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5. 12. 18. 19:03
작성자
you. and. me.





* 카즈밀레!


* 여전히 이 둘의 성격은 제대로 모르지만 어떻게 글은 써진다!!!!


*밀레시안은 부러 성별 표시를 안했는데, 남자든 여자든 취향에 따라 대..대입하면..(흔들리는 시선)

-이러고 여성시점으로 쓴듯하다







“찾았다.”


“...또 너로군. 귀찮으니까 저리 가.”


그의 머리 위로 드리운 햇빛을 가리자 그가 ‘다른 사람은 찾지도 못하는데.’ 하고 중얼거리듯 말을 하고는 눈을 잠시 떴다가 다시 감아 버린다. 어두워도 곧잘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눈꺼풀 뒤로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그의 감긴 눈을 쿡 찌르려 하자 예민한 기사의 손에 제지 되어 버렸다.


“정말이지-.”


아, 아쉽다. 코앞이면 찌를 수 있었는데. 미간을 찌푸리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이자 그가 이내 몸을 확 끌어당겨 버린다. 어어, 잠시만- 하는 사이에 세상은 뒤집혀 온통 풀과 흙으로 옷을 더럽힌 체 그의 밑에 깔리듯 누워버렸다. 바로 코앞에서 하늘을 등진 체 날 내려다보는 카즈윈이 보였으니 말이다.


“적당히 해라. 당신이라고 봐주는 법은-.”


봐주는 법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그와 눈을 마주하자마자 몇 초간의 침묵이 나와 그의 사이를 감싼다. 몇 분이 지났을까. 아니 사실은 몇 초 정도 밖에 안될지도. 그가 가만히 목을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내린다. 점점 가까워지는 눈을 따라 아무렇게나 뻗은 머리카락 주제에 고개를 내리며 따라 흘러내리는 남보랏빛 머리카락. 입술끼리의 간격이 고작 손가락 한 마디가 남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이거- 설마!


“밀레시---안님!!!”


설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알터의 해맑은 목소리에 그와 나는 동시에 어렴풋이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불붙은 것 마냥 화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으니까. 저 멀리서 들리는 밀레시안님 - 하는 목소리에 그가 내 손을 잡아 온다.


“가자.”


“어딜?”


풀이 있지만, 바닥에 누워버린 터라 엉망이 되어버린 옷에 붙은 풀잎들과 흙먼지를 털어 내며 그가 내민 손을 붙잡자 ‘어디든. 붙잡히면 또 이것저것 잔소리며 잡일을 시킬 게 분명하니까.’ 지금 일하기 싫어서 도망치는 거에요? ...아니. 거짓말이 다 티 나는 목소리였지만 잠자코 넓은 등을 따라 손을 잡고 걸어갔다. 커다란 나무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알터의 목소리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해 줄게요. 일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거죠, 카즈윈?”


“그렇다면?”


이젠 ‘그럼 어쩔건데.’하는 뉘앙스로 나를 가소롭게 쳐다본다. 한쪽 입꼬리까지 올리면서. 아니, 그럼 그런 거지 뭘. 이해한다 했지 어떻게 한다고는 안 했어요. 그렇게 말을 하니 그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 뭐, 어찌 되었든. 말없이 그와 누군가 자주 지나갔던 건지 사람 흔적이 잔뜩 나 있는 숲길을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손이라.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가 된 걸까.


“어떻게 찾은 거지?”


“네?”


날 어떻게 찾은 거냐고 물었다. 그냥 거기 있을 것 같아서요. 웃으면서 대답해 줘도 별로 믿지 못하는 눈치다. 그와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자 그제야 그가 손을 붙잡고 있단 사실을 자각했는지 당황해 한다. 


“아마, 카즈윈은 내가 숨어도 못 찾겠지만. 전 찾을 수 있죠.”


“내가 왜 널 못 찾을 거라 장담하지?”


