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審問(박학심문)
카테고리
작성일
2017. 7. 4. 00:24
작성자
you. and. me.









* 제 캐릭터랑 다른분 자캐랑 같이 나오는 소설은 처음이라 아주 두근두근...


* 처음 이 글 썼을때도 비가 오고 있었는데, 지금도 비가 오고 있고, 오늘 저녁은 꽤 비가 많이 올것 같아 천둥 소리를 자장가로 바꿔 드릴수 있지 않을까 싶어 소설 올려 봅니다.


* 브금 필수 !













안개비

 

Noel Melmon & Fabio Rohrwacher

 

 

 

 

난 한 번도 내가 틀렸다거나, 잘못 됐다 생각 해 본 적이 없었고,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기에 외로움을 모르고 자랐다.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귀찮은 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큰 키와 조금은 치켜 올라간 눈으로 맨 뒷좌석에 다가갔고, 아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 다른 자리로 옮겨갔다. 힘이 좋아서, 학교에서 있어 보이니까 맨 뒷좌석에 앉은 것이 아닌, 그냥 공부가 싫어서. 맨 뒷좌석에 앉았다.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고, 항상 선생님이 무어라 말하는 수업 내용이 조용한 음악처럼 들려 올 때 쯤, 교문 밖을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교문은 교도소나 다름없어 보였다.

 

벌써 저 문을 드나든 지 2년이 지났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1년만 고등학교에서 버티면 그 이후엔 자유롭게 살겠지. 딱딱한 책상 바닥에 볼을 대고 엎드렸다. 차가운 나무에 볼 덕분에 같이 닿아 버린 귀로 웅웅거리는 선생의 말이 울린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눈을 감았다.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노엘.”

 

“.......”

 

또 자냐?”

 

문제아야, 문제아.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은 책 모서리로 내 뒤통수를 두어 번 찍어 보곤 다시 교실을 빙글 돌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뭘 안다고. 나는 그저 무시로 일관했다. 대화는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거리에서 만났던 술 취한 흑인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던 것을 생각해 내며 책상 밑에 둔 손을 주먹 쥐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인생.

 

“...그럼 일단 여기서 수업을 마치고. 다음 시간이 사회 윤리 과목인데, 너희도 알다시피 그 선생님이 육아 휴직을 써서 다른 선생님이 오시기로 하셨다. 앞으론 계속 그 선생님이랑 수업을 하게 될 테니, 반장은 미리 수업 시작 전에 인사해 두고.”

 

.”

 

성실한 반장의 칭찬을 아낌없이 한 선생은 수업 종이 마치자마자 책을 덮고는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 밖으로 나섰다. 선생이 나가자마자 아이들끼리 우르르 제각각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그냥 누워서 마저 하루를 잠으로 보충하려 했건만, 뒷자리의 넓은 공간을 축구장 마냥 사용하며 뛰어 노는 것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교실보다 복도가 덜 시끄럽겠다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몸을 일으켜 걸어 나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복도 옆으로 난 창문가에는 마른하늘의 날벼락도 아니고, 때 아닌 안개비가 자욱하게 껴 있었다. 멀리 있는 사물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어쩐지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나 뛰어 논다 했더니. 창문 밖 너머로 보이는 옆 건물을 바라보며 걸어가자니 무언가 퍽 하고 부딪히는 소리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

 

내 스스로 일종의 시비조인 말투로 아프다는 것 마냥 목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리자 부딪친 상대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들었다. 먼저 보인 건 잠시 숙였던 덕분에 보였던 머리카락 색과 대조되는 하얀 목 뒷덜미. 그리고 단정한 하얀 셔츠와, 그와 마찬가지로 하나로 단정하게 묶은 검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보인 잿빛 하늘의 눈동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나보다 머리 두통 정도가 작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잔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단정하게 나누어진 머리카락은 그의 반듯한 이마를 훤하게 보여주었고, 긴 속눈썹이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여 나를 바라보는 것에 나도 모르게 같이 눈을 깜빡였다.

 

붉은 입술이 이내 천천히 벌어지며 고른 치열을 보일까 말까 하듯, 속삭이는 투로 조용히 말했다.

