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스트 주의
*가사 있는 음악 주의
- 가사는 tears in heaven 의 일부입니다.
집 안에 온 가구들을 뒤덮은 하얀 천을 걷어내자 뿌옇게 쌓인 먼지가 공기 중에 흩날린다. 노을빛에 번진 먼지들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먼지가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을 보다가 이내 미련 없이 다른 천들도 걷어내고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낡고 먼지투성이인 슬리퍼를 두고 그냥 신발을 신은 체 부엌으로 가서 아직 차가운 물이 나오기는 하는 개수대에 컵 하나를 씻었다. 가스도 나오나? 가스 레버를 돌려 보지만 전기 부딪히는 소리 이상은 나지 않는다. 끊겼구나. 결국은 다시금 밖으로 나와 맥주 한 캔을 사서 그 집으로 돌아왔다.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거리 덕분에 서둘러 한동안 내려져 있던 두꺼비 집으로 다가가 전기레버를 올리자 현관을 항상 비춰 주던 조명이 켜진다.
“...춥다.”
말을 내뱉기 무섭게 하얀 입김이 부서졌다. 차가운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오늘은. 37번째 나의 생일이다.
“왔나.”
따듯한 온기. 현관문 앞에는 그와 한참을 투닥거리며 겨우 고른 파란색 러그가 깔렸었고, 집 안에서는 밖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의 머리 묶은 모습이 보였다. 신문에 시선을 주다가 내 쪽을 바라보고 살짝 웃어주는 그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다녀왔소!”
그의 품에 안기자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아. 따듯하다. 내가 있을 곳이다. 그의 목덜미를 팔로 감아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을 듯 매달려 있자니 등을 가볍게 쓸어 주는 그의 손길이 느껴진다. 기분 좋다. 몸을 살짝 움직이며 한손에 든 커피 잔을 엉성하게 든 채 도닥거리며 등을 토닥여 주는 그의 손길이 좋아 눈을 감고 웃어버렸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게 제일 기분 좋은 일이지.”
“낯간지러운 말은 잘하는군.”
그의 말에 푸흐, 하고 웃어 버리며 그의 목덜미에 이마를 부볐다. 이내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머리카락도 헝클어트리며 쓰다듬어 주는 것에 가만히 몸을 늘어뜨리며 그 손길을 고스란히 받았다.
벨져,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아. 왜지? 글쎄, 당신이랑 이렇게 껴안고 있으니까 그런 기분이 들었소. 주제도 이상하고, 갑작스런 질문이지만 그는 조용히 내 이야기에 가끔씩 추임새를 넣어주며 대답해 주었다. 귀가 그의 목에 가까이 닿았다. 목에서부터 울리는 좋은 목소리. 처음에는 완전 어른스럽고, 무거운 향기가 났던 그의 몸에서는 이젠 나와 같은 향기가 나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주문한 책이 들어왔는데.”
“책? 주문한 기억이 없는데.......”
“기억 안나나? 이 책 말이야.”
아, 그건 당신이 내 생일날 사준다 한 그 책이로군. 그렇게 대답하며 조용히 그가 건네주는 책을 받았다. 깔끔한 푸른색의 하드 커버. 은으로 자수를 드문드문 새겨 넣은 고풍스러운 문양이 꼭 당신과 닮아서. 내용은 궁금하지도 않고 당신이랑 너무나 비슷해서. 그래서 졸랐지. 당신이 당신을 선물하는 기분을 받아보고 싶어서. 그렇게 하면 당신을 좀 더 가질 수 있을까, 되지도 않을 억지를 붙여보며.
“자. 이것도.”
작은 선물상자. 되려 이것은 나에게 모티브를 맞춘 듯 작고 부드러운 갈색 펄 재질의 상자에 녹색 리본을 달아 놓았다. 책을 무릎위에 올리고 그 한번, 상자 한번을 번갈아 보았다. 이게 무엇이오? 풀어보면 알 것 아닌가. 그럼 재미가 없잖소. 한참을 그와 실랑이를 하며 웃어버렸다. 작은 선물이 뭐라고 리본도 풀어서 목에 둘둘 두르고는 나는 날 선물해 주겠소! 하고 당차게 말하자 그가 실소해 버렸다. 아, 웃었다.
“이리 줘 봐라.”
여전히 목에는 녹색 리본을 두른 체 그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갈색 상자는 달칵하고 조그만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뭘까. 시계인가? 사이즈는 시계 사이즈인 것 같은데. 두리번거리며 그의 상자 속을 살펴보기 무섭게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코롱 향기 같은 것이 맴돌았다.
