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작성일
2017. 2. 22. 22:54
작성자
you. and. me.





*솔직히 타 서버에 부캐 만들었단 설정을 두분이 이렇게 재밌게 풀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쓰는 내내 재밌었던...


*마찬가지로 총 2편 (1편, 2편(수위))로 끝납니다.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톨스토이-

 

 

Tatsuya & Yotshui

 

 

 

 

아침의 시작은 늘 안경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침대 옆 협탁을 두어 번 두드리면 딱 두 가지의 반응으로 지금의 자신이 어디에있는지 알 수 있다며. 타츠야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을 협탁을 찌푸린 눈으로 바라보며 안경을 찾으려 애쓰는 자신의 등 위로 길고, 자잘한 상처와 탄탄한 근육으로 짜인 것만 같은 그의 팔이 뻗어온다. 등 뒤에서 자신을 껴안고 목덜미 뒤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한참을 찾아도 나오지 않던 안경을 손에 들고는 나지막하게 웃으며 안경을 잡지 못하게 더 팔을 위로 뻗는다.

 

“......안경.”

 

-.”

 

입 맞춰 주면 줄게, 테오. 이제는 익숙해 질 법 했지만, 잠깐 불렸던 이름에 낯선 기분이 들어 몸을 굳혔다가 길게 숨을 들이 쉬었다. 그래, 여긴. ‘다른 세계구나. 한 번 더 심호흡을 하고 난 뒤 몸을 뒤척이며 뒤로 돌리자 이쪽을 바라보는 희미한 실루엣이 보인다. 안경이 없으면 당연히 이정도 거리에서도. 거의 손 두 뼘 거리에서도 잘 안 보이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러니 내 안경으로 추정되는 것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요령 좋게 가지고 놀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거겠지. 타츠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미하게 입 꼬리가 올라간 것 마냥 연하게 붉은 입술을 찾았다. 천천히, 양 뺨을 손으로 감싸자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고개에 자신도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주하는 입술만큼 부드러운 건 없다 생각하며. 오늘도 다른 세계의 아침을 맞이했다.

 

좋은 아침, 슈이.”

 

*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은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크게 생활전선에 뛰어 들지 않아도, 필요한 것은 늘 살 수 있는. 아주 평범하고 보통인 가정. 게다가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건, 자신의 방 벽면에 정교하게 짜인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이 동내에서 제일 책 많은 집하면 단연코 타츠야의 집이라며 사람들이 입 모아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타츠야는 이번에 새로 샀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손으로 잡곤 손끝으로 페이지를 꼬집듯 간질였다. 마지막 장면이 다 와 갈수록 초조함과 기쁨이 같이 몰려와 생긴 습관이다. 어두운 곳에서도 자주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나빠진 눈 덕에 안경이 없으면 글자를 거의 보지 못할 수준 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책만 있으면 됐지. 밖에서 땀을 흘리고 뛰어 노는 취미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밖의 세계가 더 좁게 느껴졌다. 책에선 어디서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자신이 주인공 이였으니. 마지막에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영웅의 일대기를 덮고 뿌듯한 표정으로 책 표지를 바라보았다.

 

타츠야. 이제 자야지.”

 

똑똑 하고 부드럽게 방문을 두어 번 두드린 아버지의 목소리에 타츠야는 고개를 들어 방문을 바라보았다. 방문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이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버지는 타츠야에게 다가와 이제 막 13살을 넘긴 타츠야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책을 읽는다고 식사를 거르니 체중이 많이 나가지도 않는 것에 부지런하게 뭐라도 먹여야겠다 생각한 아버지는 그렇게 아이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혀 주었다. 오늘 읽은 책은 영웅담 이였는지,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쪽을 주시하는 것에 헛웃음을 지으며 침대 맡에 걸터앉아 아이가 품에 안은 책에 시선을 한번 주고 동그란 이마를 쓸어 주었다.

 

아버지, 아버지. 영웅은 정말 대단해요!”

 

그래?”

 

! 검이랑 방패. 너무 멋있지 않아요? 사람을 지켜주는 멋있는 영웅!”

