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작성일
2021. 6. 5. 01:26
작성자
you. and. me.

 

* ost는 [내부자들] - 우 검사 (엔딩 크레디트 음악)입니다. 박진감엔 역시 이런 브금이 최고죠 (따봉

 

* 에멧 히카 -5편입니다.

 

*모험가가 7제해를 겪기 전에 있었던 일중 하나라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든 내용은 픽션입니다. 


* 대충.. 6~7편에서 끝나겠네요! 

 

 

 

 

 

 

어리석은 여인이여, 빛의 의지가 네게 과거를 보여주었다 하여 모든 것을 알게 된 양 착각하지 말지어다.’

 

 

 

- [창천의 이슈가르드] 흐레스벨그의 대사.-

 

 

 

 

1.

 

애나이더 아카데미아. 아모로트 한 구석에 있던 조용한 그 장소. 조용하면서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던 장소가 있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생물들을 창조해 내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는 그것은 이라 불리는 자들의 영역이라 하였다. 그들은 우리를 호모 데우스(Homo Deus)’라 불렀다. ‘신이 된 인간.’ 그러나 우리는 의문을 품었다. 신이 된 인간이라니. 그럼 그전에 우리들은. 신처럼 무언가를 창조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것이 아닌가.

 

태초의 인간은 모든 것이 어긋나 있지 않았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했고, ‘틀렸다’ 하지 않았다. 땅에서 빛나는 돌과 보석, 금과 은 덩어리보다 하늘의 반짝임이 아름다운 것을 알았다. 순수함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최초가 되었고, 아름다움을 아는 지식에서는 늘 활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살아가던 아모로트에 어둠보다 더 짙은 죽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공포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그 감정은 소용돌이로 또 다른 생물들을 ‘창조’해 나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뒤로 물러나며 도망칠 때, 나는 앞으로 나서야 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지독한 의무감 너머로, 자꾸만 눈앞에 거슬리듯 아른거리는 네 생각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에 네가 껴 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네가 거기에 없다면?

 

한 발자국을 디딜 때마다 인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태초의 모습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흔하디 흔한, 완벽하지 못한 인간들이 말하는 신을 난생처음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 사람이 무사하도록 해 주십시오.

 

살점이 튀고 피가 낭자하게 젖어들어가는 바닥을 발로 짓이기며 나는 한번 더 커다란 손아귀를 휘둘렀다.

 

그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 저에게 최초가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눈 앞에 거대한 야수가 내 앞을 막아 섰을 때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들이 꿈이게 해 주십시오.

 

우습게도, 나의 간절한 염원에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솔 조스 갈부스는 유리관 안에 둥둥 떠다니는 아젬의, 아니. 흔하디 흔한 모험가의 얼굴을 관 너머로 쓰다듬어 보았다. 닿지 않는 손이지만 어쩐지 유리관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도. 기절한 틈을 타 녀석을 실험관에 넣고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할 샘이었다. 신나는 듯 연신 기계들을 조작하며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는 아울루스에게 시선을 주었던 에멧은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어차피 저놈도 아젬의 영혼을 빼내는 것에 성공하면 죽일 것이니. 한참을 요란스럽게 기계들의 버튼을 누르던 아울루스는 안경을 고쳐 올리고는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영혼을 분석하니, 상당히 강한 영혼으로 보이는군요. 육체와 영혼의 결속이 잘 이루어져 있는 상태라, 분리를 시키려면 상당한 양의 에테르가 필요한데.”

 

어차피 에테르는 곧 생길 거다. 넬을 불러와.”

 

땅에 위성 달라가브. 그 알라그 유산의 산물인 놈이 제대로 충돌하면 지상에 아무것도 살아 남지 못하고 대량의 에테르 상태로 변화될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에테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니. 주름진 손으로 유리관을 조금 더 더듬어 보던 솔 황제는 이내 커다란 망토가 휙 돌아가 펄럭거릴 정도로 강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메테오 계획을 실행한다.”

 

모든 생명이 소멸하기 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줄 필요는 없지. 솔 황제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덤덤한 얼굴로 모두가 고개를 숙여 보이는 복도를 거닐었다.

 

 

 

2.

