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작성일
2017. 2. 14. 17:45
작성자
you. and. me.





*오르 히카는 처음이네요!!!


*스포가 아주 약간 있습니다.


3.0 이후 이니 (아마도) 이 점이 불편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아직 정확하게 스토리랑, 오르슈팡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쓴 글이라 미숙할 수 있습니다 (눈물)


*빛의 전사는 성별과, 종족에 상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해당 사항에 대한 언급은 거의 빼버렸습니다.



*음악은 틀어 놓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읽으시면 됩니다.









커르다스 밖?”

 

. 가본적 있어요?

 

 

Argent Blade

 

Haurchefant & Warrior of Light

 

 

 

 

솔직하게, 처음에 그를 봤을 때엔 그냥 장난이 좀 심한 사람이다 싶었다. 파란 머리카락. 늘 변함없는 옷차림. 육체미 어쩌고, 땀방울 어쩌고를 말했을 때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걱정될 정도였지만. 자꾸 마주치고, 여러 일을 겪다 보니 점점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세상 이였지만. 태어나서 정말 아무것도 없이, 알피노와 떠돌아다니던 우리를 받아준 것은 그의 따듯한 웃음 이였으니까. 아마 그때 내밀어진 컵의 온기보다 더 따듯한 건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눈의 집에 있다 보니 뻐근한 몸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라며 몸살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곤 밖을 나가자, 간만에 용머리 전진기지로 거친 눈살을 해치고 들어온 상인의 모습에 사람들이 조금씩 들떠 물건을 잔뜩 실은 짐마차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든 것이 보였다. 하긴, 여기엔 이 짐마차 한 개가 봄소식만큼 귀한 것이니. 날씨가 열악하면 좀처럼 볼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조금 큰 키를 이용해 물건들을 쳐다보니 여인들이 비싸다며 툴툴대는 꽃들이 보인다. 거친 눈살에 조금 꽃잎이 몇 장 떨어지기도 했고, 짓무르기 까지 한 꽃잎이. 그래도 사람들은 귀한 꽃을 조금이라도 더 사고 싶어 아껴 두었던 주머니를 열었다.

 

꽃이라.

 

주머니를 대충 뒤적이니 이제껏 수리비용 이외엔 지불해 본적이 거의 없는 길이 한 뭉치 가득 들어 있었다. 망설일 필요가 있나. 사람들 사이에 손을 쑤욱 넣어 이름 모를 푸른 꽃을 한 다발 쥐어 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손을 따라 가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상인의 손 위에 주머니를 올렸다.

 

이 꽃 전부.”

 

 



 

 

어서 오……! …….이게 뭐지?”

 

오늘도 변함없이 책상을 밟고 그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나를 질책하지 않고 그는 양 팔을 벌려 늘 그렇듯 환영했다. 평소엔 머리끝까지 올라 와 있던 서류들이 오늘은 좀처럼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요 근래 새벽의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에 쏠린 만큼, 평소엔 자주 왔던 자질구레한 상소들이 올라오지 않았던 거겠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곤 그의 앞에 파란 꽃다발 한 움큼을 내밀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오르슈팡,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 모습이 꽤 웃겨서 나도 모르게 입 꼬리를 삐죽 올리곤 선물이요. 하고 그에게 받으라는 듯 손을 좀 더 그의 가슴팍 쪽에 내밀었다. 그는 아닌 밤중에 드래곤을 본 모양새로 조금 놀란 눈치였다가 이내 꽤 기분 좋은 얼굴로 꽃을 받았다.

 

꽃이라. 그러고 보니 오늘 상인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너도 거길 다녀온 거로군.”

 

그나저나 이 꽃 이름이 뭐지? 아는가? 맹우여. 그의 물음표 가득한 질문에 당연히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사실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떠듬떠듬 말을 삼켰다가 대충 이름을 지어 주었다. 오르슈팡이 떠올라 샀으니 이 꽃의 이름은..

 

.........”

 

그리고 잠깐의 침묵 끝에 요새 안에서 오르슈팡의 엄청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맹우여. 이건 아무리 봐도 장미잖나.