자리에 멈춰 선 그 덕에 앞서 걸어가던 나는 그와 붙잡은 손에 의해 뒤로 끌려가듯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둘밖에 없는 숲 속에서 그와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상당히 색다른 기분이었다. 햇빛에 투과된 나뭇잎 덕분에 늘 푸른빛을 띠던 그의 머리카락은 녹색에 가까워 보였다. 이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보고 글쎄요. 이것도 그냥 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약속이라는 것 때문인 족쇄를 달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약속하지.”


그는 이내 내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손끝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떻게 변하든. 찾고 말 거라고.”



*



“....님?”


잘 자고 있는데, 누구지.


“밀레시안님. 일어나세요.”


늘 들리던 알터의 목소리가 아니다. 여성스럽고 상당히 귀여운 목소리. 머릿속을 스치는 인물 하나에 눈을 천천히 뜨자, 양 갈래로 눈부시게 하얀 머리카락을 묶은 나오와 푸른 눈을 마주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밀레시안님.”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눈으로 가만히 웃어 보이며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던 나에게 지팡이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뻗었다.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기에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확인했다. 역시나.


“음.. 이번엔, 좀. 복잡한 이유의 환생이네요.”


밀레시안님이 그렇게 다쳐서 올 줄은 몰랐어요. 간단하게 치료는 끝냈지만... 그녀는 근처를 날아오는 하얀 부엉이들에게 둘러싸이며 마치 조곤조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제야 머리를 찌르는 듯 덮쳐오는 편두통 속에서 희미하게 기억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밀레시안!!!!」


좀처럼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는데. 눈물이라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눈에서 제법 많은 양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걸 내 두 눈으로 본다는 건 제법 슬픈 일이었다. 피네, 그 아가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분명히 기사단 일행들과 같이 별것도 아닌 임무를 시행하던 도중이었다. 톨비쉬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나선 것이었는데.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이상한 놈에게 붙잡혀 귓가에 무언가 주문 비슷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로 아득하게 이쪽을 부르는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하더니... 


“밀레시안님?”


이쪽을 걱정스럽게 부르는 나오에게 웃어 보였다. 사도 화가 되었구나 나. 이쪽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던 일행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쪽을 향해 억지로 칼을 들어 보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나에게 맞고만 있던 것도. 그리고 아벨린의 정신 차리라는 말로 인하여 시작된 싸움인데도 불구하고 이쪽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카즈윈. 그의 모습도.


“...아뇨. 그냥, 이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 기사단들이 밀레시안님을 찾고 있어요.”


원한다면 그쪽으로 당신을 환생시켜 줄 수 있어요. 외모는 그대로 할 거죠? 나오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부엉이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이내 어깨에 앉는다. 날카로운 발톱이 어깨를 붙잡지만, 통증은 나지도 않았다. 


“아뇨. 외모는...”


완전히 반대로. 남색에 가까운 머리카락은 붉은색의 짧은 단발로. 분홍빛에 가까웠던 눈은 오히려 파란 빛의 좀 더 순박하고 동글해 보이는 눈으로. 그의 어깨 정도에 닿았던 키는 이젠 한 뼘 정도만 차이 나게. 


“그리고 이왕이면, 그들과 마주치지 않게.”


“......”


나에게 잘해줬던 그 사람들에게 다시 상처 주는 일 따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오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부시게 하얀 바닥만 내려보자 머리 위로 지팡이가 콩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노를 쳐다보니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여는 그녀가 보인다.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온답니다.”


그래도 이번은 밀레시안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까요. 그럼 부디, 다음에 만날 수 있기를. 그녀는 알 수 없는 말만을 남긴 체 이내 환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물어보고 싶어도 이미 나 또한 빛에 휩싸여지기 시작했다. 


어깨 위를 차지하던 부엉이가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



부드러운 풀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풀끼리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어본 사람만이 안다. 조용한 자장가 같은 느낌. 감은 눈을 뜨자마자 파란 하늘이 먼저 보인다. 어째 요즘 따라 눕는 일이 많아진다는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한적한 티르코네일의 조그만 마을. 그리고 날 둘러싼... 닭들.


꼬꼬댁!!!