 

아무래도 위성 달라가브에 대한 지식 부분은 갈론드, 그 자가 더 지식적으로 해박하기 때문에 적임일 것 같아 추천하였습니다.”

 

그래. 달라가브 진행 속도는?”

 

약 284말름으로 육안으로도 달라가브가 창공에 보일 정도로 내려왔습니다.”

 

각 지역에 임의적으로 뿌려 두었던 수족들이 자료를 하나씩 보고 하기 시작했다. 넬의 지휘 아래에 달라가브 낙하를 위한 교신 장치를 제국 기지에 세워두고 달라가브 유도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더 빠르게 내려오는 위성의 속도에 솔 황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탓이었다.

 

가이우스, 그 자의 방식으로 진행하다간 에오르제아의 정화작업은 영영 실행할 수 없겠지요.”

 

넬의 능청스러운 말에 반 황제파에 속하는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황제가 있는 자리에 총검을 끼고 올 수 있다는 것은 황제가 허락했다는 일. 무기를 소지하게 함으로써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황제를 능멸하거나, 업신여긴 대가를 죽음으로 갚을 수 있는 명분이. 이럴 때일수록 입은 무거울수록 좋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달라가브 계획에 초조함이 밀려왔다. 지금 저 다 늙어가는 황제가 여기서 더 공을 세웠다가는 자신들이 밀고 있는 바리스의 영향력이 떨어질 것은 뻔했다. 그렇게 된다면 솔 황제의 차남에게 황권이 물려주게 될 것 아닌가.

 

“........위성 달라가브의 진행 방향은?”

 

카르테노 평원을 중심으로 추락할 것 같습니다.”

 

에오르제아 동맹군도 진격을 막기 위해서라면 여기쯤에서 한 번은 싸우게 되겠군.”

 

책상에 활짝 펼쳐진 커다란 지도에, 솔은 카르테노 평원을 지휘봉으로 툭툭 두드렸다. 지금 카르테노 평원에는 제14군단이 있을 터였다. 지금이라면 바리스, 그 녀석의 세력을 없애기엔 충분했다. 고지식하기 그지없는 가이우스와 함께 에오르제아까지 말살시킨다면 완벽한 (연)극의 정점으로 충분했다.

 

지금 선두로 있는 부대는?”

 

제 소속 부대인 7 부대가 지휘하고 있습니다.”

 

넬이 이내 깊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하는 것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우며 군사를 대신 나타내는 검은 깃발에, VII 마크가 그려져 있는 깃을 XIV 마크 뒤로 빼내었다. 가이우스의 군대가 선두에 서게 되는 모양새에 황제파들은 환호를 질렀고, 바리스 파 측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내 손주에게 명예를 돌릴 기회를 주어야겠지. 바리스의 군대를 앞장 세워라. 공을 세우게 해.”

 

아주 영민한 선택이십니다, 폐하.”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넬의 말에 반 황제파가 이를 득득 갈았다. 어서 바리스에게 알려야 했다. 자신들의 목숨마저도 가이우스의 꼴처럼 총알받이가 되기 전에.

 

 

3.

 

아주 죽이려고 사족을 못쓰는구나-. 그 망할 늙은이가!”

 

앞다투어 달려온 장관이며 사관급 인사들이 고통에 찬 얼굴로 바리스에게 회의의 내용을 알려주자 바리스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안 그래도 자신의 아들인 장남, 즉 바리스의 부친 사망 이후 차남을 황태자로 올려야 한다는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카르테논 전투에서 총알받이라도 하듯 군대를 앞서 보내라니? 군사력까지 빼앗아갈 샘인가. 자신의 혈족은 도대체 자신의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까지 한계에 밀어붙이는 것인가. 바리스는 구겨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가죽 장갑을 낀 손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이렇게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황제의 그 시종이 보이질 않습니다.”

 

시종?”

 

, 그 에오르제아인 말인가. 유난히 황제가 감싸고돌던 그 녀석. 바리스는 이내 주먹을 쥐었던 손에 힘을 풀어 턱을 괴었다. 혹시 몰라 사람을 붙여 두기는 했다만. 바리스는 이내 근처에 있던 군사 한 명에게 시종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는지 색출 해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대한 빨리 황제의 숨통을 잠시나마라도 움켜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임시적으로 그 망할 늙은이의 복제 몸뚱이를 회수시켜. 다시 원래의 몸으로 복귀하기 어렵게.”