 

나는 그의 말에 눈썹을 꿈틀 거렸다. 알면서 왜 물어본 거야, 이 사람은. 민망하게. 헛기침을 하고 괜히 딴청을 피우다가 그를 슬쩍 보니 꽃다발에 조금 코를 묻곤 향을 맡는 건지 눈을 지그시 감은 그의 얼굴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꽤 미남인데.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그가 눈을 느릿하게 떠 보이곤 참, 예쁘게도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잘 간직할게, 맹우여.

 

꽃잎이 시들면 잘 말려서 차로도 만들어 마시고. 마실 때 마다 자네 생각이 나겠지.

 

별거 아닌, 감사의 표현에 나는 아주 조금. 정말로 조금. 할로네 에게 걸고, 아주 조금 두근거렸던 것 같다.

 

 

 

 

 

 

 

……. 정 여차 하면 나는 막사에 가서 자도 돼.”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안 그래도 군인들의 침소는 주렁주렁 2층 침대에다가, 두 명이 자기에는 너무 협소하지 않은가. 게다가 급하게 들이 닥친 손님 덕분에 주인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면, 그의 구역에서 돈 한 푼 주지 않고 이렇게 머무는 나와, 알피노, 그리고 타타루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민폐일 것이다. 우리 때문에 그 손님들이 들어갈 방이 없는 것이니. 타타루는 여성이니 개인 방을. 그래도 알피노 또한 귀족 이였기에 그가 신경을 쓴 건지 꽤 고급진 손님방을 주는 바람에 성도 내에 남은 손님용 방은 없었던 것이리라. 그러니 자기의 방에 손님을 모시고, 이 사실을 난감하게 여긴 부하 기사들이 나에게 말한 것이겠지.

 

매일 뭐, 침대를 따듯하게 덥혀 놓겠다더니만.”

 

그거랑 이거는 다르잖나.”

 

뭐가 다른데요.”

 

 

그는 고민 고민하며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상당히 복잡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며 볼을 긁적였다. 괜히 하늘을 잠깐 쳐다보기도 하고. 침대에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곤 그를 옆으로 삐딱하게 쳐다보고 웃자니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자넨 다 알고 있지? 그래서 대답해 줬다. 뭔진 모르겠지만 하나도 모릅니다. 그는 팔짱을 꼬곤 그 엘레젠 특유의 다리 꼬는 자세로 문틀에 기대 나를 쳐다보곤 다 알고 있으면서, 시침은. 하고 픽 웃어 보였다.

 

뭘 안다는 거야. 빨리 여기 침대 옆으로 와서 들려주면 참 좋겠는데.

 

다시 한 번 침대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니 그가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이며 잠시 밖으로 나갔다 오더니 잠잘 때 입기 편한 튜닉 같은 옷으로 갈아입곤 머뭇거리며 침대 옆에 누웠다. 전에 없던 따듯한 온기가 옆에 오니 나른하게 금세 잠이 쏟아지지만 눈을 열심히 껌벅이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그의 고개가 급하게 천장을 향해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오르슈팡.”

 

으응?”

 

혹시 커르다스 밖. 나가본 적 있어요?”

 

커르다스 밖?”

 

. 가본적 있어요? 나의 물음에 그는 상당히 자신도 놀란 표정으로 잠시 눈을 깜박였다가 웃어보이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춰진 그의 푸른 머리카락이, 어쩐지 은색 실처럼 반짝이는 것 같이 보였다. 아주 정성들여 짜 놓은, 그런 실.

 

나는 이슈가르드 출신. 포르탕 가 이지만, 포르탕 가가 아닌 사람. 어쨌든 나는 늘 눈 속에서 자라 왔고, 용과 싸우기 위해 여기까지 와선 단 한번도. 외지를 나가본 적이 없지. 그대도 알지 않나.”