 

조만간 네 동생이 더 크기 전에 우리 타츠야한테 멋있는 검이랑 방패를 선물해야겠는걸. 여동생이 놀라게 말이야.”

 

아주 멋있는. 영웅이라고 착각할 만큼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코를 마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애정이 가득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 온화한 가족의 초상화에 불이 붙기 전 까진. 7제해. 그것은 세계의 종말이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잔혹하고 끔찍했다. 책속의 이야기는 그저 책속의 이야기 일 뿐이었다. 하늘을 뒤덮듯, 점점 커지는 운석들의 모습. 비릿한 피 내음과, 사람들의 비명은. 책에서 상상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고뇌하는 모험가들. 고뇌하는 영웅들. 기도하는 사람들. 그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저 기도 하고, 기도 하는 것.

 

이렇게 혼란스러운 세계를 구하는 영웅과, 간절한 기도로 이루어지는 꿈들.

 

현실에서는 책속의 영웅과, 신은 더 이상 없었다. 타츠야는 그 이후로 신이란 것을 믿지 않기로 했다.

 

 

*

 

 

“....츠야!”

 

“.......”

 

...츠야..!”

 

 

몇 번의 부름에도 응답하지 않고 잠자고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고 있자니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정수리를 콕콕 찍는 아픔에 아야, 하고 미간을 팍 찌푸린 채 눈을 떠 보니 위스카드 그 늙은이가 보인다. 고지식한 면. 한쪽 눈에는 단안경. 겉보기 등급 만큼은 현자 저리가라 할 정도의 인자함 이지만, 정작 제자에게는 이렇게 매몰찰 수 없다. 책 모서리로 자꾸만 정수리를 팍팍 찍는 그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발딱 일어나서 책을 붙잡자 미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오스가 노인에게 치유할 작정으로 대기를 하는 모습에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에오스마저 자신의 편이 아니라니. 전투 의지도 상실해버려 더듬거리며 새벽 내내 읽던 책 위에 올려둔 자신의 안경을 쓰고 노인을 바라보니 의지의 노인네가 눈썹을 씰룩 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잠이 확 깨지?”

 

제 정신도 확 깼거든요.”

 

그것 참 잘 됐군. 오늘 수련도 개을리 하지 않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젠 늙어서 기억도 안나니.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을 한번 쓸어내리는 노인의 행동에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모든 것은 에테르로 돌아간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밖을 나서며 혼잣말처럼 늙었다, 늙었어 하는 노인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에서 막 깬 머리를 대충 손으로 쓸어 넘기며 밖을 나서려니 에오스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뺨을 두어 번 두드렸다. 많이 피곤하냐는 듯 물어보는 그 행동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곤 괜찮아. 하고 말해주니 그제야 안심이라는 듯, 날개를 두어 번 털어내는 행동에 웃었다.

 

에오스는 이제 익숙하게 소환 할 줄 아니, 다음은 셀레네다.”

 

네네. 하고 에테르의 흐름이 잔뜩 적힌 마도서 책을 집어 들려 하니 그 다음엔 이프리트, 가루다를 부르는 방법도 익힐 거야. 라는 노인의 말에 미간을 잔뜩 집어 들고 노인. 노망났어요?’ 하고 비꼬듯 물어보자, 노인이 어허-. 이놈 보게. 하고 책을 다시 휘두르는 것에 한걸음 물러났다.

 

거긴 옛날 고전에나 있던 소환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 학자고요. 관계가 없다는 말을 하려 하자 노인이 팔랑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에오스를 가리켰다. 저건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 거냐는 눈치에 미간을 부여잡았다. 자신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털웃음만 지어 보이며 얼른 책과 펜을 들어 보라는 노인의 말에 우거지상으로 책과 펜을 들었다. 집중해서 책에 에테르를 주입시키며 마법 문양을 그려 내자, 에오스가 놀란 듯 역소환 되는 소리와 함께 분홍빛깔과 노란빛깔이 뒤섞인 요정이 나타났다. 역시 잘 하는군. 넌 소질이 있어. 자신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며 꽤 먼 거리에 있는 표적을 가리키는 노인의 행동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쉬엄쉬엄 연습하긴 글렀다며.

