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벨져릭의 귀여운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정확히는 릭이 여우짓 하는것이)
「벨져 홀든과 연인이란 것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조금 많은 사연이 있었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 했다. 안타리우스 에서 발생한 나의 부상으로 인해 홀든가에서 치료를 받고, 그가 나와 한참을 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궁금한 것이 생긴 그날. 그날이 바로 사건의 시초였다.」
-릭 톰슨 자서전 “I'm handsome." 중 발췌.-
*
정확하게 오늘은 그의 집에서 머무른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완전히 그의 저택은 이제 내 집처럼 편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 시중을 드는 것만큼은 적응을 하지 못해 이것저것은 손수 내 손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저택의 사람들과 매우 친해졌다. 이따금 계단 난간을 타며 내려가다가 벨져한테 혼나는 때도 있고, 저택의 연못에 풀어놓은 금붕어 때에게 먹이를 준다고 난리를 쳤다가 이내 금붕어의 배가 빵빵하게 먹이로 가득 차는 것을 넘어서 녀석들이 옆으로 누워 연못 위를 둥둥 떠다니자 좌절을 하는 집사, 알프레도의 모습에 급하게 사과 한 적도 있지만. 나는 여기서의 생활에 매우 잘 적응 하는 중이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그래. 릭은-.”
“벨져!”
가볍게 그에게 뛰어 가자마자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정판 도넛이 그득하게 담긴 상자를 내민다. 상자를 열자마자 달콤한 향이 올라오는 것에 눈까지 지긋하게 감아가며 향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음- 최고의 향. 고개를 도리질 까지 해 가며 만족스럽게 웃는 것에 온 저택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귀엽다니, 어쩐다니 이것저것 웃어가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덩달아 벨져의 미간이 쭈글쭈글 해 지고.
“......”
“품위.”
“예.”
그놈의 품위. 고개만 슬쩍 내밀고 끄덕 해 보이며 벨져에게 인사를 해 보이자 어린 메이드 아가씨들이 조금씩 더 크게 웃기 시작한다. 물론 집사님의 헛기침 덕분에 다들 조용히 정자세를 취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웃지만 여전히 벨져의 미간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허리를 조금 숙여 벨져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았다.
“잘못했소.”
“완전히 뱀이 따로 없군.”
혀 내밀어 봐라. 두 갈래로 갈라진 건 아니지? 꼭 한마디 하려 하면 그런 표정으로 마음 약하게 하고서는. 그가 내 혀를 잡아 보려 하는 것에 서둘러 도넛 상자를 들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정말로 내 혀를 확인 할 작정인 듯, 그의 신체강화 능력까지 써가며 한걸음에 이쪽까지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에 서둘러 게이트를 바닥으로 열어 뛰어 들었다. 능력엔 능력!! 내려오자마자 게이트를 닫으려 하는 순간 그도 게이트 아래로 뛰어 내리며 순식간에 다시 이쪽을 향해 도약하는 것에 닫기는커녕 게이트는 나 몰라라, 도망가기 바빴다. 한창을 그렇게 정원을 박스를 든 채 뛰어 다니며 게이트를 드문드문 열고 그를 피해 보려 했으나 그가 쫓자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려보려 하는 것도 문제였고, 어떻게 안 것인지 모르지만 정원 깊숙이 숨어도 이쪽을 곧잘 찾아내는 그 덕에, 나무에 등을 기댄 체 주저앉아 버렸다.
“하아...하아...”
“체력이 정말 저질수준이다.”
“그대가.. 후우-. 그대가 너무 빠르고 비정상적으로-.”
아. 당 모자라. 말하기 힘드니 말시키지 마시오. 그에게 손을 내저어 보이며 상자에서 서둘러 도넛을 아무거나 하나 집어 들고서는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혀끝까지 자극하는 이 달달한 풍미! 퍼석하다면 퍼석할 수 있으나, 쫀득하고 찰진 이 도넛 특유의 맛깔스런 감촉! 초콜렛 시럽이 뒤덮인 덕분에 행복한 기분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이쪽을 한심한 듯 내려 보는 그의 시선에 웃으면서 그에게 도넛을 하나 내밀어 보였다. 물론 먹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내밀어 보인 것이지만. 그는, 요즘 따라 드물게.