 

 

이슈가르드의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타지인은 그대가 거의 처음이야. 그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이곤 그럼 장미는 어떻게 알고 있냐 물어보자 그가 눈을 감고 상상하듯. 그렇게 조용히 옛날 동화를 읽어주는 사람처럼 속삭였다. 어머니가 좋아하셨거든. 어머니는 늘 꽃이 만발한 곳에서 오셨다 했으니까. 이슈가르드에서 상인이 팔던 장미꽃을 우연히 사다 드린 적이 있었는데 아주 좋아하셨지. 그는 말이 끝나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당연히 바싹 붙어서 눈을 마주하는 날 보고 그가 놀라긴 했지만.

 

갑시다.”

 

“....... 자네는 주어를 붙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해.”

 

꽃밭. 갑시다.”

 

“....... 성도를 비울 수는 없어.”

 

 

괜찮습니다!!! 3일 정도는 끄떡없지요!”

맞아, 맞아!”

우리는 아주 강인하다고요!”

 

갑자기 발칵 열린 문에 그와 나는 침대 너머로 활짝 열린 문 너머의 우르르 몰린 병사들을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정말 몰랐는데. 오르슈팡은 난감한 듯 그럼……. 최대한 빨리 다녀오는 걸로 하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안 그래도 큰 키의 엘레젠이 문을 막고 서서는 자신들에게 웃어 보이자 병사들은 엿듣기를 잘 했다며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곤 흥분의 도가니에 싸여 술렁거렸다.

 

자랑스러운 나의 기사들.”

 

!”

 

이 밤중에 엿듣는 취미는 있을 줄 몰랐지만, 상당한 실례겠지.”

 

……?”

 

그제야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는 것을 인지한 병사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보고 오르슈팡의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리고 다정히 자신들의 어깨를 붙잡곤 한숨을 푹 쉬며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 성 옆의 저수지도 아주 시원할 것 같지. 가서 몸을 좀 담그고 왔으면 하네. 정신 차리게.”

 

“.........”

 

아주 잘. 차리게.”

 

내가 없는 사이에 성도 잘 부탁하지. 환하게 웃으며 마무리로 어깨를 두어 번 탁탁 쳐 보이는 그의 행동에 병사들은 피가 아래로 쏠린 듯, 하얗게 뜬 얼굴을 하고 침을 크게 한번 삼켰다. 지금은 늦은 밤. 밖의 날씨는 참 좋기도 한 영하의 날씨. 귀가 꽝꽝 얼어 툭 치면 떨어질 것 같은 날씨의 자신의 군주가 밖에 나가 냉천 욕을 즐기길 권하니 어찌 아니 기쁘리오. 병사들의 울분과 같은 실시!! 소리가 들리고 발맞추어 전진했다. 앞으로! 앞으로!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몇 방울 맺혀 있었던 건, 다음 날 아침 성 내에 꽤 파다하게 입소문을 타고 맴돌았다.

 

한바탕 병사들의 뜬금없는 방문에 오르슈팡이 이마를 짚으며 다시 침대로 다가왔을 때 나는 이미 꿈속을 헤매고 있을 지경이었다. 거의 반 이상 감긴 눈이 애써 오르슈팡을 보려 했지만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눈을 감기는 굳은살 박인 손이 나를 재우려는 참인지 눈을 가린 손을 때 주지 않는다. 겨우겨우, 그에게 마지막 물음으로 아까.. 뭘 안다고 한거에요?’ 하고 물었는데.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대답 듣고 싶었는데. 마지막 이성 한줌을 놓는 순간, 입술에 보드라운 무언가가 잠시 닿았다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그의 목소리가 무어라, 아주 따듯한 단어를 내 뱉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기분 좋은 느낌 그대로 잠에 취하고 싶었기에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혹시 몰라 알피노에게 같이 가는 것을 권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는 그저 자숙의 시간을 찾길 원했다. 아주 피곤한 안색으로 그는 정중히 사양했고, 타타루는 그런 그를 보고는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도 남아 있겠다며 귀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는 수 없나. 그랑 둘이서 가는 수밖에. 푹 쉬고 있으란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오니, 평소와는 다르게 간편한 복장인 그를 보고 웃었다.

 

…….역시 안어울리나.”

 

아뇨. 오히려 그 편이 가장 잘 어울려서 웃었습니다.”