 

 

*

 

 

. 어지러워.”

 

됐다. 이정도 하자.”

 

 

타츠야가 노인의 말에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셀레네가 근처에서 나뭇잎 한 장을 주워와 펄럭거리며 부채질을 해 준다. 7 제해. 그날 참혹한 잔상에서 살아남은 것은 자신뿐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던 자신을 이 노인이 막아섰다. 아주 속상했다. 이 노인이 뭔데, 자신의 길을 막냐며 울며. 때리고. 또 울었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싶었지만, 살아남으라며 자신에게 크게 외치는 그날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울리는 것 같아 귀를 살짝 새끼손가락으로 후볐다. 얼떨결에 소환사의 영역에도 발을 내밀었지만, 크게 얻은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지. 소환사. 그들은 야만신의 힘을 빼앗아 그들을 사역마로 부리는 존재. 학자와는 거의 정 반대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좀처럼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배우려 하니 속이 다 매슥거린다.

 

, 이대로.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조용하고. 책 읽기 좋은 곳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주저앉은 흙바닥에 그대로 누워 버렸다. 눈을 감으니 바람의 에테르가 뺨을 스치며 시원하게 땀을 식혀 준다. 꼭 네 소원은, 이루어 질 거란 착각의 속삭임이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

 

 

 

*

 

안 피곤 허냐!”

 

그렇게 피곤하면 사형 먼저 가서 자던지.”

 

, 대단한 체력이다.”

 

 

한참을 허수아비 인형을 창으로 찌르고 있으려니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트라흐레이트가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와 짚 조각들을 털어내었다. 소위정도 되면 그래도 다른 할 일거리가 많을 줄 알았더니, 자신은 시리우스 대등대의 일만 처리하면 된다며 자신에게 늘 쫓아오는 덕에 귀찮음만 늘었다고 욧슈이는 생각했다. 방해꾼 때문에 제대로 연습을 못하겠다며 땀 때문에 잔뜩 젖은 몸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 내곤 부대원의 휘장복을 어깨에 걸치고 연습용 랜스를 무기고에 다시 넣어 두었다. 이젠 어지간해선 창 보다 더 나은 무기를 찾기 힘들겠다 하고 주먹을 쥐었다 피니 잔뜩 박인 굳은살이 보인다.

 

시작은 아주 평범했다. 그저 마을의 상인들을 호위하던 창병들이 멋있어 보였던 것일 뿐. 쪼끄만 아이가 뭘 알겠냐며 무시하는 탓에 나뭇가지로 남자의 엉덩이를 팍팍 찔러 주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창술사에 아주 소질이 있어 보인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 처음엔 닥치는 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물론 지금이야 꽤 요령이 생겨 능숙하게 창을 다루지만, 그때 18살까지는 멋도 모르고 창병들을 따라서 야만신 토벌 전에도 뛰어 들고 했으니. 그 무리 중에서는 오드아이가 자신 뿐이었기에 더 눈에 띄었던 건진 몰라도, 사람들의 시선이 꽤나 자신에게 쏠리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덕분에 그 중에서 흑와단 소속 병사의 눈에 띄어 흑와단에 들어 올 수 있었으니까.

 

목적성 없이 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자신들 딴에는 이해가지 않았을 테지. 괜한 상념이라며 까끌하게 자란 수염을 손등으로 슥 문질렀다. 면도를 해야 할 때가 됐지만, 이곳저곳에서 이제 막 흑와단 준위가 된 자신을 불러 대니 어지간히 바쁜 게 아니다. 오늘도 잠깐 틈을 내서 온 것인데 기껏 마련한 쉬는 시간이 트라흐 그 자 때문에 다 날려 버렸다며 혀를 차곤 근처에 마련된 목욕 시설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고 나와 휘장복을 걸쳤다. 정장처럼 옷을 걸치고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끈을 매달고 단정하게 옷을 펴고 밖으로 나와 곧장 본부로 향했다. 오늘은 또 뭘 가지고 자신을 이렇게 부려 먹는지. 듣기 위해.