“...너무 달아.”
나에게 맞춰주고 있었다.
*
“!!!!!”
그와 저녁 식사 후 잠들기 전.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이제는 거의 다 나아 완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어깨에 슬쩍 그가 목욕을 하고 있을 욕실의 문을 힐끔 쳐다보았다. 미친 듯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그것’의 문제는 이윽고 내 머릿속을 갉아먹듯 차근차근 지배해 나가기 시작했다.
뭐지. 궁금해. 궁금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옷을 훌렁 훌렁 벗어 던졌다. 그는 아마 물 찰박거리는 소리를 듣자하니 욕실 속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게이트는 분명 그의 욕실 바닥으로 연결시키고, 반대쪽 게이트인 내 쪽은 바닥에 게이트를 열면, 물이 내 쪽으로 쏟아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겠다며 흡족하게 바닥에 게이트를 열었다. 역시나 물이 고여 찰랑거리는 수면이 보였고, 언 듯 보이는 그의 맨 다리에 나는 입을 다셨다. 드디어 궁금증을 풀어 낼 순간인가.
퐁당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느릿하게 들어가자 그도 아직 모르는지 깨끗한 수면 위로 그가 눈감은 모습이 수채화 물감으로 덧그린 수채화 마냥 일렁거리는 모습으로 보인다. 좋아. 천천히 게이트를 닫고 수십 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욕실의 욕조? 그래. 정정하자면 욕조보단 욕탕 정도의 수준 크기를 가진 그 곳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그의 발바닥을 지나쳐 그의 중심부로 천천히 개헤엄을 치며 기어갔다.
내가 궁금한 그것.
벨져의.
거기... 털 색.
거기도 흰색인가??
물결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주 조금씩 다가가자 평소에도 잘 안하던 잠수를 오래 한 덕분에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뜨거운 물에서 눈을 뜨고 있자니 눈에 열이 몰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지만. 나는 궁금한 것을 풀어 내지 못하면 못 참는 성격이니까. 무릎을 지나쳐 드디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그의 것. ...크기는 둘째고 일단 그것을 확인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하!!!”
“!!!!릭 톰-!”
“흰색이야!!!”
“뭐?”
나는 떨리는 눈으로 그의 팔을 휙 하고 들어 올렸다. 그가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며 팔에 힘을 주는 것에 억지로 그의 팔을 들어 올리려고 낑낑 거리자 그가 한참 서서 그의 팔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내 다리 무릎 뒤를 손날로 찍어버렸다. 덕분에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 가려 하는 것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라면 욕실 바닥에 완전히 머리를 부딪칠지도 모르는데! 빠르게 중력을 따라 몸이 뒤로 넘어가는 것에 게이트를 열어버릴까 생각을 하던 와중에 단단한 무언가가 등을 받쳐온다.
“......”
“도대체 왜 욕실에 들어온 거지? 그리고 왜 ‘거기’서 기어 나오는 거냐.”
“......”
아직 나의 궁금증이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으니 대답은 하지 않겠소. 그대 겨드랑이만 보여주면 돼. 단호하게 속마음으로만 결심하고는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무언가를 호소하는 눈빛을 해 보이자 그가 허리를 받쳐 주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는 다시 욕탕에 몸을 담그고는 눈을 감았다.
“안 돼.”
“...벨져.”
“네 그 눈빛이 제일 수상하다. 절대 안 돼.”
...뭔지 모르면서 안 된다고 하는 건 무슨 심보람. 결국은 이 방법 밖에 없는 건가. 그의 옆에 바싹 다가가서 앉자 그가 몸을 움찔 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바라본다. 물기를 머금어 축 늘어진 그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입을 열었다.
“벨져.”
“.......”