 

, 바리스님.”

 

지시를 받은 군인이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링크펄로 교신을 시도했다. 회의하는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터 인지 조용히 링크펄로 연구실에 지시를 내리다, 이내 ?’ 하며 반문하는 목소리를 내뱉더니 이내 다급히 알겠다는 말을 내뱉으며 교신을 끝냈다. 그 이상함에 바리스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군사를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물어보자 군사는 서둘러 링크펄로 들었던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솔 황제의 복제 몸이 있는 연구실에서 황제를 따라다니던 시종을 발견했다는 보고입니다.”

 

? 그게 왜 거기 있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구 담당자는 아울루스 말 아시나. 최근 들어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아울루스 이 새끼-.”

 

기껏 자신이 연구 비용까지 할당해 가며 아껴주었더니 알고 보니 황제와 한통속이었나. 이제는 기가 찰 지경이다. 자신이 너무 얕봤던 건 아닐까.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황제의 손에 들어와 있는 상태가 아닌가. 바리스는 초조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바리스가 일어남과 동시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참모들도 일어나 바리스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아울루스에게 간다. 나머지 인원은 갈론드, 그놈을 찾아와. 그 놈을 찾아서 당장 내 앞으로 대려놔, 당장!”

 

위성 달라가브. 메테오 계획. 황제의 뜻대로 돌아가는 태엽에 아주 조그만 나뭇가지라도 껴져도 좋다. 그것이 잠시의 틈을 만든다면, 결국 승리하는 것은 자신이니.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참모들이 큰 소리로 !’ 하고 대답하곤 동서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리스는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지는 갑주에 한숨을 내 쉬고는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일부 사병을 데리고 제노스를 데려와. 아무래도 제노스에게 맡겨야겠지.”

 

독에는 독을 풀어 중화시키는 법이라 했다. 바리스는 형형한 눈을 빛내며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바리스를 따르는 군인들의 무수한 발소리가 금방이라도 닥쳐올 전쟁을 암시하기라도 하는 듯, 크게 울려 퍼져나갔다. 아주 멀리까지.

 

 

 

4.

 

제노스님, 바리스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한참 비스듬하게 의자에 앉아 검을 손에 쥐고 쳐다보고 있던 제노스는 이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느릿하게 내려 바닥에 검을 꽂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노을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붉어 제노스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빨갛게 물 드는 것을 본 군인들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제노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입을 열었다.

 

폐하? 선 황제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아주 충직한 개들이로구나.”

 

그래, 개는 충직 할수록 좋지. 제노스는 이내 어깨에 정복을 대충 걸쳐 두르고는 검을 허리춤에 꽂고 자신의 아버지란 사람이 있는 곳을 안내받으며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바리스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죽이거나, 살리거나. 물론, 후자의 경우 살려만 둔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었다. 적어도 숨은 붙어 있는 상태로 사지가 잘려 나간 것도 살리긴 살린 것이니까. 군인들은 안달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제노스는 오래간만에 불어오는 피 바람의 향기에 점점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주 무료하던 참이었다. 지긋한 전쟁에서 자신의 아버지란 작자와 황제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느라 자신이 낄 틈이라곤 주지 않으니. 그래도 간만에 검으로 뭐라도 베고 나면 이 지루한 느낌을 없앨 수 있겠지. 상상에 빠져 느려졌던 걸음에 조금 서둘러 주십시오, 제노스님.’ 하고 닦달을 해 대는 소리를 내버린 병사. 이내 제노스는 정면을 보고 걸었던 시선을 내려 군인을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얼음장이라도 지나간 듯 차가워진 공기에 군인은 서둘러 그 자리에 엎드려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하고 거듭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

 

제노스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검을 천천히 엄지로 코등이 부분을 밀어내며 뽑아 내고는 엎드린 군인의 목 바로 위에 검 끝을 올려놓았다. 서슬 퍼런 검날이 기뻐하듯 검집에서 뽑아낼 때 빛 서린 소리를 내는 것이 여간 피가 고파 보이는 게 아니라며 제노스는 한 번에 검을 쑤셔 넣어 옆으로 검을 비틀었다. 꺼윽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자신의 옷과 얼굴까지 난자하게 튀는 것에 제노스는 엎드린 군인의 어깨를 발로 밀며 느릿하게 검을 뽑아내었다.

