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5. 12. 8. 20:09
작성자
you. and. me.




*밀레시안 반말체 주의


*마비노기 쪽으로 써보는건 처음입니다...


* 캐릭터 성격도 잘 모르겠읍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쓰는게 맞나는 생각이 한 2000번 드네요 ㅠㅠㅠ



“카즈윈! 카즈윈?”


언 듯 언 듯 들리는 뿌옇게 안개가 낀 듯 들리는 목소리. 간만에 이런저런 사건에 치여 알터가 친히 붙여준 ‘결사단’으로서의 활동도 마무리가 되었으나, 당장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체력이 돌아올 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는 톨비쉬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정말로 피곤했으니까. 집으로 가기까지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일 것 같아, 결국은 기력 회복 차원에서 기사단에 잠시 머무르는 신세가 되었다. 


“아침부터 기운차네.”


침대 옆 협탁 위에 자명종 시계를 무거운 손을 들어 올려 턱 하니 잡아 끄집어내려 보니 아직 8시 정도인데도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 잠옷 차림 그대로 창문 가로 비척거리며 다가가자 하얀 머리카락의 아가씨, 피네가 갑옷을 다 걸친 체 불편하지도 않은지 절그럭절그럭 갑주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누군가를 찾는다. 


하품을 하면서 창틀에 걸터앉아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자니 이내 창문 바로 앞쪽 나무 위로 다리 하나가 턱 하니 커다란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는 게 보인다. 설마. 급하게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고개를 들어 올리니 이리저리 잔 흠집이 가득한 그리브를 신고 갑옷은 여전히 걸치지 않은 체 나뭇가지에 앉아 기둥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보인다. 


“......”


왜 그 많은 곳에서 하필 여기지? 그리고 묘하게 첫 만남과 이미지가 겹친다. 그때도 자고 있는 줄 알고 멀리서 지켜봤는데. 지금 거리는 팔을 조금만 뻗으면 그의 그리브 정도는 간단하게 붙잡을 높이에 그가 있다. 


“카즈윈.”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러 보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건드려야 하나. 밑에서 피네가 찾는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의 그리브를 손으로 잡으려는 순간 다리가 다시 올라가 사라져 버렸다. 당황스러움에 자세히 쳐다보니 잠결에 다리를 꼬고 다시 아슬아슬하게 가지 위에서 잠을 자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자는거 맞나.”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힌 데. 어떻게 잡으려 하는 순간 다리가 올라간담. 하는 수 없지. 평소의 운동 실력을 믿고 아슬하게 창틀 위로 올라가 열린 창문을 붙잡았다. 봄기운에 불어오는 바람이 따듯했으나, 바람이 불어오는 이 층의 높이는 약 7층. 이 사람은 어떻게 이 나무 위에 올라갔는지의 의문이 들었으나 일단 깨우고 보는 게 우선이다 하며 조심히 눈앞의 단단한 나뭇가지를 붙잡고 위아래로 살짝 흔들어 보았다. 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아. 힘주어 가지를 붙잡고 다리 하나를 다른 나뭇가지에 올렸다. 이대로 올라가기만 하면-. 


출렁 하는 느낌과 함께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 몇 개에 몸을 의지하고 있으려니 아까보다 좀 더 가까워진 그의 얼굴이 눈에 보인다.


“잘생기긴, 뭐... 잘 생겼긴 했네.”


자는 틈을 타 칭찬을 해 본다. 평소에 이런 말을 건네면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려 버리니까.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잘게 흩날린다. 이리저리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한 것 같으면서도 분명 어릴 적에 보석상에서 눈여겨보았던 탄자나이트의 푸른 색을 닮은 그의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간질거리듯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눈을 뜨면 그보다 연한 색상의 눈동자가-.


“밀레시안?”


응?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인디언 사파이어 특유의 바랜 남색의 눈이 날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어? 당황스러움에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발을 디디자마자 발아래의 나뭇가지가 끝으로 갈수록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우직- 소리를 내며 무너져 가는 것이 들려 온다. 


우직-.


아냐, 설마!