 

 

 

*

 

 

나이트?”

 

그래.”

 

대위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가 본데, 저는 근접 공격에 강합니다. 나이트 같은 방어 역할은.”

 

급한 대로 나가야 해. 게다가 어릴 적에 네가 야만신 토벌 전에 자주 나가서 활개 치고 다녔단 정보도 얻었고.”

 

트라흐, 그 자식. 다신 사형이라고 부르나 봐라. 이를 벅벅 간 슈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이트라니. 많이 해본적도 없고. 창술과는 거리가 완전히 먼 직업 아닌가. 누군가를 구해주거나, 뭔가를 대신 맞아준다는 역할은 거의 전무하다.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 말을 했으나, 나갈만한 사람이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실패하면 어쩌려고요.”

 

글쎄. 죽는 거지 뭐.”

 

어깨를 으쓱이는 대위의 얼굴을 그대로 창으로 꽂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명령은 명령이었다. 슈이는 몸을 바로 하고 한쪽 팔은 꼿꼿하게 옆구리에 붙인 채 다른 팔을 옆으로 벌렸다. 손바닥에 힘을 주고 손을 꼿꼿하게 펴 이마 가까이에 손끝이 닿을 정도로 팔을 굽혀 흑와단식 경례를 해 보였다. 어차피, 이곳에선 죽음과 삶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잘 생각했다, 욧슈이 준위. 바로 준비를 하라 이르지. 그만 가보도록. 하고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대위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곤 바로 그날 트라흐에게 달려가 옆구리에 발을 날렸다. 이 인간 때문에 되는 것이 없다며.

 

 

*

 

 

.. 안되겠습니다, 준위님! 같이 온 백마 한명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준위님, 이대로 가다간......!”

 

 

나도 잘 알고 있다. 보면 알지. 게다가 내가 그렇게 만든 장본인을 막고 있잖아, 이것들아! 외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 인데, 이미 회복역할 쪽에서 한명이 죽어버렸으니. 다들 너무 오래된 싸움에 지쳐 버렸다. 얼음으로 만든 날선 칼날을 내려치는 시바라는 여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의지로 야만신이 되어버린 여자의 칼을 막아 내는 것도 슬슬 한계가 있다 생각한 슈이는 서서히 칼을 막은 방패를 잡은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았다. 인간과 신의 대결은 좀 너무 한거 아닌가. 자신과 같이 온 방어 역할을 담당하던 병사는 이미 죽어버린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이 세상에서 하직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검을 들었다. 최소 사람들이 빠져 나갈 시간은 벌어야 했다. 옆에서 없는 에테르 있는 에테르를 쥐어짜며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공격을 하려는 병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

 

!?”

 

너 가서!!! 대위한테 인원 보충 더 해오라 하고!!!”

 

[어딜 보는 거지. 이쪽을 봐야 할 텐데.]

 

말 끝나기가 무섭게 얼음으로 만든 검으로 방패를 강하게 한 번 더 내리 치자니 아슬아슬하게나마 버티던 방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옆으로 굴러 죽어있던 나이트의 방패를 손에 붙잡고 바로 방패를 내밀자 자신의 머리 위로 도끼마냥 내려찍으려던 얼음 검이 마치 쇠와 같은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것에 욕을 내뱉었다. 무슨 얼음이 이렇게 단단하냐고. 애초에 초행들로 구성된 토벌 인원이 문제였다. 한번이라도 와 본 사람이야 좀 알겠지만. 본인의 의지로 야만신이 되는 인간은 처음이니 그렇게 주의해야 한다고 일렀지만, 만만히 본 것이 큰 원인이 되어버렸다.

 

일단 나가!!! 나가서 뭐라도 해!”

 

히익, ...!!!!”