 

너무 짖는 개는 시끄러워서.”

 

검을 뽑아내자 느릿하게 누워버리듯 쓰러지는 군인을 바라보던 제노스는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주변에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을 기다릴 아버지란 작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연구실에서 이미 바닥에 연구원 한 명이 벌벌 기듯 자신의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 커다란 유리관에 갇혀버린 사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러니까, 황제가 이 놈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키려 한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유리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제노스는 입을 열었다. , 그래. 바다 밑 어딘가에는 다리는 생선의 무언가와 닮았고, 몸뚱아리는 사람과도 같다는 인어라는 생물이 산다 했던가. 유리벽 안에서 넘실거리는 하얀 머리카락과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자신도 한번 제대로 얼굴을 봤던 사람이었다. 다리가 만약, 지느러미가 달려 있다면 자신이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인어라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창백해 보이는 피부에 제노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웃음끼를 지웠다. 곧 바리스는 제노스의 말에 아울루스에게 주었던 시선을 들어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닮았다기보단, 지금의 황제와 닮았다고 해도 믿을 잔인함에 한숨을 쉰 바리스는 이내 유리관을 같이 쳐다보았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저놈을 데리고 제국 밖으로 탈출시켜라.”

 

지금 제국에서 군인들은 전쟁 준비로 이동 제한이 걸려있을 텐데요.”

 

에오르제아 내에 첩자를 심어놨다. 모방꾼을 말이야. 작은 함선 하나를 빌려 주도록 하지. 에오르제아의 모방꾼에게 이놈을 넘기고 오면 된다. 카스트룸 옥시덴스에 미리 군사들이 대기 중이니 인계는 쉽겠지.”

 

“죽이는 게 낫지 않습니까?”

 

제노스는 제법 아쉽다는 투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바리스는 이내 생각에 빠졌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황제라면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 거라면 진작에 죽였겠지. 지금처럼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바리스는 이내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다가도 고개를 슬쩍 들어 자신의 눈치를 보는 연구원에게 이를 갈며 얼굴을 발로 차 버렸다. 절대로 함구하는 놈 때문에 이놈을 죽이자니 자신이 투자한 복제품 양산에 지장이 있을 것이고, 살리자 하니 틀림없이 황제에게 이 사실을 보고 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보고를 한다 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질을 유출시키는 것이 나았다. 비밀리에 황제가 시킨 일이라면, 그 어떤 것 보다도 가치가 있는 일일 테니.

 

아니. 죽일 생각이었으면 이미 진작 죽였겠지. 조만간 전쟁을 위해 군대를 집결시킬 것이다. 그전에 한번 이곳에 들려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으니 빨리 이동시켜야 한다.”

 

호오.”

 

그렇다면 저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적어도 살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아닌가? 제노스는 이내 흥미롭다는 듯 검을 들어 올려 유리관을 한 번에 그어 내었다. 선과는 다르게 갈라지듯 부서져버리는 유리관과 그 위로 아무렇게나 쏟아져 내리는 물과 함께 뱉어내진 시종을 제노스는 대충 어깨에 안아 올렸다. 죽은 것 마냥 차가운 육체의 느낌에 잠시 시선을 주다, 이내 이 상태로 제국을 활보했다가는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귀찮음에 눈을 느릿하게 굴리고는 근처에 서 있던 군인에게 시종을 던지듯 건네주었다.

 

군복으로 갈아입혀라. 황제 군에게 들키지 않게 말이다.”

 

 

5.

 

온몸이 따끔거리고, 축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흔들거리는 자신의 몸에서 어지러움증까지 올라오자 구토감이 몰려왔다. 자신이 왜 이런 느낌을 받는지에 대해 고민했던 아젬은 이내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을 기절시키고, 그 마저도 슬픈 눈으로 쓰러지는 본인을 받아내며 이동시키는 에메트셀크의 어렴풋한 모습. 단호함 혹은 고통스러움이 담긴 얼굴로 애써 자신을 외면하고 걸음을 옮기는 하데스의 손길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 이후로 기억이 없는걸 보아하니, 제대로 기절한 것이리라.

