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5. 8. 23. 15:02
작성자
you. and. me.




-(음악과 함께하는 소설입니다.

-기승 앵슷, 전결 해피





여어- . . 오랜만에 오는 걸? 난 또. 이젠 도넛은 물렸나 했네.”

 

그럴 리가. 이 가게 도넛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은 없소. 단지 일이 바빴을 뿐이지.”

 

웃으며 주인장에게 빳빳한 지폐를 내밀고 도넛을 건네 받았다. 주인장이 서글한 웃음을 짓다가 이내 깜빡 했다는 듯, 딸기로 추정된 식품이 얹어진 조그마한 조각 케이크를 담은 상자를 건네 주었다. 두 개. 그는 내가 연인이 있다는 것을 다 안다는 듯 특유의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같이 먹어.” 하고 그 말을 뒤로 주방으로 사라졌다.

 

못 말리는 주인장. 고맙소. 먹고 난 다음에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 주겠다 약조하지.”

 

손님이 많이 드나들어 매끈매끈해진 목제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헤집고 다닌다. 좀 더 단단히 코트 자락을 여미자, 회색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후우-.”

 

입김을 불어 보니 하늘 위로 입김이 올라가다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앞을 보니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온통 검은색, 흰색 둘 중 하나로 나뉘었다.

 

나는 색을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다. 그는 오랜 출장을 나간 이후로 몇 달째 보지 못하는 중이였기 때문에. 온통 흑백인 거리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려고 동동거리며 살얼음이 낀 거리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건물은 눈으로 뒤덮여 마치 원래부터 세상은 흑백이였다는 듯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실소하며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눈이 위로 해 준다. . 제법 시 적이구나.

 

바닥을 보며 걸었다. 화려한 바닥의 문양이 이제는 짙은 세월의 흔적에 지쳤다는 듯,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이, 마치 나와 같아 보여서. 문양을 밟으며 그와 내가 머무르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늘 그런 것처럼 우체통을 열었다. 마치 마음을 전하는 붉은 철로 만든 그 통은 이제 온통 검게만 보여서. 답답한 마음에 우체통 속을 열어보니 여전히 그날 이후로 편지는 끊겨 있었다.

 

그가 출장을 나간 이후로 그와 나는 계속 편지를 주고받았다. 오늘의 재미있던 일. 당신이 그리웠던 날. 그 모든 것을 편지에 차곡차곡 담아 보내었다. 하루는 그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비록 그의 푸른 눈동자를 보지 못해도, 그가 너무 보고 싶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보고 싶소.

 

그 단어만을 보낸 뒤로 그에게선 연락이 되지 않았다. 편지라는 것이 그렇게 빨리 오는 것이 아닌걸 알고 있고, 그와 떨어진 이 곳은 배를 타서도 무려 일주일은 걸리는 거리니까. 그래도 그게 이주 째를 넘어가니........

 

괜스레 시무룩해 져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열쇄로 문을 열었다. 눈 때문에 녹슬었는지, 삐걱거리는 쇠의 마찰음이 들렸다. 기름칠을 해줘야 겠다 생각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집안에 불을 켰다.

 

그래도 늘 그가 있듯,

 

다녀왔소.”

 

그렇게 말을 하며. 부엌으로 가 사온 도넛과 케이크를 내려놓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검은 딸기가 하얀 생크림 위에 얹어져 있다.

 

“.......”

 

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도넛 맛이 석탄 맛이 날 것 같아. 다시 밖으로 나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이 짙은 회색과 하얀색이 뒤섞여 있었다. 밤이 오려나보군. 상관 없겠지. 늦게 들어가도 무어라 할 사람은 없으니.

 

목도리 깊숙이 얼굴을 파묻고 광장의 커다란 트리 쪽으로 다가섰다. 트리를 둘러싼 벤치에는 연인들이 내일이면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잔뜩 들뜬 표정으로 트리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쁜가.

 

잘 모르겠다.

 

칙칙한 검은 나무가 쇠구슬 같은걸 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워 보이기만 할 뿐 이였다. 한참을 트리를 노려보았다.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에 설탕을 잔뜩 타서 가지고 오고는 트리를 쳐다보다가 이내 매만져보았다.

 

차갑구나.

 

커피로 따듯해 졌던 손이 어느새 겨울바람과 나무의 눈이 손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냉기를 뿜어내었다. 귓가로 들리는 캐럴 송에 그나마 표정이 풀렸다. 트리에 매달린 조그마한 장신구들. 양말모양의 장식 속에는 온갖 선물 상자들이 가득한 것 같았고, 천사를 오려 붙인 종잇조각은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그래, 애꿎은 트리와, 크리스마스를 미워하기에는. 어폐가 있겠지.

 

반짝 거리는 전구들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설풋 웃어버렸다. 순간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치며 연인들은 서로를 껴안았고,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려 떨어져 나가는 별모양의 장식에 시선을 주었다.

 

마치 은하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별들을 주워보려 팔짝 거리며 제자리에 뛰는 모습이 또 웃겨서 가만히 있다가, 트리에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별 하나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손을 뻗어 보았다.

 

 

.

그것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귓가에 다시금 저녁 12시가 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아주 느리고 깊은 소리를 내며

 

-. …….

 

울리기 시작했고,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 찬 크리스마스 노래들이 다시금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내 손은 별을 향해 손을 내밀고, 이내 내 손에 안착하려는 별을 잡으려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손이 다가 와서.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별을 잡은 손에 또 다른 온기가 전해져 올 때,

 

손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당신이 거기에 있었다.

 

 

다녀왔다.”

 

 

그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온 세상, 흑백 가득한 세상에 당신의 눈을 보고 말았다. 가장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당신의 눈을, 나를 한없이 기쁘게 하는 그 눈을.

 

…….어서와. 그대.”

 

목이 메여왔다.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그가 가만히 이마에 입술을 대어주었다. 누가 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어차피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 우리가 끼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듯.

 

그를 중심으로 세상이 다시금 제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온기가 내 몸에 맴돌 때 마다,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보였다. 연인들은 모두 발갛게 붉은 빛을 띤 볼을 하고 있었으며, 트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녹색 솔잎에 하얀 옷을 입은 천사와, 가장 밝은 노란 빛깔의 별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날,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었다.

 

집에서 가장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나누어 먹었던 케이크는 마치 우리 둘 사이처럼 달콤하고, 붉고 탐스런 빛의 딸기는. 너무나도 새콤해서.

 

그날을 12월의 기적이라. 부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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