 

다급하게 엉덩방아까지 찧어 가며 도망가는 병사의 뒷모습이 방패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것에 시바가 이쪽을 보고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어 보였다. 정말 정감 가지 않는 얼굴이다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입구 바깥으로 뛰어가는 병사에게 그대로 시바가 자신이 쓰던 검을 내 던지자 바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거지같네.”

 

[이제 너 하나 남았구나.]

 

안타깝게도 그 방패마저 없어지면 다음은 네 몸으로 막아야 겠지. 하고 웃어 보이는 여자의 말에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전멸. 이럴 줄 알았으면 덜 억울하게 창이라도 챙겨 오는 건데, 하고 주변을 둘러보려 하는 순간 저 멀리서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덜덜 떨면서 던전의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것이 보여 눈을 깜빡였다. 거의 책 하나와 천 포대 같은 것 하나만 둘둘 말아서 들어오는 모습이 처량맞기 그지없어 저게 뭔가 싶은데 옆에 요정 같은 것 하나가 안절부절 하며 열심히 왔다 갔다 거리는 것도 보여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자신의 머리 위로 다시금 검이 내려찍어 지려는 걸 겨우 막을 때까지만 말이다.

 

아오, 진짜.”

 

[한눈팔지 말라고 했을-.]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순간적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시바와 슈이는 그대로 목소리의 주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추운지 연신 코를 훌쩍 거리고, 바닥에 놓여진 시체들을 보고서도 아무런 감흥 없이 정 중앙까지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는 행동에 기가 찰 뿐이었다. 그리곤 이쪽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경계하는 자세로 몸을 움츠린 남자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쳐했는지를 생각해 보려 애쓰는 것 같았다. 턱을 쥐고 고민하는 모습. 덕분에 자연스럽게 턱수염과 잠시 감았다 떴을 때 드러나는 두 개의 이채로운 눈빛에 잠깐 숨을 들이켰다. 자신과 같은 오드아이. 그리고 이것이 거슬렸는지 당장에 그쪽으로 무언가를 날리려는 시늉을 하는 시바를 보고선 서둘러 몸을 일으켜 전력으로 그 남자에게 달려가 남자를 끌어안고 방패로 날아오는 얼음 덩어리들을 막아냈다.

 

뭐하는 사람이야 당신은!!!”

 

나도 알고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뭐야!!”

 

 

초면인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에게 슈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전투를 할 줄 아냐 물어보자 고개를 저어 보이며 자신은 학자라고 대답하는 남자를 보고 말했다. 학자라. 지금 상황에서는 이 이상 최고의 구세주는 없었다. 전멸 한 이상 이 학자를 데리고 빠져 나가는 것이 가장 맞는 방법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자 기운이 빠졌던 몸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그대로 학자를 뒤에 두고 뒷걸음질을 치자, 학자도 무언가 눈치 챘는지 뒷걸음질을 치며 그대로 시바를 주시하는 것에 침을 삼켰다.

 

뒤로. 빠지면서. 최대한 막을 테니까. 치료만 부탁하지.”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다시 한 번 시바의 차가운 눈동자가 빛을 번쩍이며 표적을 노리는 것에 두 남자는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이름이 뭐라고?”

 

타츠야.”

 

그런데 왜.”

 

부상당한 흑와단 병사들을 돌보는 의료원에서 타츠야와 슈이는 마주 보고 앉았다. 얼음신 시바 토벌 작전은 결국 숙련자로 모집된 후발 부대에 의해 토벌되었으며, 병사들의 시체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그 얼음으로 가득 찬 허허 벌판을 살아남아 돌아온 두 남자에게 당연히 모든 집중이 쏟아졌다. 두 남자 모두 오드아이. 물론 림사 로민사 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오드아이야 보는 일은 꽤 쉬운 일이였으나, 죽다 살아난 준위와 그의 등에 업혀 온 알몸에 천 장 두른 남자. 일단 그 구도부터 상당히 특이 했기에 사람들 입에 그 소문이 오르내릴 뻔 했으나 가장 먼저 그 소식을 들은 대위가 먼저 나서서 소문의 확산을 막아 다행히도 큰 소식 거리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슈이는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앞에 있던 남자를 추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했으니까. 남자는 멀리서부터 걸어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 함께 밖으로 빠져 나갈 때 까지만 해도 남자의 체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니까. 방금 막 어떤 따듯한 곳에서 온 것과 같은 온도였다. 덕분에 발에 동상이 걸리기 시작한 남자를 등에 업고 올 수 밖에 없었지만. 게다가, 이 남자의 뒤를 남몰래 조사한 대위가 림사 로민사의 시민권 하나를 내밀어 보였다. 슈이는 그것을 보고 무언가 복잡한 기분에 죄인을 취조하는 심정으로 얼굴을 굳히며 다시금 물어보았다.