이리저리 닭털을 휘날리며 서성거리는 닭들을 피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이젠 자주 봐서 익숙해진 마을. 그러나 바뀐 외모 덕분인지 사람들은 하나같이 처음 보는 나에게 ‘새로운 여행자시군요?’ 하고 인사를 해 보인다. 구태여 그들에게 내 진짜 이름을 알려주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말해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야 하니까. 


“어머. 새로운 여행자로군요?”


“안녕하세요.”


갈색 머리카락의 허리까지 오는 긴 장발은 여전히 찰랑거렸다. 푸근한 그녀의 성격 덕에 항상 그녀의 가게 근처에는 사람들이 몰려있곤 했고, 그녀의 머리카락과 똑 닮은 갈색 눈동자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이렇게 인사를 먼저 건네주었는데.


“딱히 머물 곳이 없으시다면, 저희 마을에 가장 좋은 여관인 노라 아가씨의 여관으로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제 이름을 대면 아마 잘해줄 거에요. 소곤거리며 귓가에 말해주는 아가씨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 보이고는 정말로 딱히 잘 곳이 없었으므로 좋은 물건은 다 들어 있지만 구질구질할 한 가방 하나를 어깨에 들춰 매고는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야겠지.”


티르코네일이라. 여기서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도 잊히겠지. 그리고...


“카즈윈도.”



“오, 거기 아가씨.”


순간적으로 움찔해 버렸다.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듯 말하자 마자 다른 사람에게 불려서 그런가. 주변에 사람이라곤 나 하나 뿐이었으니 나를 부르는 게 당연하겠고. 고개를 돌려 ‘저 말씀이세요?’ 하고 그쪽을 쳐다보는 순간 기분 나쁜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게 보인다.


“...거기서 말씀해 주시죠.”


“그분께서 오실 거야.”


그분? 


“머지않아 선택받은 자들은 그분의 사도로 인정받고 엄청난 힘을 얻게 된다!!”


...미친놈이군.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엄청난 힘이라.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저 광신도에게 어떠한 할 말도 없었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와 도착한 여관은 외관상으로도 매우 깨끗했다. 여긴 변함이 없구나. 로라에게 가볍게 인사해 보이며 여관 안으로 들어서자 피르아스, 그가 보인다. 여전히 다른 사내들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면도한 티가 나는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숙박부를 쓰는 찰나, 


“아벨린님. 광장에 그 광신도가 있다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바로 가서 단서를 알아볼 생각이에요.”


익숙한 목소리에서 눈물이 먼저 날 뻔 했다. 서둘러 2층에서 내려오는 그들을 피해 갈색의 두꺼운 로브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렇게 감추지 않아도 충분히 못알아볼텐데. 떨리는 손으로 숙박부를 쓰고 이내 여관의 열쇠를 받고 짧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마쳤다. 계단을 내려가는 아벨린과, 알터가  1층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마주치면 안 돼.


“윽.”


계단을 올라가다 묵직한 무언가와 부딪히자마자 몸이 뒤로 넘어간다.  잠깐 이러면-! 서둘러 계단의 난간을 잡아 보지만 뒤로 넘어가는 몸은 이미 활처럼 휘어져 바닥을 향해 내리 꽂아지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 순간 허리를 단단하게 받쳐 오는 익숙한 손길에 놀라 눈을 떠 온기가 느껴지는 쪽을 바라보았다. 


“.....괜찮나?”


“아.”


익숙한 풀 내음. 스쳐 지나가도 알 것 같은 그의 얼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에 콧잔등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잔뜩 깊어진 눈가는 그동안 그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듯했다. 여전히 갑옷은 제대로 입지도 않은 체 돌아다니는구나.


“...? 괜찮-.”


“괜찮습니다.”


몸의 중심을 잡자마자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야 돼. 로브 속으로 얼굴을 숨기고 계단을 다시 올라가려는 찰나 로브가 죽 당겨진다. 다시 한 번 뒤로 넘어가는 몸을 억지로 붙잡으려 계단 난간을 잡고 버티자 모자가 훌렁 벗겨져 버린다.