 

그가 웃는걸 보고 같이 따라 웃어주니, 그의 전용 초코보를 끌고 기사 한명이 오는 것이 보인다. ...역시 크긴 크구나. 엘레젠 용이라 그런지. 그가 초코보 위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나도 내 초코보 위에 올라타자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초코보는. 날 수 없는 초코보군.”

 

, 초코보는 원래 날지 못하잖아요.”

 

그는 내 말에 픽 웃으며 머리를 한번 쓸어 주었다. 가면 갈수록 미지의 남자. 그가 부드럽게 초코보를 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초코보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하얀 눈길 위에 2마리의 초코보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 나가기 시작했다.

 

 

 

 

더워.”

 

 

그의 첫 바깥나들이의 경험담은 그것이었다. 덥다. 아주 더운가보다. 땀까지 흘릴 정도면. 아직 봄인데도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걸 보고 하다못해 근처에서 끈 하나를 사서 그의 머리카락을 조금 묶어 주자 그가 그나마 살 것 같다며 눈을 흐릿하게 떠 보였다. 가벼운 봄차림의 그는 하다못해 결국 민소매 옷을 하나 구입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1년이 늘 겨울인 곳에서 살았는데, 이정도 반응은 당연한 건가.

 

림사 로민사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인파에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간만의 북적임이 그에겐 낯선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에 아직 제대로 아침 식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그를 이끌고 레스토랑으로 향하였다. 3일 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 맛있는 것만 주고 싶었으니까.

 

메뉴가 엄청난데.”

 

림사 로민사니까요.”

 

이슈가르드랑 커르다스는 워낙에 추운 지역이라 야채랑 과일도 귀한데.”

 

이렇게 디저트로 한가득 나오니 괜히 미안해지는걸. 성 내에 돌아갈 땐 뭐라도 사가야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양념 사과주스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거 따듯한 음료인데. 나의 말을 차마 다 듣지 못하고 그가 인상을 팍 찌푸리는 것에 픽 웃으며 파인에플 주스를 건네자 그가 미간을 좁히며 이건 안 뜨거운 거겠지. 하고 나를 쳐다보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도. 여기가 좋은 곳 이란 건 알겠어.”

 

왜요?”

 

다들 웃고 있잖아.”

 

그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늘 쫓기듯, 이거 처리해주고, 저거 처리 해 주느라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엄격한 주방장의 모습을 제외하곤 모두가 서 글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는 것에 눈을 깜빡이곤 그를 바라보았다.

 

오르슈팡의 성의 기사들도. 주민들도. 다들 분명 추워서 그렇지 마음은 따듯할 겁니다.”

 

흐음, 어제 밤에 한 침대 썼다고 편들어 주는 건가.”

 

여기서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옵, 하고 말하려는 순간 귀가 시뻘겋게 달아 오른 종업원이 잘 익은 큰뿔산양 스테이크를 테이블 앞까지 가져 온 게 보여 눈을 깜빡였다.

 

잠깐, 뭔가 오해가-.”

 

..맛있게 드세요!”

 

후다닥, 빨리도 사라지는 그녀는 쟁반으로 얼굴을 가리고 뛰어가다가 벽에 머리를 찧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당황스러움에 자리에 어색하게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한 자세로 있자니 그가 내 손등을 두어 번 톡톡 두드리는 것에 그를 쳐다보았다. 앉으라는 듯 의자를 턱으로 가리키는 것에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 앉았다. 노릇하게 익은 스테이크에 그는 귀족 출신답게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그랑 같이 식사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늘 그는 서류를 처리하는 곳 그 자리에서 식사를 했으니. 워낙 바쁜 탓이었겠지.

 

, 이거 맛있군.”

 

입에 맞아요?”

 

. 이거 맛있어.”

 

그대도 먹어봐. 잘 익은 스테이크 한 조각을 집어 나에게 내미는 것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이쪽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냉큼 그의 포크에 물린 스테이크 조각을 물어 오물거리니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자꾸 스테이크를 썰어 내 입에 족족 물려주는 탓에 나까지 덩달아 그에게 스테이크를 썰어 먹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제 밤에 뭘 안다고-.”