 

왜 이 시민권에는 네 이름이 테오도루스로 나와 있지.”

 

“.......그것까지 대답해야 할 의무를 모르겠군. 나야 말로 지금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 이름은 타츠야다. 테오도루스란 이름은 몰라. 하고 다시금 대답하는 남자의 말에 슈이는 이마를 감싸 쥐고 그대로 침대에 털썩 소리가 나게 누웠다. 안 그래도 칼날에 베인 상처가 나으려니 열이 올라 몸이 화끈거리는데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다. 대위에게 이 테오도루스의 가족이란 사람들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에 대해 건의 했으나, 자신도 그런 것 정도는 안다며 대위가 말을 끊어 버렸다. 게다가 이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테오도루스에 대한 기록은 그저 시민권 하나만 있을 뿐, 가족관계에서부터 그전에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에 대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정보의 전부라는 말에 슈이는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거기에 온 거지. 테오도루스.”

 

자다 일어났지. 그리고 타츠야라니까.”

 

자다가 일어났다고?”

 

그래. 그랬더니 거기에서 일어난 것일 뿐이야. 옷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하나도 모르겠고. 이 천 조각도 근처에 눈에 파묻혀 있던 걸 겨우 파낸 거라고.”

 

그리고 타츠야야. 하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은 학자의 행동에 슈이는 픽 웃으며 둘 다 모르는 사람이니 자신은 흑와단에, 림사 로민사를 지키는 사람으로서 그냥 테오라 부르겠다 하니 그것도 맞는 말이라 생각했던 건지 타츠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추궁은 의미가 없었다. 물어봤자 자꾸 자다가 일어났는데 여기라는 대답 외에는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으니, 물어봤자지. 좀 더 쉬어야 겠다며 슈이는 눈을 감았다. 이번 토벌 전 덕분에 침대가 가뜩이나 부족해 결국에 이 남자와 비좁은 침대 하나에서 같이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자신이 제일 덜 다쳤으니. 다 이 학자 덕분이지만. 학자도 말 언쟁에 지쳤는지 이내 손에 쥐고 있던 책을 침대 옆 협탁에 두고 나란히 누웠다. 뭔가 거리를 두는 것 마냥 벽에 바짝 붙어 눕는 모양세가 더 괴롭히고 싶은 본능을 자극하는걸 모르는지. 스윽 하고 좀 더 거리를 붙여 보이자 그, 테오라는 남자는 더더욱 벽에 바짝 붙는다.

 

 

그래서, 치료가 끝나면 어디로 갈 거지?”

 

이건 꿈이니 깨면 알아서 가겠지.”

 

어디로?”

 

원래 내 현실로.”

 

 

슈이는 그 말에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뭔가 자신이 있는 이 현실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슈이는 말없이 테오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어쩐지 가슴에 묵직하게 무언가 내려앉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으니까.

 



*



?”

 

갈 데가 없다는데 어떻게 하나. 자네가 잠깐 보호 하는 걸로 하지.”

 

왜 접니까.”

