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든가 답네요. 아주 의젓하고.]
사교적인 모임에서 여인들과 사내들이 부채로 입을 가리거나 와인 잔을 입에 대며 하는 소리가 고작 그들의 무릎보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의 머리 위로 울린다.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아이들은 몸에 잡힌 힘을 좀 더 주어 보았다. 꼿꼿하게 서면 설수록 그 웃음과 칭찬이 짙어졌다. 큰 형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해결해 나갔고, 어린 동생은 그저 형들을 따라 하는 것이 재미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나는 그저 그 둘 사이에서 애매모호하게, 몸에 힘을 풀고 서 있을 뿐이었다.
눈을 뜨자, 내 어깨 위에는 어느새 아버지의 양 손이 올라가 있었다. 빛이 보이는 문. 아버지는 내 귀에 말했다.
‘홀든가의 검사로서, 당연한 일을 해냈구나.’
나는 그저 어깨에 얹어진 무게만큼. 가볍게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큰형의 굳게 다문 입도, 동생의 자신도 칭찬해 달라는 말도. 나에게는 그저 귀찮고 할 필요 없는 일들이었으니까.
“...해서, 모든 맡겨주신 임무. 완수했습니다.”
“그래.”
잠깐 비추어졌던 기사의 기대의 찬 얼굴이 한순간에 풀이 죽어 버린다. 그 표정에 벨져가 한쪽 눈썹을 삐뚜름하게 올려 보았다. 확신에 찬 파란 눈이 기사와 마주치자마자 기사는 황급하게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숙여 보았다. 절그럭 거리는 갑주 소리가 벨져가 앉아있는 책상에서 멀어지자, 이내 벽 한쪽에 그의 눈썹과 닮게 기울어져 벽에 기대 있는 금빛 머리카락의 남자가 몸을 일으켜 책상에 다가가 책상 옆구리를 발끝으로 툭 찼다.
“......”
벨져는 별 반응 없이 서류를 마무리하기 위해 펜을 들었으나, 다시 한 번 책상이 툭 차여지는 바람에 서류위에 올렸던 깃털 펜 깃이 옆으로 주욱 그려지며 삐뚤어지게 첫 사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내 양쪽 눈썹 모두 구부러지며 주동자를 쳐다보는 벨져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검은 옷의 사내는 픽 한쪽 입 꼬리만 올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칭찬에 인색한 기사단장이군요.”
그의 말에 벨져는 삐뚤어진 서류를 잠시 내려다보고는 양 손으로 붙잡고 주욱 찢기 시작했다. 쓰레기 통으로 툭툭툭, 떨어지는 종잇조각들이 힘없이 종이뭉치 뿐인 통 안에 아무렇게나 뒤섞이는 것을 보며 루드빅은 흐음-. 하고 말 꼬리를 늘렸다. 자신의 말에 심통이 난 것은 아닐 것이리라. 그의 완벽한 성격상, 저런 사소한 실수조차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겠지. 자신이라면 그저 그 위에 글씨를 덧쓰거나, 낙서라도 그려 봤을 텐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그는 그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다시 서류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지루하고, 고루한 성격. 반듯하게 바람에 간혹 흩날리는 머리카락과도 닮은 그 성격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 전에 만났던 다이무스 홀든이란 자와, 만나자 마자 칼과 주먹으로 대화를 나눈 이글 홀든이란 자의 성격에선 이런 면모가 잘 보이질 않았는데.
“당연히 해야 할 것을 완수한 것에 칭찬을 해 줘야 하나?”
서걱거리며 써 내려가는 양피지의 소리 위로 겹쳐지는 벨져의 목소리에 루드빅은 눈을 흐릿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제 의뢰인들은 해 주던데요. 생판 남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하며 그의 책상 위에 앉아 사인을 한 종이들을 훑어보았다. 크기도, 글씨의 휘어짐도. 자로 재듯 일정한 그 모양새. 그러고 보니 강박증처럼 책상의 모든 물건들이 각을 맞추어 놓아져 있는 것에 혀를 찼다. 이건 뭐, 뼛속부터 완벽주의자 아닌가.