 

.......”

 

눈을 떠도 사방이 어둠뿐이었다. 게다가 몸을 일으키고 싶어도 자신은 어딘가에 누워있는 상태로 이동되고 있는 중인 듯, 자신이 갇혀있는 곳은 관처럼 비좁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하는 순간 목구멍부터 머리까지 전기가 타고 올라가는듯한 아찔한 감각에 소리를 내려다가도 목을 움켜쥐고 겨우 달뜬 숨만 내뱉었다. 아무래도 밖의 세계와는 조금 단절이 되게 방음 처리라도 해 둔 것 같지만, 사람이 제법 있는지 간간이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어설프게 귀에 들려와 아젬은 발로 강하게 위를 걷어찼다. 그래 봤자 위아래로 폭이 좁아 발을 크게 휘두르지 못해 쿵 소리 정도만 겨우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효과는 좋았는지 삽시간에 주변이 조용해지는 것에 아젬은 침을 삼켜냈다. 이게 아닌가? 하지만 흔들거리는 것처럼 움직이던 제 몸이 멈추어진 것은 알겠다. 곧이어 자신의 위쪽으로 아주 희미한 빛과 함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는 숨을 멈추었다.

 

방금, 저 상자에서 소리가 난 게 아닙니까?”

 

“내려놓는다고 소리가 난 것뿐이야. 청린수 폐기물이라 담아놓은 것이니.”

 

정히 그러시다면 확인해도 좋겠지요. 폐하의 명입니다. 군인들은 별도의 허가 없이는 외부 이탈 금지라 하셨습니다. 군용품들 또한 예외가 아니지요.”

 

“좋을 대로.”

 

픽 웃는 소리와 함께 이 쪽으로 두 사람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두근거리는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 아젬은 얕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 보니 얼굴에도 뭔가 쓰여 있는 것인지 자신의 숨소리가 미미하게 울리듯 들리는 것이 더 긴장감을 주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발자국이 자신의 상자 앞에서 멈춘 순간, 느릿하게 열리려는 상자 뚜껑 부분으로 빛이 세어 들어오기 시작했고, 빠른 칼날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리는 것이 멈추어졌다. 이내 후드득 거리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상자의 틈 사이로 빛을 머금은 검붉은 색의 액체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에 아젬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냥 갔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충성스러워도 문제인데. 느릿하게 말하는 남성의 목소리는 익숙했다. 이내 뚜껑이 완전히 젖혀지고 쏟아지는 빛을 황금빛 머리카락이 반사라도 시키듯 가려버렸다. 그리고 마치 신과 같은 얼굴로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제노스의 얼굴을 보고 아젬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번거롭게 굴지 마라. 지금이라도 죽일까 싶었지만. ‘아버지가 명령한다면 일단 따르도록 한다 했으니.”

 

마치 저놈이 죽은 건 네 탓이잖아.’ 같은 어투로 태연하게 내뱉는 제노스의 어투에 아젬은 소리를 낼 수도 없어 미간만 찌푸렸다. 잔뜩 쓰라린 몸을 일으켜 보자, 자신이 누워있던 커다란 상자의 뚜껑에 제국군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칼에 찔려 있는 것이 보였고, 제노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내 군사들에게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황제 군을 죽였으니 조만간 추적이 따라붙겠지. 이 자의 뒤를 따라가고 싶지 않으면 네놈들이 뭘 해야 할지는 제일 잘 알겠지.”

 

스산하게 말하는 제노스의 말에 군인들은 서둘러 작은 함선으로 물품을 실어 옮기기 시작했다. 엉거주춤 상자 속에서 일어나자 제노스의 시선이 따갑도록 붙어 오는 것에 아젬은 한쪽 팔을 손으로 문지르며 습관처럼 입을 열어버렸다.

 

왜 나를-. !”