 

네가 데리고 왔잖아. 아니 그럼, 밖에서 벌벌 떠는 사람을 혼자 두고 그냥 오라고요? 저 사람 아니었으면 저까지 죽어버려서 토벌전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못들었을텐데!? 책상을 쾅쾅 내려치며 이야기해도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대위는 턱을 괴고는 웃어 보였다. 지금 림사 로민사에 어떤 소문이 도는 줄 아나? 최근에 아주 급 승진을 하기 시작한 욧슈이 준위에게 아주 여인내들이 자기들, 소개 한번 시켜만 달라며 줄을 섰다지. 이대로 두 문을 활짝 열고 욧슈이 준위 결혼 작전을 펼치면 아주 재밌겠구먼. 온 동네 여인들에게 시달리고 말이야. 그렇지 않나. 하고 사악하게 웃어 보이는 대위의 콧구멍에 당장이라도 창을 쑤셔주며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라 하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 제안을 거절 했다간 정말 제대로 시달리겠다는 걱정이 먼저 앞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다.

 

어차피 잘 됐잖아.”

 

뭐가 말입니까.”

 

욧슈이 화이트우드.”

 

7제해 때 가족 사망. 테오도루스, 저 사람도 7 제해 때 가족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게다가 같은 오드아이고. 서로 뭔가 잘 통할 것 같으니 이참에 친구라도 만들지 그러나. 하고 진심어린 미소로 웃는 대위 덕분에 슈이의 한숨은 더 깊어져만 갔다.

 

 

*

 

 

.”

 

이게 뭐야.”

 

집 열쇠.”

 

집이라. 처음에 든 생각은 편안함 이였다. 자신은 늘 모험가들과 떠돌고 다녀서 집이란 개념이 없었으니까. 어차피 이것도 꿈이니 뭐,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 생각한 타츠야는 슈이에게 열쇠를 받곤 책 고리에 열쇠를 같이 매달아 두었다. 책을 잃어버릴 일은 거의 없으니.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만큼 잊어버리진 않겠다며 고개를 선선히 끄덕이고 열쇠를 받아 들자 슈이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애초에 집에 누가 올 만한 상황도 안 되고. 혼자 늘 살다 보니 좀 지저분할 텐데. 임시 주거지를 대위님이 찾아 봐 준다 하셨으니 그때까지만 참아.”

 

그래. 하고 선선히 타츠야는 고개를 또 끄덕여 주었다. 어차피 꿈인걸. 흑와단에서 임시로 빌려준 단원복을 매만져 보고 타츠야는 눈을 깜빡였다. 꿈치곤 조금 실감나는 걸지도. 시바라는 야만신. 자신도 책에서나 봤지 그때 처음 본 광경은 꽤 신기했다. 이프리트나 타이탄처럼, 시바도 소환수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꽤 굉장할 텐데. 하는 생각.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어색하게 이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는 남자. 욧슈이라 했던가. 자신보다 나이는 한참 어렸다. 자신은 35살이지만, 저쪽은 24. 무려 11살 차이가 나는데도 말을 놓는 것이 어쩐지 더 편안하게 느껴져, 딱히 나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거 하나는 좋았다. 자신과 똑같은 오드아이. 보랏빛 눈과, 붉은 빛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꽤 순수한 에테르를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자의 본능인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타츠야는 집으로 간다며 2인용 초코보를 꺼내 온 슈이의 등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아버지. 영웅은 정말 대단해요!]

 

 

어릴 적에, 동화에서나 봤던 그런 대단한 영웅의 일기. 검과 방패를 든 나이트. 자신의 꿈이지만, 야만신으로부터 무언가 보호를 받았다는 기분은 꽤 설레었다. 남자로서 동경이랄까. 슈이란 남자의 잘 단련된 어깨는 상당히 넓었고, 남자의 손은 아주 거칠었다. 그래, 꼭 어릴 적 동화에서나 보던 그런 영웅과 아주 닮았다고. 문득 생각이 들어 초코보에 같이 올라 탄 뒤 그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딱히 고삐도 없고. 잡을 만한 것이 이것밖에 더 있는가. 덕분에 움찔 하던 그가 뒤를 돌아봐 눈이 마주쳤다. 서로 다른 4개의 눈동자가 얽혔다.

 

잡을게 없어.”

 

“......네 옷을 잡아.”

 

그럼 떨어져.”