“.....”


“.....실례. 아는 사람인가 해서.”


뒷모습으로만 그를 마주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붉은 머리카락만이 아마 그를 만나고 있을 테지. 미안하다. 그는 그 말을 남긴 체 로브를 다시 씌워주다가 이내 잠시 로브 위로 올려둔 손을 멈추고는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의 문을 열고 그대로 침대로 직행해 버렸다.


어째서 그가 여기 있는 거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들이지만.


베개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려니 온갖 생각이 올라온다. 여기서도 얼른 나가야 하나. 일단 오늘 밤만 잠시 머물렀다가 새벽에 빠져나가자. 외모는 바뀌었지만, 행동이 이상해서 들킬지도 몰라. 그들은 다들 밀레시안은 환생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내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미처 제대로 닫지 못한 문틈으로 1층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카즈윈님. 얼른 오시라는-.’


‘여기 숙박계좀 볼 수 있습니까?저희 일행이 제대로 이름을 적었는지 모르겠군요.’


낯설게 정중한 목소리. 아직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알터가 숙박부를 적었겠지. 미묘하게 웃음이 난다. 엉성하게 숙박부를 쓰는 알터라. 그것도 귀엽게 느껴질 것 같아 웃고 있자니, ‘아, 여기 있습니다.’ 하고 여관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알터에게 ‘먼저 가라.’ 라는 말을 남긴 체 갑자기 2층으로 성큼성큼 뛰듯이 올라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차마 닫히지 않은 문을 젖히며 들어 온 것은.


“너.”


침대위에 누워 있던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이내 문까지 잠가 버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쳐다보았다. 모르는척하자. 일단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까도 못 알아 봤잖아? 침착하게 ‘죄송하지만 나가주시죠. 여긴 제 방입니다! 안 나가면 소리를 지르겠어요!’ 하고 말해 부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가시-!”


몸을 일으켰으나 어깨를 누르며 침대 위로 날 밀치는 그의 손에 그대로 눕혀지고 말았다. 아, 안돼. 울 것 같아. 다시 눈시울이 달아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나가세요. 치안대를 부르겠습니다. 하고 말해 보며 빠져나와 보려 하지만 몸 위로 올라탄 성인 남성의 몸무게는 절대 가볍지는 않았다.


“찾았다.”



그의 말에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은 아까와는 달리 평온해 보였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으나, 그의 주변을 맴돌던 살기 비슷한 것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가 주세요..제발.”


“멍청하긴. 숙박부에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쓰는 멍청이는 너밖에 없을 거야. 변장을 할 거면 제대로 하던지.”


아. 그제야 숙박부에 원래 이름을 그대로 썼던 것을 기억해 내 버렸다. 그래서 안 거구나. 


“동명이인도 모르시나요? 불쾌하네요.”


“네 체향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그는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고개를 숙인 덕분에 여전히 풀 내음 가득한 그의 체향도 코끝에 스며든다. 편안해지는 향기. 나는 거기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여전히.”


여전히, 보고 싶었고. 예전과 같이 목덜미를 가볍게 붙잡고 고개를 내리는 그의 행동에 울음이 터져 버렸다. 그냥 모른척하지. 볼을 감싸고 엄지 손으로 눈물을 훑어 내리는 그의 행동에 눈을 감아 버렸다. 가볍게 입술을 덮는 온기. 그대로 눈을 감자 눈꼬리에 달린 눈물 한 방울이 다시 흘러내린다.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떻게 변하든. 찾고 말 거라고.”


입술이 닿은 체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말은, 


“찾았다.”


평소의 그와는 다르게 너무 따듯해서 눈물이 났다.



'개인적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마틴] 오르골  (0) 2015.12.22
[리샹미켈] 무릎베개.  (0) 2015.12.20
[마비노기- 카즈밀레] 봄, 바람  (0) 2015.12.08
트위터 용어 정리  (0) 2015.08.31
[디글레나] 꿈속에서.  (0) 201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