“향수?”
“그래. 향수.”
향수는 별로인데. 난 비누 향기가 나는 몸이 좋소. 그래도 써봐라. 가만히 손을 끌어당겨 손목에 한번,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눈을 감고 웃자 이내 가벼운 입맞춤 뒤에 목에도 한번. 시작은 달콤한 향기로 시작했으나 끝으로 갈수록 서늘한 향이 맴돈다. 이런 향기도 있나?
“릭.”
두어번 무릎을 두드리는 그의 모션에 바로 냉큼 일어나 그의 품속에 안기듯 그에게 기대 손목에 나는 향기를 맡아 보았다. 나보단 당신이 생각날 것 같은 향기였다. 그렇게 나는 이 향수를 또 좋아하게 된다. 당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향기를 한번 맡을수록, 다른 사람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대하지만 나에게는 부드럽기 그지없던 당신이 생각났고, 두 번 맡을수록 가장 속상하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당신에게 연락하는 내가 보이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드나?”
“응. 무척.”
“향수는 싫다며?”
“이젠 좋아졌소.”
억지는. 그의 입술이 머리카락 몇 가닥을 사이에 두고 내 머리에 입을 맞춰온다. 때마침 조용하기만 했던 라디오가 켜지며, 잔잔한 음악을 틀기 시작한다. 하이톤의 여 가수가 재즈풍 음악에 맞춰서 약간은 나른한 목소리. 통기타의 기타줄이 튕기는 좋은 음색이 거실을 맴돈다. 좋아하는 음악을 별로 정하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이 노래가 왜 이렇게 마음에 닿는지 모르겠다며 괜히 모르는 노래지만 흥얼거리며 박자를 맞추고 음을 따라 불러본다.
“벨져, 춤출까?”
“... 이 노래에?”
“노래가 별로요?”
글쎄, 이건...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어딘가 텅 빈 표정으론 나에게 웃어 보인다. 고개를 살짝 빗껴 본 그의 얼굴은 어딘가 공허 해 보였다. 이상한 이질감. 그것이 너무나도 싫어 목덜미에 두른 리본을 풀어내고는 그의 한 손을 부드럽게 붙잡고 손만 까딱거리며 음악에 맞추어 위아래로 흔들거리자 그가 이내 손을 빼내더니 허리를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린다.
“우왓, 잠깐. 내려 주시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양팔로 가볍게 육중한 성인 남성을 들어 올린 그가 거실의 좀 더 넓은 공간으로 가서야 나뭇가지에 매달린 원숭이처럼 바동거리고 있던 나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이내 아주 능숙하게 손을 내밀었다.
“한 곡 출 영광을 주시지.”
“벨져, 협박조 인데.”
“넌 레이디가 아니잖나.”
그건 그렇지. 그의 손 위에 손을 가볍게 올리고 이내 늘 그랬던 것처럼 슬리퍼를 벗고 그의 발 등 위로 올라타자 위에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정상적으로 추면 당신 발을 완전히 구길 듯 밟아 버리잖소. 괜히 눈치가 보여 그를 쳐다보자 그가 말없이 입술에 입을 한번 맞춰 주었다.
“다음부턴 제대로 된 춤을 알려줘야겠군.”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 별로 배우기 싫은데.“
“그럼 평생 내 발 위에서 이렇게 춤을 추려고?”
이제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될 텐데 이정도 기본 소양은 갖추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다운 잔소리가 늘어난다. 잔소리하지 마시오, 늙소. 그의 입술에 다시 입을 한번 맞춰 주자 또 그 허한 표정을 지어버린다.
“릭.”
Would it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응?”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Du bist die Liebe meines Lebens.
그는 그렇게 조용히 귀에 속삭였다. 그게 무슨 뜻이오, 벨져? 그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한 몸을 떨어트리자 마자 그가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그대, 오늘따라 웃음이 너무 많아. 그것도 어딘가 이상한 웃음. 불안한 마음에 그의 손 위에 포개놓은 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자 그가 조용히 미안하다. 하고 대답한다.
“뭐가?”
“미안하다, 릭.”
그 말을 끝으로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당황스러움에 라디오를 찾아보려 하지만 장식장 위에 올려둔 라디오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 그를 바라보자 꽃잎 부서지듯 사라지는 당신이 보인다. 화가 났다.
화가 났다라.
울고 싶었다.