 

미안.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지나치는 그 사람에게선 어쩐지 숲에서만 나는 비 향기가 나는 것만 같아서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사람 마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복도에서 멍하게 서 있다가 이내 종이 치는 소리에 미적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뭘까. 외부인인가. 뭐든 이미 그 사람은 뒤늦게 돌아봤을 땐 마치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는 것 마냥 텅 빈 복도만이 나를 마주했다. 어렴풋이 지나가는 비의 향기 같은 내음이 복도에 잔잔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는 그것이 꿈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기분이 미묘해, 느린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교실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조금 늦게 들어온 탓인지 학생들이 다 이쪽을 쳐다 보는 것에 시선을 한번 주고는 예의상 인사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교탁 있는 곳을 향해 대충 고개를 까딱이다 들어 보니.

 

다 온 것 같네.”

 

아까의 그 비 오는 숲속의 향기가 다시금 교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마치 눈동자에 물이 차오르는 것 마냥. 빗물을 닮은 그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는 것에 나는 눈을 깜빡이고 그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

 

 

 

새로 사회 윤리 과목을 가르치게 된, 파비오 로르와처 라고 한다. 잘 부탁해.

 

 

딱히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 그렇다고 그렇게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부드러운 느낌의 남자 선생에게 눈을 몇 번 껌뻑 거렸지만 이내 큰 흥미는 없던 것인지 묵묵히 책을 주섬주섬 꺼내 책상위에 올리곤 수업 준비를 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책상 서랍 속에 있던 사회 윤리 과목 책을 두어 번 만져보았다. 아마 보지도 않아서 깨끗한 새 책 그대로겠지만. 어쩐지 그게 더 싫어져 버려 책을 꺼내지도 않고 다시금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은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끝나자마자 진도를 물어 보았고, 반장은 성실하게 페이지를 알려주며 진도 범위를 설명했다. 이내 지루하고 지루한 책을 읽어보라는 선생의 지시에 한 아이가 지목되어 귀찮음이 역력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톤으로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책상으로 또렷하게 울리는 신발 소리에 나는 숨을 멈추었다. 창문가를 통해 바라본 밖에선 예보도 없던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남자 굽 치곤 정갈한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가 교실을 맴돌기 시작했다. 나와 정 반대쪽에서부터, 차근히. 맨 뒤에서 졸고 있는 아이들을 한번 돌아보는 듯, 잠시 멈추었던 발걸음은 이내 다시금 두 번째 줄을 반 바퀴 돌기 시작했고, 교탁 앞쪽에서 다시금 내가 있던 세 번째 줄로 느릿하게 아이의 책 읽는 소리에 맞춰 내 귀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

 

경쾌한 구두 소리가 내 책상 옆에서 멈추었고, 이내 짙은 비 향기가 나를 감싸는 것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자지 않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귓가에 조용히, 책이 없는 건가. 하는 속삭임이 들려옴과 동시에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머리카락이 내 뺨을 간지럽혔다. 그것에 움찔 하고 고개를 느릿하게 들어 올리자 그의 시선과 다시금 마주쳤다. 그는 아이가 책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에게 입모양으로 책이 없냐는 듯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교과서를 두어 번 두드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책상 서랍의 책을 무시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교실 뒤쪽을 가리키며 사물함이 가득 차 있는 교실 뒤쪽으로 가라는 듯 턱짓을 해 보였다.

 

니부어는 개인윤리와 사회윤리 사이에 항상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사회윤리는 정의를 목표로 하나, 개인윤리는 그 목표가 사랑이라고 봤다. 그는-.”

 

얼떨결에 교실 맨 뒤에 선생과 나란히 사물함에 기대어 책을 보는 상황이 올 줄이야. 동그란 머리통이 책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선생은 그런 내가 책을 보고 있다 생각한 것인지 미동 없이 책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페이지를 한 장 붙잡고 넘기며 다음 학생이 책을 읽도록 하는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지루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교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책을 같이 본다 한들, 눈높이가 맞질 않아 책 글자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지루함이 넘쳐 창문을 바라보는 순간 조금은 뜨겁다 생각한 체온의 손바닥이 내 턱을 붙잡고 자신을 보게 하는 것에 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책에 집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샤프펜슬로 책 한 귀퉁이에 정갈한 글자를 써 넣고 나에게 보라는 듯 책을 두어 번 두드린 그가 다시금 책에 집중하는 것 같아 책에 다시금 껴 놓은 샤프 펜슬을 들고 그 밑에 글씨를 끼적였다.

 

윤리에서 사랑이라니. 재미없어요.’

