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저때문에 폰 요금 많이 나오시죠?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만 선정했으니 어여삐 봐주세요!
가만히 소파에 드러누워 책을 자꾸만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게 되고, 어렸을 땐 몰랐으나 커서는 알게 된 글. 어린 왕자.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어린아이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는 인연을 거듭할수록 무언가 교훈을 남겨준다. 그와 같이 지내온 세월 덕일까. 자꾸만 어린 왕자가 여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간이 멈추고 시선이 멈춘다.
"책을 싫어한다면서 잘만 보는군."
"감동적인 책은 항상 마음을 울리는 법이오, 벨져."
"그래서, 그 감동은 어린 왕자가 가져다주나 보군."
그가 표지에 쓰인 글자를 보고 그의 고향의 언어로 나지막이 말해주는 발음이 좋아서 책으로 입을 가리고 웃자 가만히 소파에 누운 나를 내려다보는 그가 이마에 입을 맞춰온다. 부드러운 온기가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행복함에 자꾸만 미소를 지어 보이니 그가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군.' 하며 가볍게 내 머리를 들어 소파에 앉아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려주었다. 꼼지락거리며 그의 배 쪽으로 몸을 돌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당신 같은 어린 왕자가 나 같은 여우 옆에 있어 주니 얼마나 행복하겠소."
"...... 여우였나? 토끼인 줄 알았지. 여우치고는 둔해서 말이야."
그가 오랜만에 웃는 목소리를 내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는 것에 그의 품속에서 숨을 들이 쉬는 것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에게 길들여 진것 같아."
"...... 틀렸다. 그것은 길들인 게 아니라 서로에게 익숙해졌다는 거겠지. 난 네가 홍차보단 커피를 좋아하지만, 나와 맞춰주기 위해 홍차를 마시는 것을 알고."
웃으며 책을 덮어버리고는 그의 허리를 껴안고 머리를 부볐다. 당신에게선 햇빛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정말 따듯하고 부드럽지. 이런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나라서 고마워. 그에게 닿지 않을 목소리로 외쳐본다.
사랑해, 사랑하오, 벨져.
은애해, 은애하오, 그대.
이 세상에서 가장 연모할 수밖에 없는 존재야 당신은.
"그렇게 넌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겠지."
그의 낮은 음성 때문일까. 나른하게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낮은 음성에 따라 몸이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옷끼리의 마찰음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는 사락거리는 그 작은 소리도. 자꾸만 입술을 매만지는 그의 손도. 모든 것이 자장가가 되어간다.
“여우가 말하지 않았나, 밀밭. 어린 왕자의 머리카락을 닮은 그 밀밭의 색깔 때문에 그곳에서 스치는 바람 소리마저 사랑하게 될 거라고.”
응, 그래. 당신을 닮은 눈 부신 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대가 잠들어 있는 아침보다, 그대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이 좋아.
“...... 너를 만나기 전엔, 꼭 너도 그랬는데 말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이, 너와의 만남 이후 잊지 못할 무언가로 자리 잡혀서.”
나도 그래.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나만이 우선이었고, 다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어. 내 세상은 온통 흑백이었고, 당신을 만나서 색을 점점 입히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큰 관심이 없던 내게, 유일하게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겼는걸.
“그대가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이면, 나는 9시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지, 그대가 10가 지나도록 안 오면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하고, 안절부절못하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내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오.”
눈을 감은 체 중얼거리듯 말하자, 위에서 피식하는 바람 빠진 소리가 들린다. 당신을 기다리는 것, 그 기다리는 순간마저 설렘이 되고 기쁨이 돼.
만나는 순간, 오늘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오늘 머리카락은 뻗치지 않았는지. 어떻게 당신을 안아줄지. 그 모든 게 혼란스럽게 머리를 흔들지.
그리고 그 설렘이 깊어 지면 깊어질수록, 내 사랑도 깊어져만 가는 것 같아.
“늦게 온다고 화난 거로군.”
아닌데. 절대 아닌데. 눈을 확 뜨며 그에게 항의할 요령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큰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버렸다. 약간은 살에 맴도는 붉은 색이 눈 앞을 가리는 것 같아서 눈을 깜빡거리니 속눈썹이 그의 손바닥을 간질거렸다.
그가 조용히 ‘더 자라.’ 하며 다른 손으로 가슴 깨를 두어 번 도닥거려준다.
심장이 울리는 듯한 그 두근거림에 천천히 수마에 빠져들 때 즈음, 그가 귓가에 또 그만이 아는 언어로.
Traum was schones. meine Liebe.
조용히 웃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의 목소리를 끝으로 꽤 달콤한 잠에 깊게 빠져 들어버렸다. 가장 행복한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 그 총으로 사냥을 하지. 그래서 아주 거북해! 그들은 닭도 키우는데 그게 유일한 낙이야. 넌 닭을 찾고있니?"
"아니야,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길들인다'는게 무슨뜻이야?"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여우가 말했어요.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에게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날 길들인다면 정말 신날거야! 밀도 금빛이기 때문에 밀은 너를 기억하게 해 줄거야.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까지 사랑하게 될거고......"
"같은 시간에 오는게 더 좋아. 가령 오후 네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 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 수록 그만큼 난 더 행복해 질거고, 네 시가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생택 쥐 페리 "어린왕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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