“그 정도도 못하면, 누군가를 구하거나, 죽이거나 하는 일은 그만 둬야지. 기사가 검을 뽑았으면 당연히-.”
“허이구, 그랬습니까. 칭찬 못 받고 산 티 내지 마십쇼.”
벨져, 어린이. 마치 아이를 다루듯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행위에 벨져는 움찔 하다가 이내 그 손을 내쳤다. 손을 내치기 전에 이미 사라져 있는 루드빅의 손. 웃으며 이내 책상에서 엉덩이를 때어내고 문 밖으로 나가는 그의 행동에 벨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칭찬.
멈추었던 펜을 다시 들어 올렸으나 거기서 손이 그대로 멈추었다. 상당히 입으로 불러보기도 껄끄러운 단어가 입술을 간질거리듯 괴롭힌다. 벨져는 이내 입술을 꾹 다물고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날 사인은 모든 것이 다 제각각이라 보는 사람마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궁금해 할 정도였으니.
*
“예? 칭찬 받아봤냐고 물어봤습니까?”
“그래.”
벨져의 물음에 식사를 하던 루드빅은 들었던 포크와 나이프를 쥔 손을 접시 양 옆에 내려 두고 고민을 했다가 입을 열었다. 아, 이 사람. 어제 자신이 했던 말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의 알 수 없는 표정속의 속내를 읽어보이곤 이내 표정하나 안 바뀌고 무덤덤하게 다시 포크와 나이프로 자신의 앞에 있는 질 좋은 고기를 썰며 입을 열었다. 아주 많이 받아봤죠. 지난번에 마약을 주도하던 갱스터단원의 목을 부러트렸을 때도, 집나간 광대 찾아서 돌려줬을 때도. 그렇게 말하며 고기 한 덩이를 입안에 쏙 집어넣자 그의 표정이 미묘해 졌다.
“그런 일로 칭찬받는 것만큼 저급한건 없겠군.”
“어쨌든 받았으니까요. 예전엔 못 받아 본걸 지금 실컷 받아보고 있습니다만?”
어릴 적엔 그럴 일도, 시간도. 받을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왜? 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루드빅은, 그땐 쫓기느라 바빴거든요. 하고 짧은 대답을 주었다. 벨져는 그저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도 눈앞의 고기를 썰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왜. 어제 제가 쓰다듬어줬던 머리가 간질간질 합니까?”
“쓸데없는 소릴.”
고기나 먹어. 그렇게 말을 하는 벨져의 눈을 잠시 쳐다보던 루드빅은 픽 하고 웃으며 고기를 마저 입에 썰어 넣었다. 그의 반응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큼 그의 다양한 표정을 보기도 힘들 것이다. 지난번엔 드물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곤 꽤나 신기해 한동안 멍하니 쳐다 본 적도 있었다. 그저 액자에 대한 조그마한 자료 하나가 그의 손에 넘어왔을 뿐인데, 미묘하게 눈가가 누그러진 것을 보고 꽤나 신기해했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루드빅은 옆에 놓여있던 커피 잔에 손을 올렸다. 고치려 해도 잘 안 고쳐지는 식사 중간의 커피 마시는 습관. 그것에 또 한 번 벨져의 핀잔이 들려오면 루드빅은, 네네. 하고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넘겨들으며 마저 식사를 할 뿐이었다.
덕분에 루드빅은 눈치 채지 못했다. 자꾸 눈썹을 들썩이며 머리카락을 신경 쓰는 듯 한 벨져의 행동을.
*
그날은 아주 쓸쓸하고, 또 쌀쌀한 날이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려 관 위에 떨어지듯 앉았고, 항상 곧고 굳은 얼굴만을 유지하던 자네트, 그 여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꽉 다문 입술만큼 벨져의 표정도 만만치 않게 굳어 있었다. 루드빅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와 함께 지낸지 꽤 오랜 시간. 안타리우스의 본거지를 찾는 것도, 인식의 문을 닫는 것도, 온전히 그의 임무가 되어버렸다.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일을 방해 하는 검의 형제 기사단을 가만히 둘 리가 없던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이용했던 제레온 그의 기억을 조작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앗아가게 만들었다. 저급하고 비열한 짓. 기사로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든 그들의 행보를 용서 할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루드빅은 멀리서 검은 정장의, 단정한 검을 리본으로 머리카락을 묶었지만, 주먹쥔 손 사이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제레온 경의 사망 소식 이후로 질질 끌었던 것만 같던 안타리우스 소탕 작전이 시작되었다. 희생자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만큼 죽인 안타리우스 일당도 많았다. 사이퍼 일부와 이미 손을 잡은 듯, 미등록 사이퍼들이 길을 막을 때 마다 벨져, 그의 검에 든 피 향기도 진하게 전해졌다.