“우리 어깨동무나 좀 할까?”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몸만 멀찍이 기울이며 떨어지는 것에 좀더 바싹 붙으며 그의 한쪽 팔을 느릿하게 붙잡아 내 목 뒤로 넘기려는 순간 눈만 힐끔거리며 그의 겨드랑이 사이를 확인 하려 했으나 미세하게 안 보이는 것에 혀를 차며 일단, 어깨동무 자세를 완성했다. 체격 차이 인지, 단단한 그의 팔이 내 어깨 너머로 축 늘어져 손가락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어쩐지 조금 묘하다.
“빨리 속셈이나 말해라.”
“속셈은 무슨.”
“거짓말 마라. 네 눈이 완전히 도넛을 볼 때 눈을 하고 있다고.”
그렇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웃어보이자 그가 이내 다시 눈을 감는다. 기회는 이때다. 고개를 낑낑 거리며 숙여 보지만 자세가 자세인 지라 뒤로 넘어간 그의 팔 덕분에 어쩐지 그에게 살짝 안긴 포즈가 되어버려 잘 보이지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팔도 그의 목 뒤로 넘겨버리는 건데. 결국은 이 수 밖에 없나.
“벨져.”
“음?”
“미안.”
손을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쑥 집어넣어 아무 가닥이나 하나 붙잡고 쑥 뽑아버렸다. 그의 단 발마 같은 신음이 들려오며 나의 갑작스런 공격을 피하지도 못하고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은 체 부들 거리는 그는 일단 둘째. 떨리는 눈으로 손바닥을 펼쳐 보자...
“여기도...!!하얀색!!!”
“릭...톰슨...”
너-. 그의 푸른 안광이 번쩍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마주하는 그의 눈빛인 것 같아 어설프게 그의 겨드랑이 털을 집게손가락으로 집어보이며 그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아. 미안하오. 갑자기 그대 거기 털이랑, 겨드랑이 털이 정말 하얀색일까 싶었는데. 진짜 하얀색이네.’ 하하 거리며 욕실에서 호탕하게 웃자마자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 이쪽을 향해 머리카락을 한번 넘겨 보이며 그가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어 보이는 것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너는?”
“응?”
“너는 어떻냐고 물어보고 있다.”
나도 갈색인데. 머리카락 색과 똑같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 보자 그가 내 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걸어오기 시작한다. ‘잘 못 믿겠군. 직접 봐야 알겠는데.’ 어쩐지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그에게 한 행동이 얼마나 오해를 사기 쉬운 행동 이였는지를 알아차린 순간, 다가오는 그를 피해 웃으면서 ‘지...진정하시오, 벨져.’ 만 연발하면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서두르는 바람에 미끄러져 넘어져 버렸지만, 아까처럼 팔로 감싸주는 것은 없었다. 그대로 꼬리뼈에 둔탁한 아픔이 밀려와 억! 소리를 내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저런. 내가 좀 봐주도록 하지.”
“아...아냐. 이정도 쯤은. 잠깐 아픈 정도지, 그렇게 심하게-.”
“돌려.”
“......”
어쩐지 사람 잘못 건드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쪽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어오는 손은 그의 머리카락 색과 그의 웃음과는 반대로 너무나 어둡고, 무언가 무서웠다.
그날 욕조의 물은 벨져가 욕실에 들어간 지 20분 만에 다시 새 물로 채워져 버렸다.
이유는 절대 내 입으로 말 할 수 없다.
*
“...괜찮나?”
“허리아파.”
네 잘못이다. 그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내 허리를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만져주었다. 조금씩 풀리는 근육에 안심하던 찰나 그의 말에 화를 버럭 내버렸다. ‘난 털색이 궁금한 것일 뿐인데!’ 그는 그것에 ‘나도 털색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라고 답해버리며 내 궁색한 질타를 그렇게 무시해 버렸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 큰 것이 들락날락 그곳도 쓰리다. 미간을 찌푸리며 끙끙 거리고 있자니 그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왜 안 피했지?”
“뭐가 말이오?”
“네가 나한테서 피할 방법과 장소는 충분했을 텐데.”
그의 대답에 눈을 뜨고는 몸을 빙글 돌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을 시트로 가리니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완벽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는 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불을 코를 가릴 정도로 끌어 올리고 웅얼거리며 ‘나도 잘 몰라.’ 하고 대답해 주니 그가 한숨을 푹 쉰다.