 

쿨럭.”

 

그의 헛기침 소리에 놀라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그를 쳐다보니 사과주스보다 더 잘 익은 그의 얼굴이 보여 나도 모르게 양 입 꼬리를 씩 올리며 아주 얼굴이 루비토마토다 하고 그를 놀리니 그가 다급하게 사과 주스를 들이킨다. 그거 뜨거운 거라니까. 당연히 그는 아연질색 하며 서둘러 파인애플 주스를 다시금 들이켰지만.

 

나도 모르게 입술에 손을 올렸다. 포크를 손에 쥐고 입술을 매만지니 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그를 쳐다보자 여전히 붉은 끼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나를 본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덥다. 하고 중얼거렸다.

 

어쩐지 그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나도, 그러게요. 하고 화답했다.

 

 

 

 

 

잔뜩 부른 배를 하고는 시장 골목을 누비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는 장사꾼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이슈가르드를 제외하곤 처음이라며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사려는 것에 그를 타박 하자 그의 귀가 살짝 쳐지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 하긴, 나야 말로 돈은 넉넉하게 있으니. 경비는 크게 지장 없겠지. 한숨을 푹 쉬며 그가 사는 종종 그대로 두니 그가 어디서 엘레젠 귀 장식을 사서는 내 귀를 만지작거렸다.

 

선물로 줘도 되나.”

 

“......이거 아픈거에요?”

 

아니. 자연스럽게 귀에 달라 붙을 거야.”

 

나의 화답에 그는 평소에 귀걸이를 잘 안차던 내 귓가에 무언가를 꾹 눌러 끼워주었다. 거울을 보진 못했지만, 그의 환한 얼굴에 만족스러워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장신구 상인이 눈치 없이 그 이야기만 꺼내지 않았어도. 더 만족스러웠겠지만.

 

어머~. 잘 어울리는 연인이네요!”

 

아닙니다!!” “아니거든요!”

 

 

자칭, 림사 로민사 눈치 백단인 상인은 모든걸 알고 있다는 듯 환하게 접대용 미소를 띠며 그 두 사람을 바라 봤는데, 정작 그 두 사람은 서로 아니라며 붉은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 목청을 높이는 두 사람을 보고 상당히 당황해 했다. 아니면 아니지, 저렇게 붉은 얼굴을 하면 오히려 더 맞는 것 같은데. 게다가 키 큰 엘레젠쪽에서 선물한 귀걸이 색과, 앞쪽의 여행자에게 끼워준 귀걸이 색이 아주 똑같지 않은가.

 

누가 봐도 연인에게나 선물해 줄 법한 분위기였는데.’

 

자신의 말이 화근이 된 건지 아까만 해도 바짝 붙어 있던 두 사람의 거리가 보폭 한 발짝을 두고 떨어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눈치는 이제 슬슬 저물 때가 됐나 보다 싶은 상인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결국 꽃은 정작 보지도 못했군.”

 

나지막이 발소리를 줄이며 그와 저녁식사도 하도 푸짐하게 먹어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결국은 초코보까지 다시 불러와 코스타 델 솔에 바닷가를 맨발로 거닐고 있자니 그가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모래의 감촉이 좋았는지 웃어 보인다. 늦은 저녁인데도 근처가 재벌의 재력으로 피워 놓은 등불 덕분에 주변이 환한 것이 꽤 좋았지만. 괜히 장난 식으로 그에게 발로 물을 살짝 무릎에 닿는 수준까지 뿌리니 그가 멀뚱히 날 쳐다보다가 나를 따라 하듯 발로 물을 차자 큰 키 덕분에 내 허리까지 물이 뿌려졌다.

 

“........”

 

“........”

