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5. 8. 21. 16:46
작성자
you. and. me.

이걸 쓸 줄 몰랐다.





-(음악과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ㅎ...



 

 

 

도넛! 안되오! 그건 한정판으로 나온 도넛이라서 팔지도 않는단 말이오..”

 

단건 그만 먹어라. 지난번에 치과에 다녀온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 나빴소.”

 

그리 말해도 소용없다. 나중에 틀니 끼고 입 맞추기만 해봐라. 기타 등등의 진부한 잔소리가 이어진다. 그는 항상 이렇게 도넛에 민감하게 군다. 질투하는 걸까. 먹는 것인데.. 그럴 리가 없지. 가볍게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손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에 어느 정도 파란 빛이 생기자 눈치도 빠른 그가 갑자기 도넛을 높이 던진다.

 

어어?!

 

내 도넛!!

 

 

서둘러 공중에 사방팔방으로 게이트를 열었다 닫았다 를 반복했다. 게이트로 겨우 손으로 이동시킨 도넛 상자에 도넛들을 담으니 그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그래도 상관없다. 일단 도넛이 우선이다! 가게 앞에서 저 도넛을 얻기 위해 무려 2시간을 땀 뻘뻘 흘리며 기다렸다고!

 

도넛인가, 나인가. 둘 중 하나만 택해라.”

 

벨져.......”

 

“........ 웃기는 건 바로 나라고 대답 못하는 게 더 웃기다. 알겠으니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양치나 제대로 하지 그러나.”

 

상자를 품에 꼭 쥐고 그와 도넛을 번갈아 보며 울상을 지어보이니 그가 안쓰러웠던 건지 눈썹을 씰룩거리며 팔짱을 낀 체 한숨을 쉰다. 겨우 떨어진 그의 허락에 서둘러 딸기잼이 가득 들어간 도넛을 크게 한입 물었다. 코에서는 벌써 도넛 특유의 빵 굽는 향과, 입 속에서는 달달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도넛반죽의 맛이 딸기잼과 섞여 입안을 기쁘게 해 주었다. 이 맛이지. 옆에 내려놓았던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지독히 단 도넛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커피 또한 향기도 일품이다.

 

“....... 다른 여인네들은, 보석을 주면 할 법한 표정을 도넛 하나로 보여주다니…….”

 

?”

묻었다.”

 

가만히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주며 하얗게 묻은 도넛가루를 훔쳐간다. 묻었었나? 잘 몰랐는데. 그의 손가락에는 하얗게 분칠을 한 듯 도넛가루가 잔뜩 묻어있었다. 물끄러미 그것을 보다가 그의 손가락을 텁 하고 물어버렸다.

 

“...........”

 

“.........”

 

“.......놔라.”

 

시소-”

 

발음이 새서 듣기 좋지 않은 음성이 나온다. 싫소. 발음이 잔뜩 새어 나가도 잘도 알아들은 그가 갑자기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더니 엄지손가락으로 느긋하게 혀를 눌러온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항의하기도 전에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도넛 보다 더 단내가 나도록 가만히 웃어 보인다.

 

불길함을 느끼는데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허벅지 위를 가만히 쓸어오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입을 천천히 벌리고 있다가, 그가 고개를 숙이며 귓가에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계속 그러면, 오늘 저녁에……

 

죄송합니다.”

 

존댓말까지 써 가며 그의 손가락을 입에서 빼내었다. 서둘러 품에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물에 살짝 적셔 그의 엄지손가락을 깨끗하게 닦아 낸 후 아무것도 모른단 표정으로 다시 도넛을 먹자 기분이 조금 풀린 건지 헛웃음을 치며 내가 앉은 벤치 옆자리에 그가 소리 없이 앉는다.

 

벨져. 도넛은 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렸을까?”

 

“....... 다 먹고 말해라. 입에 음식을 담은 체 말하는 버릇 하나는 정말 제대로 고쳐 줘야 하는 건가.”

 

불쑥 다가오는 얼굴이 가깝다 느껴지니 서둘러 입을 닫아버렸다. , 하는 입술끼리 물 머금은 소리가 나며 부딪히는 것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입술을 느릿하게 땐 그가 자꾸만 애먼 입술을 핥으며 너무 달아.’를 연신 말하는 것에 아메리카노를 내밀자 그가 멀뚱히 쳐다만 보다가 이내 잔을 받아 들였다. 그의 취향에 흔한 가게에서 파는 커피는 입에 맞지 않겠지만, 그는 항상 내색하지 않고 주면 주는 대로 잘 먹어주었다. 집에서도 무엇을 하든 군말 없이 먹어주고, 항상 잘 먹었다 말해주는 것이 세삼 고마워져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었다.

 

여러 가지 기원이 있지. 가운데 부분이 잘 구워지지 않아서 구멍을 내니 골고루 잘 구워져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내가 봤을 땐...”

 

“..........., 설마.”

 

그의 어깨에 기대던 머리를 퉁기듯 들어 서둘러 도넛대신에 그가 먹을까 싶어 사온 베이글을 손에 들고는 집개 손가락에 천천히 베이글을 끼워 넣자 그가 점점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이마를 짚었다.

 

“......반지는 여기서 태어난 게 아닐까. 그렇지 않소? , 그래. 이건 그 옛날 농촌의 한적한 한 연인이 서로 증표를 주고받을 수 없어서 이렇게 빵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서로 손가락에 낀 뒤 사랑을 맹세 하는 것이오!”

 

감격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도넛을 끼운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긴가! 뿌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그가 한심하단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이어서 그의 질문이 속사포로 들어오자 조금은 주춤해 버렸지만...

 

그럼. 한 두세 개 더 끼지 그러나.”

 

? ..하나면 충분...”

 

? 두세 개 더 끼면 이젠 귀족 나으리 부럽지 않은 대-.단한 반지가 될 것인데.”

 

가만히 다시 자리에 앉고 그에게 손가락에 꼈던 베이글을 내밀자 그가 한숨을 쉬며 너나 먹어라.’하고는 커피를 한잔 마신다. 뭔가 서먹해진 게 조금 당황스러워 그의 귓가에 사랑하오-.” 하고 말해주니 그가 쿨럭 거리며 기침을 해 댄다.

 

괜찮소?”

 

모른 척 그의 등을 토닥거려 주니 그가 이쪽을 따가운 눈총으로 쳐다보는 것에 움찔 해 버렸다. 그렇게 봐도..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기분에 그저, 하하하.. 하고 웃으며 그의 등을 자꾸만 토닥여 주니 그가 잔뜩 쉰 목소리로 저녁에 보지.’ 하며 목을 가다듬는 것에 그의 등을 토닥이던 손길을 멈추었다.

 

“.........”

 

. 청량한 여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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