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링 파판 기반 날렙날!
* 단편 소설, (2부작 - 1부, 2부(수위)
* 챠리상 한테 받은 정보로 앞부분 인트로 썼는데 이것만 해도 8페이지라 따흐흑.. 내일 2편 올릴게욭
*원래 1인칭 시점을 주로 쓰는데.. 뭔가 여기선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 3인칭 시점으로 써서 이름이 자주 나옵니다
헤헤
인연: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Lifefly & Rephellford
“이봐, 이리 와서 이것 좀 거들어줘.”
“네.”
안 그래도 무더운 여름 날씨에, 땀이 잔뜩 흘러 그의 옷의 색이 진하게 변해버렸다. 울다하의 날씨는 부자에겐 최고요, 가난한 자에게는 최악이 아니던가. 최고를 누리는 사람들은 늘 여름은 겨울처럼, 겨울은 여름처럼 이겠지만, 빈민가에선 늘 춥고, 배고프고, 고단한 하루가 따라다녔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다하 근처의 광맥을 캐는 모든 인부들의 몸이 고된 노동으로 단련되어서 다들 근육이 붙어버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보이는 사내. 갈색머리에 동그란 녹색 눈. 그냥 보아도 꽤나 호감 형으로 생긴 얼굴은 생각 외로 이런 막노동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묵묵히 입을 다물고 일하는 청년.
“야, 챠리.”
“왜요.”
“어째 살이 안타냐.”
다른 사람들은 다 시꺼멓게 타서는, 막, 어? 막, 우락부락. 알잖아. 괜히 옆에서 갖은 포즈를 지어 보이며 괜스레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챠리는 픽 웃어 넘겼다. 그래봤자, 여기서 힘 좋은 사람에 속하는 건 자신을 포함해서 몇 명 손에 꼽을까 말까 하니. 그저 심심하니 저렇게 말을 붙이는 거겠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체질이죠, 뭐.’ 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곡괭이를 다시 집어 들어 어깨에 들춰 메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바람비단으로 만든 얇은 재질의 옷을 입은 엘레젠 한명이 아무런 감흥 없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져 눈을 깜빡였다. 오늘도 보러 온 건가.
“그것도 이해 안가.”
“예?”
“저 부자한테 입양됐는데 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그의 말에 근처에 있던 가죽 물통을 들고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버렸다. 잔뜩 태양빛에 타오르는 것처럼 갈색 머리가 익어 가는걸 막아주기 위해서라도. 괜한 질문에 어리석은 답을 하지 않도록. 그냥 또 웃어넘기는 것이 현명하기에, 챠리는 한 번 더 ‘일하는 게 체질이라 서요.’ 하고 웃어 넘겼다.
“속 모르겠는 녀석.”
남자는 재미없다는 듯 챠리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고 자신의 구역으로 넘어갔다. 어차피 저녁에 일을 하고 낮에는 쉰다. 그것이 여기서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니. 조금 있으면 집에 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 힘내자.
자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마른 다날란의 바람이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엘레젠의 옷자락을 타고 더운 뺨을 식혀주는 듯 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자, 여기 일당.”
같은 광부라도, 숙련도가 달라 더 귀한 광물을 캘 수 있는 광부에겐 더 좋은 금액을 보상해 준다. 덕분에 꽤 묵직한 주머니를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 들곤, 웃통을 벗어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론 곡괭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초코보에 올라탔다. 자기가 오길 기다린 것 마냥 챠리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반색하며 반기는 초코보의 뺨을 두어 번 툭툭 두드려 주고 올라타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으, 땀. 간만에 운동했네.”
일 끝난 장소에 있던 우물가에서 대충 몸에 물을 끼얹었더니 괜히 찝찝함만 더 늘어난 거 같다며 챠리는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안 그래도 유난히 한쪽 앞머리가 길게 자라서, 조금 잘라야 하나 생각하고 앞을 주시하던 와중, 꽤나 사람 없기로 유명한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방향에 무언가 검고 커다란 것이 있는 것에 눈을 흐렸다. 뜨거운 땅의 열기로 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덕분에 잘 확인이 안됐지만.
삐유우-.