 

다시 한번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목을 감싸 쥐자 제노스가 이내 사내를 꿰뚫어 버린 검을 뽑아내 목덜미에 대고는 가볍게 툭 치듯 끝을 목에 감긴 구속 장치 같은 것에 찌르자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을 짓누르는 것이 챙강거리며 발 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시원해진 목덜미를 문지르다가 이내 머리에 쓰고 있던 것을 벗어 내자, 길어진 머리카락이 갑옷 위로 아무렇게나 흘러내렸다.

 

잠자코 따라와라.”

 

이내 물건을 실어 나르는 군인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는 제노스를 바라보며 아젬은 따끔거리는 목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둬진 거대한 요새처럼 보이는 건축물은, 에멧이 황제로 있던 장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꺼내왔다는 것인데. 앞서 걸어가는 제노스는 따라오던 말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묵묵히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아젬은 이내 검디 검은 요새에서 빛나는 붉은 등 빛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겨 제노스의 뒤를 따랐다.

 

밖이라면, 하데스를 막을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밖이라면.

 

이것은,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6.

 

술은 좋아하나?”

 

“.......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술을 좋아하냐 물어도 근처에 술이 없다. 하다못해 보통은 저런 말을 할 때 다른 마실만한 것이라도 들고 오며 물어볼 법 한데 제노스는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말하는 데로 무언가 튀어나올 것인 양 자신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 턱을 괴고는 눈을 내리 뜨고 물어볼 뿐이었다. 아젬은 그런 제노스를 쳐다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고 물었다. 적어도 행선지는 알고 있어야 할 터였다. 자신의 물음에 재미있다는 듯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는 제노스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던 아젬에게 다가가 턱을 움켜쥐고는 바짝 붙어 희미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물론 손의 악력은 금방이라도 턱을 으스러트릴 것 같았지만.

 

황제랑은 잠자리를 같이 했나?”

 

“읏! 그게 무슨-!”

 

그래, 그런 것 치고는 몸이 깨끗했지. 아들 둘 낳은 남자 치고는 아무도 품지 않길래 다른 흥미가 있나 싶었거든.”

 

다리 사이로 제노스의 허벅지가 들어와 자신의 아랫부분을 지긋하게 압박하듯 누르는 것에 아젬은 얼굴을 붉히고 자신의 턱을 붙잡은 제노스의 손목을 양 손으로 움켜쥐었다. 자신도 힘이 약하다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악력을 쥐어짜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는 팔에 눈가에 고인 눈물을 숨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제노스를 쳐다보았다. 제노스의 파란 눈동자가 빛을 내며 휘었다. 그것은 그저 사냥감을 놀리는 수준의 시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약품 냄새가 나는군. 약품이 담긴 물에 절여 있던 거라 그런가?”

 

약품, 이라니-.”

 

아무것도 모르나? 그냥 장난감이었던 건가.”

 

그런 것치곤 황제가 상당히 애지중지 하던데 말이야. 느릿하게 말하며 턱을 쥔 손의 힘이 풀려 겨우 아린 턱을, 입을 벌려가며 움직이자마자 턱을 다시 받치듯 들어 올리게 하는 제노스의 행동에 아젬은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누가 누구보고 장난감이라 하는 건지.

 

황제가 네놈을 영혼 분리 술에 대해 연구하던 연구원에게 넘겨 시험관에 갇혀 있었지.”

 

“.......”

 

영혼 분리술이라니. 자신의 영혼을 육체와 완전히 분리시키려 했단 말인가. 아젬은 이내 눈을 내리 뜨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 육체는-. 나 이면서, 내가 아니다. 지금의 에메트셀크는, 자신이 보는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은 살아있는 생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이용할 도구들일 뿐이지.

 

씻고 오도록 해. 흥미가 있다면 말이지. 난 더러운 건 못 참거든.”

 

아젬의 상념에도 상관없다는 듯 몸에서 손과 허벅지를 땐 제노스가 다시 느릿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쳐다보았다. 밖에 누가 있냐는 제노스의 부름에 병사 하나가 들어와 깍듯하게 인사해 보이는 것에씻겨놔.’ 하는 가벼운 어투로 말을 하고는 흥미가 없다는 듯 눈을 감아버리는 제노스에게 다시 한번 병사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신에게 나가자는 듯 방 문을 열고 에스코트를 하기 시작했다. 아젬은 이내 상념에 빠진 걸음으로 그저 병사가 가자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 우선은 내 몸에 네 영혼을 넣는 실험을 할 거야.’