“뭘 바란 내가 잘못이지.”
“뭘 바랬는데?”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며 나가려는 그의 팔을 강하게 붙잡고 힘을 주어 당기니 그가 의외로 순순히 끌려온다. 출렁거리며 침대가 움직이는 것에 허리의 고통도 요동치지만 어설프게 내 쪽으로 쓰러져 팔 하나로 몸을 기댄 체 내 옆에 누워버린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잘 다녀와.”
“.......”
“올 때 도넛.”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입을 맞추며 웃어보이자 연하답게 귀 끝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이 신기해 또 웃어버리자 그가 ‘이런 것에 익숙한가?’ 하고 질문을 던져온다. 이런 것이라니?
“남자끼리- 그...”
“그대가 처음인데.”
뭘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러시오. 내 나이에 남자 사귀다가는 큰일 나는 법이오. 웃으면서 그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자 그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이쪽의 눈을 응시한다. ‘내가 말 했잖소, 나도 잘 모른다고. 그냥 단지 그대랑 같이 지내 오면서 뭔가 스킨십이 많아지다 보니 그런가... 아니면, 그냥 단순히 그대가 좋은 걸까? 벨져, 당신에게 하는 것들은 뭔가 거리낌이 없어져서.’ 나의 말에 그는 입을 조개처럼 다물어 버렸다.
“친구로 시작할까?”
“됐다. 더 기분 나빠.”
그가 어딘가 미심쩍은 듯 내 눈치를 살피더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서는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버렸다. 어딘가 무거워 보이는 발걸음을 향하는 그의 뒤에다가 ‘벨져, 많이 좋아하고 있소. 잘 다녀와.’ 하고 말해주자 마자 문이 거칠게 닫히며 그가 좀처럼 조용히 내려가던 것과는 달리, 구두소리가 확연하게 들릴 정도로 힘주어 계단을 내려간다.
“귀엽기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주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그나저나 진짜 거기 털도, 겨드랑이 털도 다 흰색이구나... 점점 풀려가는 허리에 깊은 숨을 내쉬며 침대에 몸을 더 묻어버렸다. 어쩐지, 방금 막 본 벨져가 다시 또 보고 싶어지는 것에 남몰래 웃어버리며.
*
「벨져는 다녀오자마자 대뜸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의 눈 색과 꼭 닮은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는, 놀랍게도 내 손의 치수와 딱 맞아 떨어졌다.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여전히 내 네 번째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다.」
“...진짜 이렇게 쓸 건가?”
“왜? 뭐 이상한 거라도 있소?”
아주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묘사한 것 같은데. 역시 그대랑 그거 하는걸 안 써서 그런 건가. 어딘가 모자란 것 같기도... 펜을 들어 올려 그 부분을 써내려 가려 하자 그가 서둘러 펜을 뺏어 부러트려 버린다.
“이대로 제출하지.”
“그래. 없어도 나쁠 건 없지.”
완전히 망가진 펜의 촉을 어색하게 들어 올리며 마지막 란에 서명을 해 둔 뒤, 맨 앞쪽으로 다시 종이를 넘겨 중앙에 글을 끼적거렸다. 잉크 사각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방에 울리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들어 웃어버리며, 그가 잠시 다른 곳을 보고 다시 나에게 시선을 주기 전에 서둘러 짧은 한 문장을 쓰고는 표지부분을 장식할 종이로 글 위를 덮어버렸다.
[사랑하는 벨져 홀든에게 이 책을 바친다.]
“어차피 볼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아쉽소. 분명 출판된다면 대단히 인기를 끌 건데.”
이런 책이 출판되었다가는 엄청난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벨져 홀든의 겨드랑이 털 색을 확인하려는 릭 톰슨이라고? 웃겨 돌아가시겠군. 인쇄소에 맞기고 오지. 그는 가벼운 말을 마치고 두툼한 종이 뭉치를 들고서 이내 밖으로 나서버렸다. 망가진 펜촉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창문 밖으로 그가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웃어버렸다.
어딘가 가벼워 보이는 듯한 발걸음이. 무척이나 기분 좋아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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