이젠 아주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발아래의 나뭇가지가 중력과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나무로부터 분리되어 떨어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같이 추락하는 내 몸. 당황스러움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다가올 아픔에 눈만 질끈 감자 따듯한 무언가가 내 손을 붙잡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이대로 손 놓아 버리면 너는 또다시 태어날 수 있겠지.”


아. 카즈윈이 잡아 줬구나. 떨어진 나뭇가지는 이내 풀썩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잔디 위로 낙하했다. 물론 그 밑에 뾰족 튀어나온 바위에 한번 크게 치여서 저 멀리까지 동떨어져 낙하한 사항만 빼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함이 한결 더 전해져 온다. 이대로 떨어졌으면 최소 하반신 혹은 머리부터 떨어지면 뇌진탕일지도. 다시 태어 나는 건 둘째고 바로 다가올 아픔이 제일 문제인걸 이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놓을 생각?”


팔 하나로 용케 대롱대롱 열매처럼 매달린 나를 잘도 붙잡고 있는 그에게 핀잔을 주자 그가 글쎄, 좀 생각해보고. 라고 아주 여유로운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일단 올려주고 말해 주면 안 될까. 다리가 아무것도 지지해 주지 않는 불안함이 심각하거든. 그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해 보지만, 그는 이쪽을 여전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카즈윈-!”


다시 한 번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가볍게 혀 차는 소리가 들려 오더니 이내 몸이 한번에 쭉 끌어올려 진다. 딱히 발 디딜 곳이 없어 당황스러워하자 그가 여유로운 한쪽 손으로 허리춤을 끌어안아 품속에 가두듯 안아온다. 


“쉿.”


마주보는것도 아니고 커다란 나뭇가지 하나에 성인 두 명이 앉아 있는 꼴이라니. 게다가 그의 품에 아주 폭삭 안겨서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그가 귓가에 조용히 하라는 듯 쉿- 소리와 함께 가벼운 바람을 귀에 불어넣는다. 


“지금 일부러-.”


“쉿. 조용. 지금 이 상태로 들키는 것도 곤란하지 않나.”


고개를 살짝 돌리려 해도 떨어지는 게 무서워 균형감각을 잃을까 겁이나 함부로 몸도 못 움직이겠다. 그의 목소리에 잠자코 몸에 들어간 힘을 빼며 아래를 쳐다보자,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의 그녀가 ‘정말이지, 어디 간 거야?’ 하는 핀잔과 함께 다시 날 끌어안고 있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뒤쪽으로 사라지는 게 보인다.


“갔나?”


“...그런 것 같은데.”


그의 품속에서 조금 떨어져 보려 바르작 거리지만 그는 그대로 잘 생각인지 가만히 있으라며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자려고, 또?”


“너만 피곤한 게 아니니까.”


그런 것치고는 전투 때마다 완전 방관자처럼 열심히 놀지 않았나. 한참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평소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 피곤은 내가 더 피곤할 것 같은데. 나무 위에 있으니 바람이 좀 더 세게 불어오는 듯 느껴진다. 푸른 녹음이 햇살 덕분에 공간 자체를 부드럽고 평온한 분위기를 내는 것에 한숨을 폭 쉬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옷차림하고는.”


“급하게 깨우려 한 덕분에 그런 거거든.”


“잠옷차림으로? 조심하지그래.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한 생각을 할지 모르지 않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팔 뒤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자 그가 이따금 아프다는 신음을 내고서는 내 어깨 위에 턱을 올려 온다. 얇은 잠옷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의 체온이 온전히 전해져 내려오는 것 같아서 얼굴에 열이 오르는데. 얼굴까지 가까이하다니.


훅- 하고 풍기는 그의 채향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다. 이상하게 무심한데 이상하게 시선이 가고 이런 식으로 몸이 반응해 버린다. 게다가 이렇게 바짝 닿아 있는 상황이라니. 한숨을 쉬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톨비쉬도 카즈윈 찾기 놀이에 동참한 건지, 가벼운 차림세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나뭇잎 사이로 보인다. 


확 말해버리고 싶다.