당신이 사라져 간다. 그는 사라지는 내내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거듭 되풀이 하며 끝까지, 그렇게 나에게 그 이상의 말은 남기지 않았다. 아냐, 그는 분명 집 안 어디에 있을 거야. 그를 찾으려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탁-.
“.......”
전원이 나갔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먼지 쌓인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
“릭, 최선을 다 해봤지만 이-.”
“괜찮소.”
그대들이 노력했다는 사실은 알아. 잠도 못 잤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말을 끊어버리고 웃어 보이자 다이무스, 그자가 더욱더 미간을 좁힌다. 그 옆에 항상 말이 많았던 이글 도련님도 오늘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항상 줄곧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마틴이 등 뒤로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어 온다.
“괜찮소. 다들 좀 자두는 편이 좋겠소. 얼굴들이 말이 아닌걸.”
웃으며 그들을 병실 한쪽에 마련된 숙직실로 밀어 넣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릭? 마틴은 마지막 까지 문 손잡이를 놓지 않고 잔뜩 충혈된 눈으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괜찮아. 얼른 주무시오. 나도 금방 들어가겠소. 담배 한 대만 피고. 마틴의 눈은 무언의 안쓰러움을 더했다. 당신, 담배 안 피잖아요. 그럼 커피 한 잔만. 자꾸만 이유를 늘려 놓으며 겨우 마틴의 한숨과 동시에 문이 닫혔다.
“......”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덤덤한 표정의 닥터가 수술 가운을 입은 체 의자에 지쳐 앉아 있었다. 그의 위로 코트를 둘러 주자 그가 나를, 숙였던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고생했소.”
“... 타키온. 미안하다. 이건, 도저히.”
“괜찮소. 가서 쉬시오.”
아니. 있다가 어차피….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커피 한 잔만 하고 오겠다며 수술실 밖을 나섰다. 그제야 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리저리 찢어지고 벌어진 상처들. 그 와중에도 잘 생긴 얼굴은 다치지 않게 했네. 약속은 지켰네, 당신. 그렇게 말하며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자 싸늘하게 식은 차가운 육체가 손끝에 닿았다.
“......”
바보같이. 당신이 더 중요 하다 했잖소. 내가 그런 일개 직원이 어떻게 되는지 알 바 아니잖아. 그놈의 부하가 뭐라고. 당신한텐 그것이 더 소중했소?
“나랑 있는 삶을 바꿀 정도로?”
대답은 없었다. 입술색까지 이미 죽은 색이 되어 완전히 핏기가 가신 그의 얼굴에선 어떤 답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당신이 내 곁에 이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제야. 다른 사람에게 내비치지 않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차갑게 식을 대로 식어 굳어버린 그의 몸을 흔들었다. 일어나봐. 할 말 있어, 당신. 일어나보시오.
“할 말 있다고.”
그의 머리카락이 간혹 흔들릴 뿐, 차가운 체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어나봐. 제발. 며칠 후면 당신 생일이였잖아. 그때는 눈이 많이 올 거라고 같이 이야기했잖아. 같이 영화도 보기로 하고, 목욕하기도 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같이 보내기로 했잖아.
“일어나. 제발.”
제발.
차가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그의 입술을 적시자 그것이 더 슬퍼져 더 울어 버렸다.
“안 되겠어요. 안으로 들어가서-.”
“마틴.”
다이무스는 당장에라도 들어갈 듯한 마틴의 어깨를 붙잡았다. 수술실 너머까지 들릴 정도로 이제는 울음소리가 더 커졌고, 이글은 그 소리를 듣다가 욕지거리와 함께 보이지 않을 눈물 몇 방울을 훔치며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데샹도 이미 벽에 기대서 아무런 말 없이 바닥만 쳐다보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수술실 안으로 더 이상은 함부로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같은 가족보다도.
같은 동료보다도.
더 서럽게 울고 있었으니까.
*
상념에 그렇게 빠져 완전히 어두워진 집 안에 덩그러니 남아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 그제야 그 헛된 꿈에서 깨어 버려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늘 그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자주 있던 서재로 들어서자 달빛이 창문을 타고 내려 방 안을 어둑하게 비추어 준다. 그가 앉던 책상. 좋아하지도 않지만 나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구입하던 서책들. 방 안을 빠져나오자 바로 옆에 있는 침실이 보였다. 여전히 구겨진 침실. 그가 다쳤다는 소식에 급하게 방에서 빠져나온 형태 그대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침대 시트가 제대로 펴져 있다. 낡은 옷장을 열자 깨끗하게 다려진 그의 셔츠가 보인다. 옷장 속에서는 여전히 그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웃어버렸다.