 

 

나의 글씨를 바라보는 선생의 표정에선 그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는 거겠지만. 작은 머리가 조금은 갸웃 거리고, 그의 눈썹이 조금 찡그려 지는 것을 보고 나는 픽 웃었다. 나의 웃음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 했다.

 

따라서 애틋하다고 표현된 그리움, 간절하다고 말한 따름등 마음의 움직임을 포함하는 소망, 열정, 욕망 등이 사랑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그런 면에서 마음을 준다또는 마음을 바친다라는 말로, 또는 정을 준다등의 말로 사랑이라는 행위를 표현해 온 것은 자못 뜻 깊은 일-..”

 

아이의 말을 듣고 나는 다시금 샤프를 손으로 굴리다가 책에 끼적였다.

 

정을 주는 행위가 뭔데요?’

 

그리고 그에게 샤프를 넘기자 그는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가벼운 한숨과 함께 손을 잡는다거나, 무언가를 선물 하거나. 연인들 간의 애정 표현이라던 지.’ 하고 다시금 내 글 밑에 글씨를 쓰곤 샤프를 나에게 넘겼다. 조금 찌푸린 눈썹 외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그를 보고 나는 샤프를 책에 끼우고 그에게서 책을 빼 내었다.

 

그래, 나는 이 선생의 표정이 너무나 궁금했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리듯, 타닥거리며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앞에 서서 사물함을 잡고 섰다. 뒷좌석 아이들은 잠에 빠져 빗소리를 자장가 삼은 지 오래고, 나머지는 보던지 말든지. 관심도 없었다. 그를 사물함과 제 사이에 가두어 놓고 몸을 밀착 시키자 눈썹이 아주 조금 더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 이거 때문인가. 눈에 미미한 잔주름이 있는 것은. 비키라는 듯 내 몸을 밀어내는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작게 들릴 듯 말 듯. 빗소리에 묻히진 않을까 싶은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손을 잡고. 혹은 무언가를 선물하거나.”

 

“..........”

 

연인들 간의,”

 

숨이 닿는 거리에서 그의 체온과 숨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내 체온이 차가운 탓인지 몰라도. 맞잡은 손에서 금방이라도 가는 손가락이 빠져 나갈까 깍지를 껴 버리곤 붉고 얇은 입술에 입을 맞대었다. 그리고 그대로 입술을 조금 때어내어 움직이듯 말했다.

 

애정 표현. 이라든지.”

 

잔뜩 동그랗게 떠진 회색빛 하늘의 눈동자가 날 바라보는 것이 좋아 나도 모르게 슬쩍 웃어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한 번 더, 그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감싸곤 입술을 한 번 더 포개었다. 여름의 차가운 비와 대조되는 뜨거움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숨을 멈추고 날 바라보는 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 주었다.

 

좋은 선생님이네요.”

 

그리고 난 다시금 선생처럼 사물함에 몸을 기대고 책을 내 것인 것 마냥 펴 바라보았다. 어설프게 자신의 허리춤 정도에 오는 사물함 윗부분을 붙잡고 기댄 그가 아까 입을 맞춘 표정 그대로 앞쪽만 멍하게 바라보는 것에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해, 그를 내려다보다가 책에 내 이름을 써서 그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제야 나를 잠깐 바라본 그가 책에 써진 내 이름을 보고는 조용히 그것을 따라 읽었다.

 

 

노엘, 멜먼.”

 

 

“- 따라서, 사랑은 복합적인 인간 심성인 만큼, 거기에는 미더움, 미쁨이 따르게 마련이고, 도덕심 또는 윤리의식도 수반되게 마련이다.”

 

교실을 울려 퍼지던 아이의 목소리가 중단 되는 것과 동시에 한 아이가 뒤를 돌아보려는 행동을 하자 선생은 나를 보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엘 멜먼. 상담실로 따라 오도록. 수업이 끝난 다음에 말이지. 자리에 가서 앉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선생은 그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혹은 불만인 것인지 고운 눈썹을 잠시 찌푸리곤 다시 교탁 앞으로 다가가 섰다. 단정한 정장의 허리춤이 조금 구겨진 것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난 그것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보지 못하게, 내 입술을 더듬어 보자, 그의 온기가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입 꼬리를 슬쩍 올려 버렸다. 파비오. 파비오 로르와처.

 

 

이것이 선생님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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