 

초코보 꼬리 잡던지. 그건 좀, 위생상. 하고 의미 없는 말장난 같은 대화가 또 오가기 시작했다. 결국은 슈이가 한숨을 쉬며 부드럽게 초코보를 모는 동안, 타츠야는 옷깃을 붙잡고 있을 수 있었다.

 

*

 

 

꽤 깨끗하네. 하고 첫 감상평을 말해 준 것도 잠시. 꽤 많이 피곤했는지 슈이는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을 펴 주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자신은 바닥에서 꽤 많이 자봤으니 침대에서 자라는 말에 타츠야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아무리 봐도 슈이보단 더 많이 자봤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간만에 찾아온 푹신함을 사양하고 싶지는 않아 협탁에 안경과 책을 두고 눈을 멍하게 뜨고 있으려니 방안의 조명을 다 꺼버린 슈이가 침대 옆 바닥에 이불 위에 눕는 소리가 들린다. 베개는 하나뿐이기에 바닥에 있던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베개를 슥 내밀자, 슈이가 눈 한쪽을 뜨고 이쪽을 바라본다.

 

“........”

 

“........나 원래 베개 안 써.”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둘러 대자 그제야 머뭇거리며 베개를 받는 행동이 꽤 귀여워 보여 타츠야는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대충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둘둘 말아 베개 대용으로 쓰자 그럭저럭 쓸 만해 진 것에 몸을 잔뜩 굳히고 있던 긴장감을 풀었다. 꿈 치곤 꽤나 생생한 이야기. 꿈에서도 꿈을 꿀 수 있을까.

 

잘 자. 테오.”

 

“.......그래. 너도.”

 

이틀 지냈는데. 베개 하나에 제법 감동한 건지, 자신의 이름 아닌 이름을 부르며 잘 자라 해주는 것이 또 귀여워 타츠야는 그대로 소리 내 웃어버렸다. 기분 좋은 포근함. 간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이 점점 나른한 수면을 가지고 오는 것에 그대로 타츠야는 눈을 감았다. 과연, 꿈에서 꾸는 꿈은 어떤 꿈일까.

 

이왕이면 기분 좋은 꿈이면 좋겠다. 예를 들면. 이 꿈에서 영영 깨지 않는. 그런 꿈.

 

 

 

*

 

 

촤아악!!!

 

 

-!!!”

 

 

이놈아!!! 죽은 줄 알았다!!!”

 

 

게다가 옷은 왜 또 홀라당 다 벗고 있어! 익숙한 노인네의 외침에 타츠야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자신을 내려다보며 혀를 차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여 미간을 찌푸렸다. 옷을 왜 벗고 있냐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니 자신이 누웠던 흙바닥이 보인다. 역시 꿈이었구나. 뭔가 섭섭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 전에 잔뜩 젖은 바닥에 서둘러 마도서를 찾았다. 젖으면 큰일인데. 다행히도 물에 젖기 전에 자신과 떨어진 곳에 놓인 마도서를 발견하곤 반색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가 그대로 몸을 굳혔다.

 

열쇠.”

 

 

[.]

 

[이게 뭐야.]

 

[집 열쇠.]

 

 

분명히 슈이가 준 열쇠. 그것이 책에 달려 있는 것에 타츠야는 순간적으로 내려앉는 심장을 달래며 숨을 들이켰다. 방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타츠야는 자신의 스승이자, 가장 친한 친구와도 같은 존재. 위스카드에게 입을 열었다.

 

스승님. 저 뭔가. 이상한 거 같습니다.”

 

어딘가, 세계가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에 타츠야는 잔뜩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지도 못하고 그렇게 이상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스승에게 다시금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것 같다고. 꿈을 꿨는데, 꿈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파이널 판타지14]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이탙슈이] 꿈-2(편집본)  (0) 2017.02.24
[슈이탙슈이] 꿈-2(수위)  (0) 2017.02.24
[날렙날] 인연 -2 ((편집본))  (0) 2017.02.19
[날렙날] 인연 -2 (수위)  (0) 2017.02.19
[날렙날] 인연 -1  (0) 2017.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