“정말 지긋지긋하군, 당신도.”
협탁 서랍을 열자, 가끔가다 속상할 때마다 제대로 말로 전하지 못할까 편지로 엉성하게 내가 그에게 건넨 편지가 잔뜩 들어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와 다투었던 그 기억들이 생각나 또 웃어 버렸다.
하나하나 꺼내 보며, 뒤적거리고 있자니, 내가 평소에 쓰던 편지지가 아닌 다른 내용의 편지지가 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
서둘러 잘 봉해지지도 않은 편지 봉투를 찢듯이 뜯어내자 반듯하게 접힌 편지지가 보인다. 떨리는 손을 주체 못 하고 편지지를 열자 내가 잘 아는 글씨체가 나와 거기서부터 울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시작은 좀처럼 해주지 않는,
사랑하는 릭.
[ 사랑하는 릭. 아무래도 37번째 생일에 편지를 쓰지 않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닐 거라 생각해서 몇 자 적어본다. 지난번에 네가 가지고 싶다던 그 책을 구하는데 거의 하루가 걸리더군. 읽어보지 않을 책인 걸 뻔히 알겠다만, 정히 가지고 싶다기에 샀다.]
다 알고 있었구나. 우는 와중에도 그것이 우스워 웃어버리곤 다음 줄을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이제 거의 40대가 다 되어 가니까.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젠 네가 진짜 아저씨라 불려도 손색없을 나이가 됐잖나. 이제 내 나이도 30이고. 좀 더 중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향수를 같이 선물로 준비했다.]
그게 그런 의미였나. 아까의 환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에 조금 놀라 버렸다.
[사랑하는 릭.]
[사랑하는 릭. 우리는 항상 그랬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전장 속에 항상 일 촉 측 발인데도 불구하고, 넌 나에게 항상 애정을 주었지.]
[비록, 내가 혹여나 어떤 일이 생겨 너에게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주 머나먼 미래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어도 항상 난 널 지금처럼.]
편지는 거기에서 끝이 나 버렸다. 언제 썼는지, 누가 썼는지, 쓰다만 편지. 조용히 편지 밑에 깔려있던 파란 책과, 향수 상자를 집어 들었다. 꿈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지만. 손으로 책 표지를 쓸어 보자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책 표지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이젠 이제는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눈물이 또다시 흘러 내리는 게 보지도 않을 누군가가 볼까 두려워서.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서야 그 집에서 향수와 책, 두 가지만을 챙긴 체 모든 것을 다시 천으로 뒤덮어 버리고 그 집을 나섰다. 올려놓았던 두꺼비 집은 아무래도 오작동인지 내려가 있었고, 구태여 전원은 건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 상태로 집 문을 잠가 버리고 대문을 빠져나왔다.
“이제 이 집도, 자주 오진 못 하겠지.”
더 생각이 날까 봐.
가만히 그렇게 집을 쳐다보자, 우리의 침실이었던 방의 불이 켜지고, 또 그가 보인다.
‘릭.’
그는 웃으며 내 이름을 입 모양으로 부르고 있었다.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 금방이라도 달려가 안아보면 가뿐히 날 안아 주고 입 맞춰 줄 것 같은 얼굴.
‘사랑한다.’
그래, 벨져, 나도.
희미하게 그에게 웃어 보이고, 뒤돌아보지 않은 체 다시 나 혼자만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나의, 37번째. 생일이다.
오늘은, 그와 함께 한. 약속했던 37번째. 생일이다.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
만일 내가 당신을 천국에서 본다면
당신은 나의 이름을 아실껀가요
Would it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만일 내가 당신을 천국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같을 수 있을까요?
I must be strong and carry on,
'Cause I know I don't belong here in heaven.
나는 강해져야만하고 삶을 계속해나가야만 해요
왜냐만 나는 내가 여기 천국에 속해있지 않는걸 아니깐요.
Would you hold my hand
if I saw you in heaven?
만일 내가 당신을 천국에서 본다면
당신 나의 손을 잡아주실 건가요?
Would you help me stand
if I saw you in heaven?
만일 내가 당신을 천국에서 본다면
당신 내가 일어설수 있도록 도와 주실건가요?
I'll find my way through night and day,
'Cause I know I just can't stay here in
heaven.
난 밤과 낮을 통하여 나의 길을 찾을꺼에요
왜냐면 난 여기 천국에서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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