초코보는 불안함을 느낀 것인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 마냥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챠리는 더 가야 한다고. 저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본능이 말하는 것 같아, 초코보에서 내려 고삐를 쥐고 먼저 앞장을 섰다. 주인의 명에 거역을 해 봤자, 곡괭이를 쥔 남자의 힘을 어찌 이기겠는가. 거의 끌려가다 시피 검은 물체에게 도달 하니. 그건.
“…….사람?”
게다가, 옷도 꽤 고급 옷이다. 그런데 여기 사람이 왜? 급하게 그의 얼굴을 확인 하자 검은 피부와 맞춘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검푸른 빛을 띠고 있는 뿔과 비늘이 눈에 사로 잡혔다. 아우라. 좀처럼 보기 힘든 종족. 게다가 휴런인 자신도 꽤 키가 크다고 생각했지만, 이쪽 키는 거의 자신과 머리 한통 차이 크기로 더 키가 큰 것 같아 눈을 깜빡였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챠리는 급하게 초코보에게 다가가 가죽 물통을 집어 들고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져 보았다.
“차가워.”
게다가 땀이 많다. 광부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사병. 주변에 나무 한그루 없는 여기선 그나마 빠른 건 자신의 집뿐이다. 급한 대로 서둘러 남자의 입 안으로 물을 흘려보냈으나 정신을 완전히 잃은 덕에 제대로 넘겨지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탓에 눈을 깜빡였다. 이대로 그냥 들춰 업고 가기엔 중간에 과하게 더 탈진한다던지, 더 열이 오를 수 있으니 수분 섭취는 필수인데.
하는 수 없지. 물병의 입구를 자신의 입에 대고 물을 입에 한가득 머금었다. 초코보가 뭔가 눈치라도 챈 것 마냥 삐유 거리며 날개를 퍼덕 거리고 안 보려는 듯 고개를 돌리는 것이 어렴풋 보였지만 목숨보다 중요한건 없다고 생각했으니. 살아야 뭐라도 할 것 아닌가. 천천히 그의 턱을 잡고 힘을 주어 입을 살짝 벌리곤 그대로 입술을 내려 그의 입에 입을 맞추고 물을 조금씩 흘려보냈다. 다시금 뱉어 내려는 것처럼 울컥 하며 기침을 하려는 그의 몸을 살짝 일으켜 물이 아래로 흘려 내리기 좀 더 편하게 고개를 숙여 천천히 다시 물을 흘려보내자 남자의 몸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진다. 입 안의 물이 거의 없어지고 반쯤은 그의 입 꼬리와 턱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제법 물을 많이 삼킨 것 같아 안도하고 입을 때려니 수분을 갈구하는 사람 마냥 뜨거운 혀가 제 입 안으로 침범 하는 것에 챠리는 그대로 숨을 멈추었다. 기어이 마지막 한 방울도 가져가겠다는 듯 혀가 입 안을 애절하게 휘젓는 탓에 얼굴이 점점 붉어져 고개를 뒤로 빼자 희미하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눈을 떴다. 아주 조금.
“.......”
“이봐요. 정……. 정신.”
“…….무..”
물. 그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리곤 서둘러 물병을 그의 입가에 대고 물을 흘려 보내주자 아까보다 더 잘 물을 마시는 그의 행동에 조금 안도가 됐다. 그것도 잠시였지만. 다시금 물을 섭취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 치는 순간 안심했다는 듯 다시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풀고 쓰러지는 남자 덕분에 다시 당황했지만. 서둘러 안간힘을 써서 그의 몸을 초코보 위에 얹으니 초코보가 이쪽을 쳐다본다. 두 명은 무리겠지. 챠리는 초코보의 고삐를 잡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걸어서 가기엔, 마음이 너무 급했음으로.
*
[렙헬포드.]
그게 네 이름이야. 그렇게 말을 해 준 순간부터 그것은 자신의 이름이 되었다. 평범한 오두막 집. 이슈가르드의 외각 숲에 자리한 자신의 집은 꽤 살기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았다고 렙헬, 그 스스로도 자부 했다. 푸른 내음 가득한 숲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은 곳이었다. 가끔 커다란 마물이 나타나면 숨곤 했지만, 작은 곤충이나 새와 나비 등은 잡기 쉬웠으니. 덕분에 숲 속을 자기 집처럼 뛰어 다녀 늘 엎어지거나 잔가지에 긁혀 몸이 상처 나기 일쑤였다. 다정한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장난꾸러기 정도로 치부했었지. 거기까지 생각이 그치자 10살이 조금 넘어 부모님의 허락 하에 제작직을 배우러 울다하와 림사 로민사를 혼자서 여행 다니며 이것저것 다양한 가공법을 배웠다. 옷을 만드는 것부터, 요리, 연금술 까지.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다른 모양으로 변해가는 즐거움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출입 금지입니다!]