 

‘실패할 리 없어. 당연히 성공할 거니까.’

 

‘넌 죽지 않아.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에메트셀크의 말이 귓가에서 환청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샤워실인 듯, 문을 열어주고는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하는 제국군을 잠시 쳐다보다가 아젬은 이내 문 안으로 들어갔다. 군사들이 쓰는 시설물 치고는 깔끔하게 정비된 샤워실에서 옷을 한 겹 한 겹 벗으며 머릿속의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아젬은 중얼거렸다.

 

어차피, 네가 죽이는 그들도. 갈라져버린 우리 동포라는 사실을.”

 

너는 왜 모를까.

 

하데스, 왜 너는 눈 앞의 목적에 갇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나누어졌어도 그것은 결국.

 

우리였다는 사실을.

 

 

 

 

 

 

7.

 

 

?”

 

제노스님께서 소수의 군사들을 이끌고 출항하셨다고-.”

 

지금 내가 그걸 다시 물어보는 줄 아는 건가? 허가받지 않은 나머지 군사들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했는데 왜 나가게 두었냐, 이 말이다.”

 

그것이, 출입국을 담당하는 군사 한 명이 아까부터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는 군사에게 솔 황제는 들고 있던 유리잔을 집어던졌다. 단단한 제국식 갑주 투구에 부딪혀 깨져 나가는 유리잔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안에 담겨있던 물이 쏟아져 투명함을 더해주었지만, 그것으로도 황제는 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혀를 차 대었다.

 

“손주고, 증손주고.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으니-. 다른 연락이 안 되는 군인은 별도로 없나?”

 

“예, 예! 제노스님과 바리스님께서 연구소에 잠시 들렸다가 가셨다는 말 외에는-.”

 

그 말에 귀찮은 표정을 지었던 솔 황제는 그대로 몸을 굳히고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군인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군인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 상태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의아함을 느껴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잔뜩 굳어버린 얼굴의 황제를 보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지금 당장. 군사들을 풀어라. 당장!! 제노스를 추적하도록 해! 나머지 일부 군사들은 연구소로 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와! 아니. 아니지. 내가 간다.”

 

안됩니다, 폐하.”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나갈 듯 성급하게 구는 황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백은의 흉조, 넬 반 다르누스였다. 밖에 서 있다 언쟁을 듣기라도 했는지 타이밍 좋게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와 황제에게 제국식 경례를 해 보인 넬은 이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지금 달라가브 낙하 위치를 조종하는 번개 관제탑의 설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군대는 황제의 명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법. 제노스 폐하를 추적하는 것은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네가?”

 

-. 어차피 폐하께서 찾는 건 그 시종 아닙니까?”

 

마치 다 아는 투로 이야기하는 넬의 행동에 솔 황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헛웃었다. 이제는 개나 소나 자기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에 지겨워진 솔은 이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잔잔한 물속에서 하나의 물방울이 튀어 올린 의문의 파동은 멀리까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에오르제아를 산 제물로 바쳐 모두를 살리게 된다면?

 

아젬 또한 돌아올 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의 품에. 그리고 아젬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젬을 지금 쫓아가게 된다면?

 

위성의 추락은 시작되었다. 지금 정지를 시키기엔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쫓는다고 그를 찾을 수 있을까? 황태자가 그를 어디에 숨겼을지도 모르는데.

 

파동의 위로 수 없이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좋다. 달라가브 계획도. 그 시종을 데려오는 것도. 네가 책임지도록.”

 

, 폐하. 반드시 에오르제아를 정화시키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보이는 넬에게 시선을 준 솔은 이내 고개를 숙여 보인 병사에게 손짓으로 그만 꺼지라는 시늉을 해 보이며 이마를 짚었다.

 

빗방울들이 수없이 쏟아져 잔잔한 물은 더 이상 고요해질 수 없었다. 혹여나 아젬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황좌에 앉아 있는 솔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습게도, 그것은.

 

‘가진 줄 알고 착각 한 사람의 생각인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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