 그 근처 일대를 백방으로 조사 했지만, 정작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영혼만 떠도는 귀신이라, 그것은 보통 원한이나, 미련이 쌓여 만들어진 귀신이 아닐까 싶어 이 건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나, 범죄 사건들을 조사해 보았지만 딱히 걸리는 것도 없다. 한참 쉬는 주말, 여전히 이 귀신의 정채를 알기 위해 신문 스크랩을 둘러보던 와중 내 허벅지를 배고 누워버리는 그의 모습을 잠시 흘겨보다가 다시 신문에 시선을 주었다.
남자는 상당히 미인이었다. 여자 여럿 울렸을 법한.
게다가 옷 또한 상당히 귀하고 기품 있어 보이는 옷. 머리카락 또한 항상 다듬는 건지, 관리라도 했던 건지 찰랑거린다는 느낌이 완연했다. 게다가 언뜻 언뜻 마주칠 때 마다 피하는 푸른 눈동자는 어찌나 사파이어 같던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남아 있는 걸까.
“귀신이랑 이야기 할 가능성이 있을 리가.”
[있을 수 도 있지.]
진짜? 나는 놀란 눈으로 신문을 접고 내 허벅지에 머리를 뉘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이내 날 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내가 보이나 보군.]
…….다른 쪽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그 얼굴 위로 떨어트려버렸다. 너무 놀라서 손에 힘이 빠진 찻잔은 내 바지 앞섶과 소파를 흥건히 적시기엔 충분했다.
[릭 톰슨. 이름은 뭐, 서제에 굴러다니는 서류를 봐서 알겠다만. 이제껏 못 본 척 하느라 용 썼군. ]
그것이 기묘한 그 귀신과의 동거 시작을 알리는 첫 행보였다.
' 벨져릭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져릭] 잘자요, 도련님. (0) | 2016.07.07 |
---|---|
[벨져릭] 엘비라 마디간의 행복. (0) | 2016.07.02 |
[벨져릭] 초여름, 그날을 기억하며. (0) | 2016.05.20 |
[벨져릭] 사랑이란건, 그렇게. (0) | 2016.05.18 |
[벨져릭] 월요병 (수위) (0) | 201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