“........”
“다녀왔다.”
오늘도 피에 절은 몸과, 회색이었으나 이젠 검붉은 빛이 얼룩덜룩 비추어지는 후드를 바닥에 벗어두며 알몸인 상태로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어 내리는 벨져를 루드빅은 욕실 입구에 기대 바라보았다. 단단한 몸을 타고 피를 씻어 내리는 물을 받는 벨져. 그를 쳐다보며 루드빅은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진척은 있습니까?”
“그래. 제키엘 그 자는 도망쳤지만, 시드니란 여자를 붙잡았으니까.”
능력제어구를 다는데 애 좀 먹었지. 그렇게 말하며 피에 젖었던 흰 머리카락의 선홍빛 물을 죽 짜냈다. 점점 제 빛을 찾아가는 하얀 머리카락을 쳐다보았다가 루드빅은 온 몸에 피 때문에 덮였던 상처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플 법도 한데. 이러니 섹스할때도 등짝에 손톱자국이 남을 때 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거지. 루드빅은 혀를 차며 이내 기댔던 몸을 때 밖으로 나갔다. 그의 임무 덕분에 인근 마을에서 숙박한지도 몇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익숙하게 그의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 되었으니.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털어내고 나오는 그를 의자에 앉히고 연고를 덕지덕지 발라대며 붕대로 온 몸을 감쌌다.
“불편하게 감지 말고 적당-.”
“그럼 당신도 좀 적당히 다치면 안 되겠습니까?”
덕분에 붕대 사는 돈이 여기 한 달 치 방 빌린 값보다 더 나갑니다. 그렇게 말하며 루드빅은 붕대를 감는 손에 힘을 주었다. 밖에 나갈 때 얼굴이 자유롭게 공개 되어도 상관없는 것은 자신뿐이었으니. 항상 그의 출입문은 현관문이 아닌 창문이었다. 수백 명이 가는데 다쳐 오는 건 거의 한정된 인원이고 그 인원에 꼭 그가 포함되어 있었다. 적당히 라는 것을 모르는 사내라는 것을 알지만, 몸을 이정도로 될 때 까지 굴려대니. 붕대를 꽉 묶고 고정시켜 주자 답답하지만 이내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워 바로 잠을 청하는 그를 내려다보곤 루드빅은 긴 한숨을 쉬었다. 헌터답지 않게 점점 그와 있어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성적이게 된다며.
*
하얀 빛 너머의 문. 벨져는 피투성이가 된 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자, 신도와 기사들이 뒤엉켜 쓰러져 있었고, 자신의 곁에서 항상 있었던, 루드빅. 그자마저 넝마가 된 모습으로 그의 곁에 겨우 서 있을 뿐이었다. 루드빅도 처음 보는 문의 모양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 온통 하얀색의 방 안. 그 안에서 희미한 푸른빛과 하얀 빛을 섞어가며 빛내는 문. 그것을 천천히 닫자, 쿠궁 거리며 방에 점점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끝이네요.”
완전히 닫혀 버리기 직전에 내뱉어진 루드빅의 말을 듣고 벨져는 문을 닫았다. 쿵- 소리와 함께 육중하게 닫힌 문. 끝났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벨져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바닥에 머리가 떨어지는 진동이 둔탁하게 느껴졌지만, 아득히 멀리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힘없이 고개를 들어 올리다 이내 까무룩 하게 정신을 놓고 말았다.
*
꿈을 꾸었다.
아주 길고도 짧은 꿈이었다.