여기 완전 변태 치한 카즈윈이 있어요!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런 변태 품 안에 안겨 있다고 소문이 날까 더 두렵다. 이 와중에도 톨비쉬는 그 특유의 컬이 들어간 금발 머리카락이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 한층 더 귀족 집안 자제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묘하게 시선이 가는 그. 기사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용모랄까. 그를 쳐다보고 있자니 커다란 손이 눈을 덮어 버린다.


“보지 마.”


“......”


“보지 마.”


두 번 말 안 해도 아는데.  귀에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말에 몸을 움츠렸다. 귀가 간질 꺼리는 것 같아. 앞이 보이질 않으니 다른 감각기관의 감각들이 서서히 물올라 오듯 강해지기 시작한다. 톨비쉬가 당신을 왜 그렇게 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의 말이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것 마냥 들려 온다. 


“그리고 네가 왜 그를 쳐다보면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지도 모르겠어.”


그의 말에 눈을 가린 손 위로 손을 겹쳐 그의 손을 치워냈다. 잠깐 가린 시야가 햇빛을 받자마자 뿌옇게 흐려졌다 다시 돌아 오는 것에 허리에 둘러진 그의 팔도 치워내 버리고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몸을 돌렸다.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시선이 얽히고 이내 그와 마주앉은 자세가 되자 그가 다시 한 번 팔을 뻗어 몸을 끌어안아 온다.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아.”


“뭘?”


가만히 그의 등 뒤로 팔을 둘러 그의 허리를 같이 끌어 앉자 그의 몸이 살짝 굳어 오는 게 느껴진다. 그게 또 웃겨서 들리지 않게 입꼬리만 올리고 웃자니 그의 몸에 기댄 귀로 동굴에서 울리는 듯, 그의 몸을 타고 목소리가 들린다. 


“톨비쉬가 널 자꾸 찾는 이유.”


“그게 뭔데요.”


궁금하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하니. 자꾸만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 위라도 듬직한 무언가가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 아래에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꾸벅꾸벅, 바람이 머리를 쓸어주는 기분에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하자 아득하게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마, 그의 마지막 말로.


‘넌 외형이 바뀌든, 무엇이 바뀌든. 적어도 네 진짜 모습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게 자꾸 탐나게 빛을 내니까.’ 


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깊은 수마에 빠졌다.


*


“밀레시안님!”


가벼운 노크를 수없이 하고 이름을 불러보지만 방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프신 건가. 괜찮으신 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쳐 결국은 안전과 생명이 우선! 이라는 집념 하나로 ‘실례합니다, 밀레시안님...’하고 육중한 나무문을 열었다. 침대 위는 텅 비었고, 자명종 시계는 엎어져 있었으며, 열린 창문 밑으로 보이는 슬리...


슬리퍼!?


자살시도!? 


알터는 서둘러 창문 가로 달려갔다. 창문 가에 펄럭거리는 커튼만이 이곳에는 너 말곤 아무도 없어-. 하는 무언의 뭔가를 알려 주는 듯했다. 정말 떨어지신 걸까! 서둘러 아래를 확인해 보지만, 별달리 밀레시안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그 순간 그의 눈앞에 거의 우윳빛에 가깝다 생각되는 다리 하나가 삐죽 보인다. 게다가 맨발. 이게 뭐지? 밀레시안님? 불안 반 공포 반으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미니 아까부터 톨비쉬와 피네가 찾고 있던 주인공과, 그의 품에 안긴 밀레시안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예민한 기사단답게 어느새 알터를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 


“......”


무언의 압박. 입 모양으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 광경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뭔가가 느껴진다. 그의 품에 안겨서 세상 물정 모르게 잠들고 있는 밀레시안님이라니. 게다가 잠옷 차림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에 서둘러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 눈이라니.”


밀레시안을 바라보는 카즈윈, 그의 눈은. 평소보다 몇 배는 따듯해 보여서. 복도를 정신없이 빠르게 걸어가는 알터는 이내 우뚝 멈추고 말았다. 붉어진 얼굴이 당황스러 입을 손으로 가리며 이내 말끝을 흐려버렸다.


“반칙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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