[저기, 저기에 내 부모님이.]
림사 로민사의 거구 장병들이 사고로 인한 사체들을 수습하느라 하얀 천을 덮어 놓고 있었다. 때 아닌 해적의 습격. 덕분에 이슈가르드에서 림사 로민사로 넘어오는 배 한편이 난도질을 당한 듯 엉망이 되어 바다 물살에 이끌려 도착했다. 그리고 그 배는 자신에게 간만에 아들 얼굴이나 한번 보러 가고 싶다 말한 부모님의 편지에 기록된 배의 이름과 똑같았다. 렙헬은 억지로 거구 장병들을 밀쳐냈다. 들어가지 말라는 병사들의 소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급하게 달려가 그 하얀 천에 덮여진 부모님을 찾으려 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머니 아버지가, 자신이 제작을 처음 했을 때 만든, 어설픈 나무 조각으로 만든 팔찌를 한 사체 두 의 팔이, 하얀 천에 덮여지지 못한 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한참을 말없이 울었다.
그때 나이, 20살. 젊다면 젊고, 다 컸다면 컸다는 나이. 그 이후로 어떻게 했더라. 렙헬은 고민했다. 그래, 맞아.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 제작뿐만 아니라 채집도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두 번째 고비로, 큰 사기를 당해 바닥이 꺼진 느낌으로 몇 달을 술로 달래가며 버텼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금?
렙헬은 눈을 깜빡였다.
[....아직도 못 깨어났나.]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희미하게 어두컴컴한 공간을 울리는 기분에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지금,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
“-헉.”
“깜짝이야.”
좀, 잘 생긴 것 같기도 해서 침대에 눕힌 그의 얼굴을 천천히 쳐다보고 열을 식히기 위해 차가운 물을 근처에서 길러와 그의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 주려 하니 갑자기 파란 눈동자가 번쩍 뜨이며 이쪽을 바라보는 것에 챠리는 몸을 급하게 뒤로 뺐다. 이름 모를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려니 급하게 어지러움이 몰려와 잠깐 이마를 감싸 쥐고 신음하자 챠리는 약과 함께 물을 건넸다. 찡그린 얼굴로 물과 약을 번갈아 보며 이쪽을 경계 하는 모습에 챠리는 입을 열었다.
“일사병으로 쓰러져 있어서 급하게 제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진통제니까 먹고 더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누구지?”
그냥, 이것저것 일 하면서 적당히 먹고 사는 사람이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곤 다시 한 번 약과 물을 내미니 그제야 조금 느릿하게 약과 물을 받아 들곤 입 안에 약을 털어 넣고 물을 벌컥 거리며 마시는 그의 모습에 옆에 커다란 유리병에 담긴 시원한 물을 좀 더 내밀자, 순순히 잔을 대고 물을 받아 마시는 그의 행동에 속으론 웃어버렸다. 아까만 해도 경계 자세였던 사람이 제법 긴장을 푼 것이 피부에 닿는다 싶을 정도로 느껴졌으니. 저녁이라도 좀 해서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 하던 찰나에 그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거는 것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여긴 어디지?”
“제 집이요.”
아까도 말 했잖아요. 급해서 제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그는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 듯, 지역을 다시 물어보는 것에 외지 라노시아에, 오두막집이라고 해둘게요. 란 대답에 그제야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배고플 것 같은데 뭐라도 챙겨 올게요. 간단하게 수프 같은 걸로.”
“....실례가 되는군. 사례는 제대로 보답하지.”
“됐어요. 그런 거 바라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 테니.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몸을 움직이는 챠리의 행동을 주시하던 렙헬은 그가 집 밖을 나서고 나서야 집 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사람 한명 살기엔 딱 좋은 곳. 창문 너머로 보니 밖에는 작은 온천까지 딸린 집이였다. 게다가 1층 벽 쪽은 대부분이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1층 책상 근처의 바닥이었다. 하긴, 아무래도 체격 차 때문에 딱 봐도 침대가 있을법한 2층까지 옮기기엔 무리였을 테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얼굴을 양 손으로 덮고 한번 쓸어 올리려니 고소한 향과 함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워 있는 편이 좋을 텐데.”