 

그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신발로 열심히 물을 퍼서 서로에게 뿌려 댔다. 안 그래도 축 가라앉아 보였던 그의 머리카락이 물에 먹어 가라앉은 모습이 꽤 좋아 자꾸 물을 연신 뿌려 대니 안 되겠다 싶은 그가 나에게 돌진해 오더니 어깨에 나를 들춰 맨다. 대롱대롱 잔뜩 젖은 몸이라 무거울 텐데도 바동거리는 나를 한 번에 들어 올린 그가 적당히 깊은 수심에 나를 빠트리는 것에 골골골 거리며 그대로 바다 속에 누워버렸다.

 

푸핫, 일어나.”

 

“.........”

 

…….……. 맹우여?”

 

“........”

 

“........?! 잠깐, -.”

 

이때다 싶어 바다 속에서 눈을 번쩍 뜨자 그가 속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숙였던 몸을 일으키기 전에 냅다 그의 손목을 끌어 당겨 같이 바다 속에 빠치자 키가 큰 덕분인지 물속에 잠기지도 않고 그대로 누워 잘박하게 어깨까지 밀물과 썰물의 감각을 느끼는 그의 모습에 허탈함을 느꼈다. 역시 사람은 크고 봐야 하나.

 

…….놀랬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들고 던지래요.”

 

낄낄거리며 그의 옆에 같이 나란히 누워 버리자 내 귓가까지 간지럽게 물이 밀려 오는 것에 결국 나는 몸을 일으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파도 소리에, 등대 불이 도는 모습.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한 감각에 눈을 감고 있자니 그도 몸을 일으켜 내 옆에 나란히 앉는 게 느껴져 눈을 느릿하게 떴다.

 

바다라. 여긴 따듯하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좋군. 군사들도 뭐, 비슷한 건 할 수 있지만……. 그건 단련용이니.”

 

성 옆의 저수지 말인가. 3명의 병사가 거기서 몸을 달달 떨고 있던데. 늘 보던 얼굴들이라 이젠 외울 정도였으니. 그의 말에 웃으며 옷의 물기를 짜기 위해 웃통을 살짝 거두어 올려 물기를 쭉 짜자 그도 나를 따라 하듯 물기를 짜 내었다. 축 처진 앞머리가 불편하지도 않은지, 앞머리를 타고 따라 흘러내리는 물기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참 바보 같아서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자 푸른 눈동자가 이쪽을 주시하는 것에 침을 삼켰다.

 

…….나한테 선물한 귀걸이는. 어떤 색 입니까.”

 

“.........”

 

그는 입을 다물었다가, 검은색. 하고 중얼거렸다. 이때가 기회다 싶은 그의 귀 옆에 달린 귀걸이가 반짝이며 검은 빛을 내는 것에 나는 숨을 삼켰다. 미묘하게 숨결이 닿는다 싶었는데. 그랑 아주 가까이에서 언제 이렇게 얼굴을 마주했는지. 아슬아슬하게 코끝이 스치려 하는 것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제, 알고 있다 했잖아요.”

 

“......”

 

어제까진 몰랐는데.”

 

오늘은 좀 알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신도. 나랑 같나요. 나의 말에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덩달아 감겨진 내 두 눈 덕에 입술의 온기가, 어제와 같은 그 온기가 느껴져 몸을 떨었다. 바다 냄새도 나는 것 같았고, 모래 알갱이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소금기 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잠깐 떨어진 입술에서, 그래. 하는 대답이 들렸기에, 나는 말없이 한 번 더 입술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더 이상 꽃은 못 보겠네요.

 

나의 말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어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봄 같은 3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 갈 때 즈음, 그는 환한 얼굴로 나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 건넸다. 이슈가르드에서 보통 꽃 한 묶음을 살 때 내는 돈을 지불했더니 이만큼이나 줬다며. 그가 나에게 건네는 꽃을 받지 않고 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이제 더운 날씨에 적응한 그가 머리를 푼, 항상 내가 보던 모습. 아니, 사실은, 유능한 기사님으로는 보이지 않는 천진난만한 미소에. 문득 생각해 버렸다.

 

그는 검보다는 꽃과 부드러운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남자였고, 아픔과 슬픔보단 웃는 얼굴이 더 잘 어울리는 남자였으며. 누구보다도, 애정이란 것이 무언인지. 큰 설명 보다 행동으로 알려주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