마치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시 한 번 나는, 문을 닫았던 시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한 번 루드빅,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끝이네요.”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다시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머리에 솟아나는 물음을 그칠 수 없었다.
나는.
나의 존재의 가치와,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수많은 죽은 사람들의 손이 사방에서 뻗쳐 온다. 마치 나를 잡아먹으려는 손길처럼 뻗어오는 손에 나는 그대로 손들 사이에 잡아 먹혀 버리게 되었다.
“헉..!!!!!”
“벨져.”
익숙한 목소리에 땀에 잔뜩 젖은 몸으로 서둘러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조금은 야윈 것처럼 보이는 루드빅의 모습에 벨져가 아, 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는 이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려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내 덜덜 떨리는 팔을 내려 두었다. 긴장이 풀려 손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지만. 꿈에서 나온 내용들이 자신을 옭아매듯 구속하는 것에 힘겹게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당신. 한 달을 내리 잠만 잔거 압니까?”
“한 달?”
입을 열자 쉰 목소리가 튀어 나간다. 그러자 루드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물을 컵에 따라 내밀었고, 벨져는 겨우 그것을 받아 목으로 물을 넘기기 시작했다. 한번 혀를 적시는 차가운 물이 이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자 허겁지겁 물이 몸을 원하듯 삼켜대기 시작한다.
“예. 아주 업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더니, 일어나지도 않아서 두 번 죽이는가 했습니다.”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낯선 공간의 모습에 여기가 어딘지 하는 물음을 내뱉기도 전에 루드빅은 자신의 집이라며 대답을 내놓았다. 사람이 거의 쓴거 같지 않은 집이지만. 다시 루드빅을 쳐다보며 벨져는 입을 열었다.
“문은?”
“제대로 닫쳤습니다.”
“.......사망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공동묘지를 만들겠다 하더군요. 연합과 제단, 모두가 합쳐서.”
인식의 문이 그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겠지만요. 당신의 공이 제일 크죠. 그렇게 말하며 물을 한잔 더 따라 내미는 루드빅의 손을 보고 벨져가 입을 열었다.
“나는..”
“.......”
“이제 무엇을 하면 되지?”
평소답지 않게 떨리는 눈동자가 루드빅의 눈과 얽혔다. 루드빅은 그 감정 안에서 많은 것을 읽어 내었다. 후회, 혹은, 안도. 그리고 불안함. 그리고 기쁨. 모든 감정이 회오리처럼 휩쓸려 나타나는 것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 뒤로 다가갔다. 무릎베개를 해주듯 자연스럽게 벨져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눕히며 이내 루드빅이 입 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뭐.”
다시 한 번 따듯한 온기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자 벨져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쓸어 만져주는 손길. 어색하지만, 그를 닮은 태양 빛이 나는 것만 같은 손길에 벨져는 숨을 들이켰다.
[잘했어요. 고생 많았습니다.]
평소답지 않은 칭찬에 벨져는 아. 하고 입을 작게 열었다.
[당신 덕분에 희생이 헛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눈을 천천히 감으며 벨져는 이내 몸을 조금 틀어 루드빅의 배에 얼굴을 묻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내리는 루드빅의 손길에 벨져는 입술을 악물었다.
[수고했습니다, 벨져.]
루드빅은 자신의 셔츠가 조금씩 젖는 것을 느끼며 픽 웃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며 속삭였다. 벨져 어린이로군요. 평소 같으면 시끄럽다, 그만해라, 핀잔이 한가득 들려왔을 건데. 셔츠를 붙잡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가는 것에 루드빅은 말없이 침대 맡에 몸을 기대고 연신 머리를 만져 주었다.
항상 앞에 서서 모든 짐을 짊어지듯, 검을 꺼내는 사내.
그런 사내의 뒤에서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 무거운 짐을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않고 온전히 짊어지고 가는 그의 뒷모습에 한번쯤은 내뱉고 싶었던 말을, 그가 가장 나약해 졌을 때 뱉어 본다.
사춘기의 어린 아이처럼.
조금은 울어도 괜찮고, 기뻐해도 괜찮을, 그때의 모습으로 돌려보내 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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