“원래 누워 있는 건 체질이 아니라서.”
“그런 거 같네요. 아, 옷은... 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좀.. 작아서. 그래서 같은 남자끼리고 하니 상관 없을 거 같아서 좀 벗겼어요. 옷은 빨아서 밖에 널어뒀구요. 챠리의 말에 그제야 렙헬은 자신의 몸을 돌아보았다. 속옷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에 눈썹이 저절로 움직였지만, 덕분에 살았지 않았는가. 일사병도 오래 뒀으면 충분히 사망요인이 됐을 테니. 괜히 귀한 것 좀 캐보겠다고 다날란에 맨몸으로 뛰어는 것이 문제였으니, 이정도 불편함이야 당연히 감수 할 만 했다.
“...고맙다.”
“좀 좁긴 한데. 하루정돈 머무르고 가도 괜찮으니 푹 쉬었다 가요.”
따듯하게 건넨 스프에서 손끝이 약간 스쳐 움찔 했지만, 챠리가 내미는 수프를 받아 든 렙헬의 표정은 꽤나 많이 풀려 있었다. 한입 떠서 먹어본 수프는 아주 따듯하고, 맛있었다.
*
“그럼, 좀 푹 주무세요.”
“…….너는?”
“아쉽게도 그 이불 하나가 제 집에 있는 유일한 이불이라. 오늘은 뭐, 대충 옷 덮고 자면 되니까요.”
“어차피 네가 말한 대로. 같은 남자끼린데. 두 명 이서 자기엔 충분하니 옆에 눕는 게 낫지 않아?”
그렇긴 한데. 아침의 일이 마음에 걸린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뭔가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 한다면 계속 그 일이 떠오를 것 같아서, 도리어 잠을 더 못잘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머뭇거리고 있자니 그가 이불을 조금 걷어 올린다. 덕분에 보기 좋은 근육으로 다져진 칠흑빛 피부가 언 듯 보여 눈을 깜박였다.
“베개도 없고.”
“팔베개 정돈 해 줄 수 있어.”
“환자한테 그러면 안 되죠.”
“거의 다 나았어. 간단한 일사병인데.”
상관없다는 듯 옆자리를 두어 번 두드리는 탓에 마지못해 그의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이름이랑 나이, 뭘 했다가 거기 쓰러졌는지, 직업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서 완전히 편해 진 것도 아니고. 어색하게 그의 옆에 누워 쭈뼛 거리고 있으려니 머리가 손쉽게 한손으로 들려, 그의 팔을 자연스럽게 베고 눕게 되었다. 단단한 근육이 머리 뒤를 받치는 기분이 생소해 목을 살짝 긁적이니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파란 눈과 녹색 눈의 시선이 얽히는 것에 둘 다 말없이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가 렙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유난히 빨간 그의 혀가 잠깐 눈길을 사로 잡는 것에 시선을 주었다가 그가 묘한 시선으로 몸을 훑어 보는 것에 몸을 약간 움츠리자 그가 다른 쪽 팔로 자신의 움츠린 몸을 억지로 피게 하려는 것에 당황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 말로 합시다!”
“말로 하긴 힘든데. 벗어봐.”
렙헬의 말에 챠리는 숨을 들이켰다. 벗으라니. 여기서? 지금? 왜? 온갖 의문이 들지만 그의 눈동자가 안 벗으면 자신이 벗기겠다는 눈빛을 하는 통에 가벼운 우단 셔츠차림의 옷을 걷어 올려 상의를 벗어 던지니 그가 한참 몸을 뚫어 져라 쳐다본다.
“.......”
딱히 성적인 의도는 없어 보이는데. 유난히도 꼼꼼히 몸을 훑어보는 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금방이라도 이불 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이유 모르게 순순히 그의 말에 행동하는 자신도 조금 이상한 것 같고. 챠리는 자신이 벗어놓은 셔츠를 잘 정리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의 손이 먼저 챠리의 팔을 붙잡았다.
“너.”
“.......”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어? 값은 지금 일하는 것의 두 배로 쳐주지.”
그것이 챠리와 렙헬의, 첫 인연이었다.
* 외지 라노시아 - 날렙날 임시 거처 (진짜 있음) (1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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